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탄수화물도 많이 먹으면 중독됩니다

힉스_길메들 2011. 7. 20. 22:04

알코올·도박중독처럼 뇌신경물질 이상 일으켜…
세로토닌 농도 감소·인슐린 저항성 증가, 몸에선 계속 단 음식 더 당겨 악순환
식이요법·운동·약물치료 6개월 받아야

 

빵·쿠키·탄산음료를 입에서 떼지 않는 여중생 A양(15·서울 노원구)은 올 봄 몸무게가 64㎏까지 늘면서 체질량지수 26인 비만이 됐다. 어머니가 집안에서 간식을 치우고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차려주자, A양은 짜증을 부리며 식사를 입에 대지 않았고, 바깥에서 부모 몰래 사 먹는 군것질이 더 늘었다. A양은 최근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에서 탄수화물중독증 진단을 받았다.

잡곡 등 건강식으로 차린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않고 밀가루로 만든 주전부리나 단 것을 입에 달고 살면 탄수 화물중독증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다시 온갖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정의·원인= 탄수화물중독증은 빵·과자·사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단순당) 식품을 억제하지 못하고 과다 섭취해서 나타난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원료가 되는 곡물 등을 도정해서 만든 음식물을 말하며, 흰쌀·흰밀가루·설탕 등이 대표적이다. 탄수화물에 중독되면 특징적으로 뇌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은 높아지며, 평소 혈당 수치가 떨어진다.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교수는 탄수화물에 중독되는 과정을 "단순당은 소화가 빨라 포도당으로 빠르게 전환되는데, 이렇게 전환된 대량의 포도당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해 혈중 인슐린 농도를 높인다"며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단 것이 당기고, 단 것을 또 먹으면 인슐린 농도가 더 높아져 단 것이 다시 당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다가 중독된다"고 설명했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창해 교수는 "탄수화물 식품이라도 과일·야채·견과류·콩류·잡곡·유제품·달걀·감자 등 자연 식품을 먹으면 탄수화물중독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상·문제점= 탄수화물중독증도 알코올중독·도박중독 등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뇌의 신경물질 분비 이상을 초래한다. 박창해 교수는 "탄수화물에 중독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인체는 단 것을 섭취해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려는 작용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탄수화물중독증 환자는 배불리 밥을 먹고 나서도 무의식적으로 군것질 거리를 계속 찾는다. 탄수화물에 중독되면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내장지방 비만이 따라오고, 이어 당뇨병·고혈압·협심증·뇌졸중 같은 온갖 질환에 노출된다. 서울대병원 연구결과,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을 간식으로 즐기는 여성은 유제품을 먹는 여성보다 대사증후군 위험률이 30% 높았다.

또, 탄수화물중독증에 걸리면 늘 기분이 나쁘고 기력이 떨어진다. 박 교수는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게 되며, 혈당 수치가 낮기 때문에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피곤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치료= 국내에는 탄수화물중독증이라는 진단명이 따로 없고, 진단·치료법도 표준화돼 있지 않다. 병원에 오는 환자 대부분은 체중이 계속 늘어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선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살을 찌게 하는 다른 질환 유무를 검사한 후, 문제가 없을 때 식사습관을 분석한 뒤 탄수화물중독증으로 진단한다.

강재헌 교수는 "정제된 탄수화물을 피하는 식이요법을 하면서 유산소운동으로 체내 지방을 태우고 인슐린 농도를 낮춰 중독 증상을 억제시킨다"고 말했다. 세로토닌 혈중 농도를 높이는 우울증약과 식욕억제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반작용으로 더 먹게 되므로 심리치료도 병행한다. 최소 6개월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