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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포커스] 약물치료 안 듣는 말기 전에 심장이식 수술 미리 준비해야

힉스_길메들 2012. 8. 2. 17:04

심부전증

이해영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호흡 곤란 증세가 자주 반복되고 다리가 붓는 46세 남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심장근육이 부어 심장에서 전신으로 피를 보내는 펌프 기능에 문제가 있는 울혈성 심부전증이었다. 입원해 정맥 주사로 강심제 치료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가, 일상생활에 복귀하면 다시 악화돼 지난 두 달간 세 차례나 입원했다. 의료진은 최선의 방법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권했다. 이 환자는 수술 대기자로 등록한 뒤 한 달 동안 두 차례나 병원 장기이식센터로부터 심장 기증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최종 결심을 못해 심장이식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7월 초 감기에 걸려 가래가 생기고 호흡 곤란이 악화돼 응급실로 들어왔다. 폐렴이 생겨 심부전증이 악화돼 있었다. 입원 후 정맥 주사 치료를 했는데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삽입했다.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심장 보조장치를 추가 삽입했다.

이 환자는 통원치료가 가능한 '응급도 3'의 상태였는데, 짧은 시간에 입원 치료를 받는 '응급도 2', 인공호흡기·심장 보조장치가 요구되는 '응급도 0'으로 악화된 것이다. 다행히 심장 보조장치 삽입 사흘만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전 상태가 워낙 나빠 일반적인 심장 이식 환자보다 회복이 느렸다.

심부전이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말기가 되면 심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심장은 간이나 신장 등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에게서 기증을 받는다. 뇌사자의 심장은 12시간 안에 기능이 떨어지므로 기증자가 나타나면 6시간 안에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심장이식을 받기 원하는 사람이 기증자보다 월등히 많은데, 한국은 반대다. 매년 심장을 기증하는 뇌사자는 300여 명인데, 실제 이뤄지는 심장이식 수술은 80건 정도다. 덕분에 가장 응급한 심부전 환자(응급도 0)도 10일 이내,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심장을 공여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자의 다수는 약물로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된 뒤에야 급박하게 심장이식을 준비한다. 수술에 대해 불안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미루다가 말기까지 악화되면 신장이나 간 등 다른 장기까지 손상될 수 있고 수술 위험도 커진다.

우리나라 심장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2년 처음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550명 이상이 성공적으로 심장이식을 받았다. 심장이식 후 1년 생존율이 95% 이상, 5년 생존율이 85% 이상으로 세계 평균(1년 생존율 80%, 5년 생존율 66%)보다 훨씬 높다.

자기 몸에 가장 적합한 심장을 이식받으려면, 심부전이 더 이상 조절 불가능한 말기에 이르기 전에 대기자로 등록하는 것이 좋다. 안정된 상태에서 여유있게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 이해영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