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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진미세트 '전어·대하'

힉스_길메들 2012. 7. 6. 23:45

♡ 전어

 

‘가을’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물고기가 있다. ‘바다의 깨소금’으로 비유되는 전어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고 했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한다.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가 제철을 맞았다. 충남 서천의 홍원항이 전어 때문에 밤낮으로 분주해졌다. 마량과 홍원항 일대 30여 척의 전어잡이 배가 거두어 올린 전어는 항상 수요가 딸린다. 항구에는 서울 부산 경남 전남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횟집 트럭들이 줄을 잇고, 전어 굽는 냄새를 좇아 온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다.

 

전어가 유독 홍원항 인근에 몰려드는 이유는 서해안의 뻘과 민물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 홍원항 전어축제를 준비하는 서면개발위원회 정정호 사무국장은 “전어는 금강 등 민물 유입이 많은 싱거운 바닷물을 좋아한다”며 “수족관에도 바닷물 50%에 민물 50%를 섞어야 전어가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원항의 어민들은 예전 전어는 누구에게 거저 주기도 미안했던 천대 받던 물고기라고 했다. 하도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7년 전 전어축제가 열린 이후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전어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찾는 이가 많으니 전어 몸값도 올랐고, 전어의 맛 또한 높게 평가됐다. 정 사무국장은 “전어는 기름이 많아서 구워는 먹었어도 횟감으로는 취급도 안하던 물고기인데 이젠 우리네도 관광객처럼 횟집에 가면 전어회만 찾게 된다”고 했다.

 

전어 요리는 크게 3가지. 회와 무침, 그리고 구이다. 회는 ‘뼈꼬시’라 불리는데 비늘과 내장만을 제거한 뒤 뼈째로 썰어 고추나 마늘을 얹어 쌈장과 함께 상추에 싸먹는다. 깻잎, 양배추, 미나리, 배, 당근, 오이 등을 잘게 썰고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내놓는 전어무침은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 전어 요리의 지존은 역시 구이다.

 

노릿하게 구워낸 구이는 맨 손으로 잡고 뜯어먹어야 제 맛이다. 큰 뼈를 제외하고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삼삼일일 회센터(041-952-3311)’의 김진복(32) 사장은 “구이용은 냉동실에서 급랭시킨 전어를 이용한다”고 했다. 활어를 그냥 구웠을 경우에는 살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요즘 시세는 회와 무침, 구이 모두 1kg에 3만원이다. 1kg에 전어는 10~12마리 정도로 어른 2명이 먹을 때 충분한 양이다. 포장은 1kg에 2만5,000원을 받는다.

 

홍원항 전어축제는 올해로 7회째. 16~29일 포구 일원에서 개최된다. 홍원항에 있는 횟집은 12곳. 축제 기간에는 횟집 앞 공터에 20개의 임시매장이 추가로 조성돼 손님을 맞는다. 축제 기간에는 모든 판매장에서 전어 가격을 1kg당 2,000원씩 낮춰 2만8,000원에 판매한다. 전어썰기 대회, 전어시식회, 바다낚시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홍원항 인근에는 서해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량포구가 있다. 마량 동백나무 숲 또한 장관이다. 500년 넘은 동백나무들이 지금 동백꽃만큼이나 진한 붉은 열매를 맺고 있고, 굵직한 해송이 군락을 이뤄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동백정 입장료는 500원.

 

서천 홍원항 외에 전어로 유명한 곳이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와 보성의 득량만이다. 망덕포구는 섬진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마지막 포구로 예부터 전어잡이 노래가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15~17일 제8회 광양전어축제를 연다. 보성의 득량만에서도 회천면이 주관하는 전어축제가 10월 중순에 열릴 계획이다.

 

 

♡ 대하

 

대하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라는 80여 종의 새우 중 가장 크다는 왕새우. 소금 위에서 구워내면 붉은 빛을 띄고 구수한 냄새를 퍼뜨리며 미식가의 입맛을 유혹하는 가을의 전령이다. 두툼한 새우의 속살은 대하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맛이다.

 

태안반도의 밑자락 안면도를 방파제 삼아 바닷물이 호수를 이루는 곳이 있다. 천수만이다. 드넓은 갯벌이 만을 가득 둘러싸고 있어 천수만은 천혜의 어장. 대하의 산란지도 바로 천수만이다. 천수만에서 알을 깬 대하가 몸집을 키운 후 안면도를 돌아나가 서해 큰바다로 나간다. 대하가 가장 먼저 잡히는 천수만의 가장 큰 항구인 충남 홍성군의 남당항이 전국에서 대하의 '원조' 자리를 굳건히 지켜올 수 있는 이유다. 다른 지역에서는 10월이 돼야 구경할 수 있는 대하를 천수만에서는 9월부터 구경할 수 있다.

 

남당 포구의 바닷가는 횟집들이 긴 줄을 이루고 마주보고 있다. 육지쪽은 주차장 등을 갖춘 일반 횟집이고, 바닷가쪽은 무허가 포장마차촌이다. 전체 140여 곳으로 일반 횟집이 40여 개, 포장마차가 100여 개 된다.

 

대하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소금구이다. 너른 냄비 위에 굵은 소금을 깔아놓고 그 위에 살아 꿈틀대는 대하를 쏟아 붓고 뚜껑을 덮으면 대하가 빨갛게 익어간다. 간이 저절로 스며들며 대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살아난다.

 

수족관에 살아 움직이는 대하는 양식이다. 대하는 성질이 급해 물에서 건져올리는 순간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살아있는 자연산 대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현재 남당항 일대 횟집에는 자연산 대하가 대부분이다. 양식 대하가 아직 여물지 않았기 때문. 이 달 20일 이후에야 양식 대하가 대거 출하될 전망이다.

양식 대하는 몸통이 거뭇거뭇한 반면 자연산은 벌건 색이 감돌고 수염이 길다. 최근 시세는 식당에서 먹을 경우 1kg에 2만5,000원~3만원. 포장은 2만3,000원~2만5,000원이다.

 

대하로 배를 채웠다면 남당 포구의 정취에 젖어보자.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넓은 갯벌과 작은 어선 등 전형적인 서해안 포구의 풍경이다. 멀리 길게 누운 안면도 너머로 지는 석양은 남당 포구의 최고 절경이다.

홍성남당대하축제는 올해가 11회째로 23일 시작해 내달 15일까지 이어진다. 남당항의 대하를 비롯해 우럭 농어 광어 등 싱싱하고 맛좋은 수산물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번 대하축제에는 대하왕 선발대회를 비롯해 대하 껍질 벗기기, 즉석 노래자랑, 대하춤 경연, 요리대회, 대하잡기 등 다양한 참여 행사가 준비됐다.

 

대하축제 기간 홍성에서는 '2006 홍성 내포사랑 큰축제'가 함께 진행된다. 올해가 3회째로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홍주종합경기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웰빙떡잔치, 먹거리장터, 홍성의 옛 사진 전시, 전통옹기 시연, 전통생활 체험 등이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다.

 

남당에서 천수만을 따라 어사리, 상황리, 궁리를 거쳐 서산방조제까지 오르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길. 완공된 지 얼마 안된 이 해안도로는 서해 갯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대로보여준다.

 

홍성에 들렀다면 홍성읍, 특히 군청을 둘러보자. 옛 홍주성 성곽의 절반(810m)이 남아 읍내를 감싸고 있고, 군청 뒷마당에는 홍주목 수령이 관아의 일을 보던 동헌과 휴식을 취하던 정자 여하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홍주아문이 옛 모습 그대로 군청 정문 노릇을 하고 있다.

 

홍성을 대표하는 산은 용봉산과 오서산. 홍북면의 용봉산(381m)은 여덟 봉우리가 이어졌다 해서 팔봉산으로도 불리운다. 산 전체가 자연 분재원으로 부를 만큼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들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광천읍에는 억새로 유명한 오서산이 있다. 높이 790m로 충남에서 두번째 높은 산으로 은색의 억새가 가을 제철을 맞았다.

 

이 밖에 홍성IC인근 결성면의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도 둘러볼만하다.

 

대하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소금구이. 불지핀 너른 냄비에 굵은 소금을 깔아놓고 그 위에 살아 꿈틀대는 대하를 재빨리 쏟은 후 뚜껑을 덮으면 퍼덕거리던 대하가 빨갛게 익어간다. 양념이라고는 덜렁 소금뿐이지만 구수하고 탱탱한 대하의 속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대하를 넣고 끓인 대하탕은 꽃게탕 이상으로 시원해 입가심으로 좋다.

 

◎ 남당항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서산 방향 29번 국도를 1km 탄 후 좌회전해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보령 방면으로 15km 가량 가면 남당항이다. 홍성군청 문화공보실 (041)630-1224

 

◎ 홍원항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에서 빠진다. 바로 우회전해 21번 국도를 타고 서천방향으로 3km쯤 가다 607번 지방도로로 다시 우회전해 서면 면사무소를 지나 춘장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랑항, 홍원항 표지판이 나온다. 서면개발위원회 (041)952-9123 서천군 문화관광과 (041)950-4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