살찌는게 싫다면…
고려대 김윤기 교수팀, 지방세포 분화 조절 새 메커니즘 규명
고려대 생명과학부 김윤기 교수(왼쪽)와 조하나 박사과정 학생
국내 연구진이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비만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김윤기 교수와 조하나 박사과정 학생은 지방세포의 분화를 막아 비만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찾았다고 17일 밝혔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 정도가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은 지방세포의 과다한 분화와 불균형한 에너지의 과잉공급이다.
지방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화하려면 분화에 필요한 유전자가 때맞춰 적당량이 발현돼야 한다. 여기에는 유전물질인 DNA가 ‘mRNA’라는 전달물질로 바뀌고, ‘mRNA’가 전해온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공장인 리보솜에서 단백질이 합성돼 필요한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방세포 분화 연구는 DNA에서 mRNA로 바뀌는 과정에만 집중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mRNA 단계에서도 지방세포의 분화량이 조절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지방세포 분화를 막는 단백질인 ‘KLF2’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로 분화 실험을 진행했다. 세포 속에서 mRNA의 양을 줄이는 특정 단백질을 없앴더니 mRNA가 KLF2 단백질을 더 많이 합성하면서 지방세포 분화가 억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정 단백질이란 mRNA를 제거하는 ‘PNRC2’와 ‘Stau1’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2005년에 이들 단백질이 mRNA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mRNA의 양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SMD’라고 이름붙인 바 있다. 이번 연구로 SMD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생물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지방세포의 분화를 막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비만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 연구는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셀’의 자매지인 ‘분자세포’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