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 속에 ‘흰 수염 할아버지’ 계시네
제9회 바이오현미경사진전 대상 3점 포함한 본상 15점 - 입선 45점 선정

○ 흰 수염 할아버지 (일반부 대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김한겸)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 사발 들이키신 걸까? 흰 수염이 우아한 할아버지 한 분이 얼굴이 불그스레해진 채 입을 꾹 다물고 먼 산을 응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수염뿐 아니라 눈과 눈썹, 코와 머리카락까지 연상시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한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작품은 사람 무릎 관절에 들어있는 뼈, 지방 등 부드러운 조직들이 이루는 모습을 100배 확대한 것이다. 사진에서 붉게 염색된 부분은 대부분 ‘콜라겐 섬유’고, 눈처럼 보이는 빨간 부분은 부러진 뼛조각이다. 지방조직은 흰 수염처럼 보인다.

○ 공생 (중고등부 대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박서영)
산호초가 나타났다. 산호는 몸 안에 사는 미세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과 공생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80∼90%를 얻는 생물이다. 망초를 확대한 이 사진을 보면 산호가 미세조류와 공생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품 이름도 ‘공생’이라고 붙였다. 작품 속에는 망초의 암술에 꽃가루와 꽃가루주머니가 묻어 있는 모습이 생생히 드러난다. 참고로 망초는 들이나 길가에 나며 몸 전체에 거친 털이 있고 7∼9월에 엷은 녹색의 꽃이 핀다.

○ 나사 풀린 용수철 (초등부 대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임수빈)
어릴 적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사람이라면 오래된 나사가 튕겨나가 나사 밑에 있던 용수철이 ‘툭’ 튀어나온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나사가 풀려 튀어나온 용수철을 보는 듯한 이 작품은 강아지풀 줄기를 100배 확대한 이미지다. 강아지풀 줄기를 잘라서 표본을 만들고, 이때 강아지풀 줄기 단면이 얇게 잘려서 말려 올라간 모습을 확대한 것이다. 강아지풀은 초가을 길가에서 만날 수 있는데, 강아지 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른다. 아래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지는 줄기는 40∼70cm 정도 곧게 자라며 머리 부분에 털이 난다.

○ 꿈을 품은 알 (바이오문화상-일반부·이극희) ○ 서리 내린 붉은 꽃 (바이오예술상-초등부·오장혁)
개미 눈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000배 확대했다. 일개미 겹눈은 마치 여러 개의 알이 모인 듯한 모습이다. 평생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는 조그마한 눈으로 무엇을 보고 어떤 꿈을 꿀까.
○ 먹이 먹는 물고기 (바이오KRIBB상-일반부·최윤정)
밤새 내린 서리에도 꽃은 더 예쁘게 피었다. 화분에 핀 하얀 꽃의 수술과 암술 부위를 현미경으로 40배 확대해 관찰했다. 꽃가루 서리가 내려 붉은 꽃에 하얗게 화장한 것처럼 보인다.
○ 암흑 속 영롱한 보석 (바이오과학상-일반부·김학현)
알을 낳고 있는 초파리 꼬리 부분을 300배 확대했더니 먹이 먹는 물고기 모습을 닮았다. 주둥이를 쭉 내미는 것하며, 뭔가 입속으로 빨아들이는 모습이 참 배고팠던 모양이다.
감자 전분 입자에 빛을 강하게 주고 미분간섭현미경으로 400배 확대 촬영했다. 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들이 흩뿌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보석은 과연 어느 별에서 왔을까.

○ 냇가의 거북이 (바이오과학상-중고등부·박재형)
토끼 눈 결막에 있는 혈관과 림프구를 6000배 확대 촬영했다. 혈관은 냇가, 그 안의 림프구들은 수영하는 아기 거북이들, 혈관 주변에 있는 콜라겐은 모래사장을 닮았다.
김상연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