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 황조기, 노랑조기
농어목 민어과의 물고기인 조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중의 하나이다.민어과 어류에는 조기, 부세, 흑조기, 황강달이, 민어 등이 있는데, 조기와 부세는 특히 비슷해서 부세를 조기로 잘못알고 비싼값에 속아 사기도 한다. 조기라는 이름은 중국어의 ‘종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종어가 급하게 발음되면서 조기라고 변했다는 것이다.그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머리에 돌이 있다 하여 석수어라고 했는데, 조기라고 부르게 된 후에는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조기(助氣)라고 했다.
조기를 말린 것을 ‘굴비’라고 하는데 고려 말 인종 때 척신으로 세도를 부리던 이자겸은 반대파가 꾸민 십팔자, 즉 이씨가 왕이 된다는 음모에 휘말려 정주(지금의 영광)에 유배됐는데 굴비에 맛들인 이자겸은 사위인 인종에게 굴비를 선물하면서 정주굴비라 써 올렸다 한다. 굽히거나 비굴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살고 있다는 심정을 표현했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굴비 이름의 유래로 전해지고 있다.
조기는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르는 생선의 한가지인데 그만큼 맛이 좋고 몸에 이롭기 때문이다. 황필수의 <방약합편>에는 “조기는 맛이 달고 성질은 평하다. 위에도 유익하며 설사를 다스리고 머릿속의 뼈는 태워서 재를 만들어 임질 치료에 쓴다.”고 적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소화가 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면서 갑자기 이질이 생긴데 주로 쓴다. 순채와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음식 맛이 나게되고 소화가 잘되면 기를 보한다.”고 기록돼 있다.
조기는 제주도 남서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북상해 3월말에서 4월 초순에 영광 앞 바다인 칠산 바다에 도달해 산란을 시작하는데 그 곳에는 먹이생물이 풍부한 갯벌이 폭넓게 발달돼 있고 수심이 얕아서 조기의 산란장으로 적합한 때문이다. 이처럼 곡우 때가 되면 알을 슬기 위해 어김없이 칠산 바다에 나타나는 조기의 습성에 빗대어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조구 만도 못한 놈’이란 말이 있다. 산란 무렵의 조기는 알이 꽉 차고 살이 올라 맛이 좋은데 특히 곡우절(양력 4월 20일 께)에 잡힌 조기는 ‘오사리 조기’ 또는 ‘곡우살 조기’라고 하며 이로 만든 굴비를 ‘오사리 굴비’라고 하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밥도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보통 굴비는 스무 마리가 한 두름인데 오사리 굴비는 열 마리가 한 두름이고 값도 서너 배씩 비싸다.
오늘날에도 ‘영광굴비’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영광 법성포의 가공하기에 적합한 자연 조건과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특유의 비법 때문이다. 법성포의 갯바람은 특수한 지리적 기상 요인으로 낮에는 습도가 45%이하로 떨어졌다가 밤에는 96%이상 5~6시간 지속돼 조기가 급히 마르거나 썩는 것을 막아준다. 조기는 3월부터 6월까지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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