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길

제대로 용서하는 방법

힉스_길메들 2012. 11. 28. 14:32

 

By ELIZABETH BERNSTEIN 월스트리트저녈

용서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용서를 잘 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스스로를 탓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적다고 한다.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다.

 

그러나 용서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피해자가 용서를 통해 분노와 원망, 복수심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용서를 받은 가해자가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용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너무 빨리 용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Rush Jagoe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앤 버나드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짐 맥널티 교수는 용서가 초래하는 비용과 혜택에 대해 연구해 왔다. 2010년 맥널티 교수는 신혼부부 135쌍에게 다이어리를 주고 일주일 동안 “오늘 배우자가 당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했지만 용서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매일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용서했다고 답한 경우, 다음날 상대가 부정적인 행동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용서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6.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맥널티 교수는 부부 72쌍이 결혼 5주년을 맞을 때까지 조사했다. 각 배우자는 자신이 용서를 잘 하는지를 묻는 “도와주려고 했는데도 배우자가 짜증을 낸다면 용서하겠습니까?” 라는 항목에 답했다. 연구에 참여한 각 부부는 배우자와 심리적 물리적으로 충돌(모욕이나 욕설, 밀치기 등)을 빚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6개월마다 답했다. 용서를 잘 하는 배우자는 상대와 계속적인 충돌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널티 교수는 “용서의 위험은 상대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후속 실험에서 맥널티 교수는 “나는 타인을 배려한다”, “나는 마음씨가 착하다” 등 질문을 기반으로 각 참가자가 얼마나 착한 성격이고 용서를 얼마나 잘하는지 수치화했다. 용서를 잘하는 참가자가 착한 배우자를 두었을 경우에는 참가자의 자존감이 점점 상승했으나, 착하지 않은 배우자를 두었을 경우에는 자존감이 점점 하락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착한 배우자를 용서한 참가자는 결혼생활 만족도가 계속 높았으나 착하지 않은 배우자를 용서한 참가자는 만족도가 떨어졌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착하지 않은 배우자를 용서하지 않은 참가자의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계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맥널티 교수는 “용서를 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지만 용서가 용서를 받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가 관건이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는 현상이 진화에 따른 방어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드폴대학의 숀 호란 교수는 “피해자가 느끼는 슬픔과 공포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를 용서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용서하고 떠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내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 전부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면 아마 거의 모두가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용서하기로 결정했다면 용서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내 마음이 왜 상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상대의 행동 자체에 화가 난건가, 아니면 상대 행동이 이제까지 내 마음 속에 쌓여온 무언가를 건드려서 화가 난건가? 호란 교수는 “과거 경험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나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주지하며 내가 용서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라. 상대가 의도치 않게 저지른 행동이라고 일단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용서에 대한 책을 저술한 작가 리사 깁슨은 “내게 상처를 주려고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닌데도 고의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용서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뭐라고 말할 것인가? 상대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상대의 입장에 서서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나에게 짜증을 낸 걸까?

 

마지막으로 내가 왜 마음이 상했는지를 상대에게 설명하라.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후회하는지 주시하라. 다른 모든 것이 효과가 없다면 편지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보내지 않더라도 상황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앤 버나드(35)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17세의 나이에 해병대에 입대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자매와 이복자매, 친남매가 얽힌 가족생활이 복잡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재혼한 직후 처음에는 새어머니와 사이가 좋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 퀘벡에서 미국으로 이사하면서 어머니의 태도가 변했다고 한다.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워낙 바빠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학교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도 다른 집과는 달리 부모님이 오지 않을 때가 다반사였다. “부모님이 나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느꼈다. 집안일을 시킬 수 있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해병대에 입대한 후 1~2년은 휴가 때 집에 갔지만 그 후에는 가지 않았다. 2년 전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새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2005년 제대한 그녀는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약혼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다가 그녀를 떠났다. 약혼자가 감정적으로 자신을 멀리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똑같이 행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변화해야 했다.”

 

지난해 그녀는 9년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집을 찾았다. 몇 시간 동안 새어머니와 서로가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녀가 힘들었던 시기에 미국으로 이사와서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여섯 자녀를 키워야 했던 새어머니도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뉴올리언즈에 살면서 자신감 개선 워크숍 업체를 운영하는 그녀는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고 나 자신의 잘못도 인정할 수 있어야 용서할 수 있다. 이제 나에게 있어 우리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