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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식해… 감자막가리만두… 입으로 떠나는 강원도 휴가

힉스_길메들 2012. 7. 14. 22:53
[푸드 포커스]

거친 듯하지만 소박한 맛이 매력인 강원도 향토음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밀총떡과 가자미식해, 감자전, 감자막가리만두, 막국수. ●JW 메리어트 호텔 제공

 

새콤하게 간한 밥을 조물조물 뭉쳐 그 위에 얇게 저민 날생선을 살포시 얹은 초밥.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음식이지만 한복진 문화관광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같은 이는 그 뿌리가 우리나라 강원도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초밥에 날생선을 올리기 시작한 건 에도시대가 시작된 1600년대부터다. 그 전까진 소금에 절인 생선을 얹었다. 특히 관서지방에선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쌀밥과 함께 쌓아뒀다. 이 음식이 유통과 저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관동지방으로 넘어오는 동안 절인 생선 대신 날생선을 올리게 된 것이다.

에도시대 이전 관서지방의 절인 생선 요리는 한반도 동해안에서 오래 전부터 즐겨 먹어온 식해(食醢)와 비슷하다. 함경도 도루묵식해나 경상도 북어식해, 강원도 가자미식해 말이다.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이기도한 한 교수는 "결국 초밥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식해"라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에선 예부터 가자미를 잡아 소금에 절인 다음 말렸다. 한편에선 메조로 조밥을 해서 엿기름을 체에 거르고 남은 흰 곡물 가루를 버무렸다. 여기에 절인 가자미와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다진 양념, 소금에 절였다 물기를 짜둔 무생채를 넣고 버무려 놓으면 녹말이 당화하면서 서서히 삭았다. 처음엔 뻑뻑하던 게 채소에서 물이 나오면서 촉촉해졌다. 보름 이상 삭히면 좁쌀이 녹아 흔적이 없어졌다. 이렇게 만든 가자미식해는 강원도에서 빠질 수 없는 밑반찬이었다.

이를 비롯한 다양한 강원도 향토음식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메리어트 카페에서 25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메뉴를 구성한 한 교수는 "산지가 대부분이고 동해안을 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임산물과 생선이 주재료인 강원도 음식은 투박하고 소박한 맛"이라며 "덜 다듬어진 듯한 순수함 덕분에 최근 현대인들에게 더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쓰인 식재료가 바로 감자. 홍천에선 감자를 강판에 갈아 체에 받치면 옹글옹글한 건더기가 남는데, 이걸 물기를 뺀 후 쪘다. 한편 체에 걸러진 물에 가라앉은 녹말앙금은 따로 모아 찐 감자 건더기에 섞어 고루 치댔다. 이를 손바닥에 둥글게 펴 양념한 돼지고기와 부추로 만든 소를 올리고 반으로 접어 만두를 빚은 다음 다시 한번 쪘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 음식을 감자막가리만두라고 불렀다. 감자를 막 갈아 만두 모양으로 만들었단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추석엔 둔래면 지역을 중심으로 감자송편을 만들었다. 군데군데 썩은 감자를 물가에 묻어놓은 항아리에 넣어두면 삭으면서 녹말이 가라앉았다. 삭힌 녹말은 보통 녹말보다 매끄럽고 정제된 맛이 났다. 여기에 소금을 넣고 반죽한 다음 밤톨 만하게 떼어 오목하게 빚었다. 푹 쪄낸 팥에 소금과 설탕을 고루 섞어 만든 소를 넣고 손자국이 나도록 꼭 쥐어 오므린 뒤 솔잎을 깔고 찌면 감자송편이 됐다.

이 밖에 메리어트 카페에선 춘천 메밀총떡과 막국수 닭갈비, 강릉 쇠미역튀각, 속초 오징어순대, 인제 황태구이, 평창 감자전, 오대산 잣죽도 함께 맛볼 수 있다. 02)6282-6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