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산재 인정 논란 | 공무원은 되고, 비공무원은 안돼] 함바식당서 출근중 사고도 재해 불인정
법원, 출퇴근길 사고에 '불공평한' 판단 … 위헌심판대 올라
함바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공사현장으로 걸어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 기업 직원의 출퇴근길 사고에 대해 재해 불인정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출퇴근길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만 민간기업 직원들은 출퇴근길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힘들다. 이 때문에 공무원과 민간기업 직원의 출퇴근길 사고에 이중적 잣대를 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에 대해 지난 8월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상태다.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김순열 판사는 건설현장 용접공인 김 모(5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이 함바식당에서 아침식사 후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는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11월 회사가 지정한 함바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공사장으로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함바식당과 공사현장과의 거리는 300m에 불과했고 김씨는 공사현장 바로 앞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실신'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으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거부당했다.
김 판사는 "원고의 회사가 함바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 것을 강제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고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한 점, 아침식사를 하지 않거나 함바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근로자들에게 별도로 식사비 지급 등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은 점, 함바식당에서의 아침식사가 아닌 이 사건 공사현장에 도착해 출근부에 직접 서명을 함으로써 비로소 출근한 것으로 확인되는 점,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보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기 전에 도로상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인 점 등"을 패소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임광호 판사는 지난해 자가용으로 출근하다 우면산 산사태로 부상을 입은 양 모씨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
임 판사는 결정문에서 "업무를 목적으로 사업장 밖의 일정 장소에서 사업장까지 오가는 행위라는 점은 출·퇴근행위나 출장행위가 모두 같고, 출장행위는 전반적으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공무상 재해와 일반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보험제도를 달리 볼 규범적·정책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위헌법률 심판대에 오른 산재보상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