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숙성기간 같고 속재료는 다르게… 8개의 맛, 0~5점으로 수치화
어떻게 만들고 평가했나 조선일보 박세미 기자
↑ [조선일보]강원도 김치 부재료인 코다리(명태·위)와 경북 김치에 들어간 홍시. /이덕훈 기자
김치 맛지도는 어떤 조건과 환경, 재료에서 탄생한 걸까.
◇숙성 조건은 같았다
실험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는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최소화했다. 자연조건과 기초 재료를 동일하게 만든 것.
우선 전국 도별 김치장인 10명을 10월 4일 정오 경기도 남양주 김치체험장에 한데 모았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52세, 김치 담그기 경력은 평균 30.7년이었다.
10명에게는 평균 3.0㎏의 강원도 정선산(産) 동일 품종 배추 1포기씩이 제공됐다. 소금물에 10시간을 절여 10%의 염도로 만든 배추였다. 김치장인들이 한자리에서 각각 담근 김치는 한데 모아 충남 아산의 위니아만도 김치연구소 내 김치냉장고에서 섭씨 15도로 20일 숙성시켰다. 김치 맛 평가는 남양주 김치체험장에서 10월 4일과 10월 24일 두 차례 이뤄졌다. 음식 전문가 10명이 10가지 김치를 맛보고 0~5점으로 각각의 맛 항목을 수치화했다.
◇지역별 재료는 달랐다
김치 장인들에게 제공된 배추는 모두 같았지만 고춧가루, 젓갈 등 부재료는 장인들이 각각 자신의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가져왔다. 결국 이 부재료들이 김치의 지역별 10색(色)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라도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젓갈을 김치에 넣었다.전남김치를 담근 유미현씨는 새우젓·멸치젓·황석어젓 등 4가지 젓갈에, 생새우와 굴까지 합쳐 발효미 재료로 총 6가지를 썼다. 경북 대표 박해숙씨는 고향인 상주에서 많이 나는 홍시를 썼다. 전남·전북·경남이 공통으로 청각을 사용한 것도 특이했다. 의령 출신인 경남 대표 남계복씨는 "청각이 젓갈 비린내를 없애준다"고 했다.
충남에서 온 이희영씨는 파의 일종인 '돼지파'를 넣은 게 눈에 띄었다. 강원도의 경우 코다리(명태)를 토막 내 몸통은 김치 속에 박아넣고, 대가리는 무와 함께 섞어 김치를 독에 담을 때 바닥에 깔고 켜켜이 쌓는 게 특징. 제주김치는 찹쌀풀 대신 보리쌀 삶은 물을, 젓갈 대신 멸치젓 끓인 물 또는 갈치속젓을 사용했다. 제주김치를 담근 김형숙씨는 "부잣집에선 옥돔을 끓인 물로 어죽(魚粥)을 쒀 김장김치에 넣기도 했다"고 했다.
이명기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이번 김치 맛지도는 지역마다 김치맛이 어떻게 다른지를 객관적·과학적으로 알아보려는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단 한 번의 평가로 지역별 김치 맛을 결론짓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이런 연구가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