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말과글

[스크랩] 내가 늙었을때

힉스_길메들 2006. 1. 31. 20:13

    "내가 늙었을 때

    내가 늙었을 때 난 넥타이를 던져 버릴 거야 양복도 벗어 던지고, 아침 여섯 시에 맞춰 놓은 시계도 꺼버릴 거야 아첨할 일도. 먹여 살릴 가족도, 화낼 일도 없을 거야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늙었을 때 난 들판으로 나가야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야 물가의 강아지풀도 건드려 보고 납작한 돌로 물수제비도 떠 봐야지 소금쟁이들을 놀래키면서 해질 무렵에는 서쪽으로 갈 거야 노을이 내 딱딱해진 가슴을 수천 개의 반짝이는 조각들로 만드는 걸 느끼면서 넘어지기도 하고 제비꽃들과 함께 웃기도 할 거야 그리고 귀 기울여 듣는 산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 줄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해야 할지도 몰라 나를 아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내가 늙어서 넥타이를 벗어 던졌을 때 말야 【류시화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서』
출처 : 내가 늙었을때
글쓴이 : 法雲(도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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