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금액을 신용카드 대신 현금영수증이나 직불카드로 사용하면 공제 혜택이 훨씬 크다.
공제 때문에 신용카드를 많이 쓸 필요는 없다.
근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연말 상여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직장인에게는 연말정산이 마지막 보루다. 어린 자녀에게 지출한 교육비, 연로하신 부모님의 의료비, 월급날 잔고를 몇 시간 버티지 못하게끔 하는 보험료와 신용카드 결제 대금, 이런 것들이 연말정산 때만은 효자 노릇을 한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한 해의 소비 지출액 가운데 아마 가장 많은 금액이 신용카드 사용액일 것이다. 요즘은 생활 속 대부분의 소비가 신용카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개, 담배 한 갑을 살 때에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겨난 걸까?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시절에 내수 진작과 자영업자의 세원 투명성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출발했다. 외환위기 직전 부도 위기로 자살까지 생각하던 카드 단말기 회사 사장이 국세청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정책 이후, 이제는 중견기업 사장이 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번 맛본 외상 거래의 맛을 떨치기는 쉽지가 않다. 네모난 플라스틱 카드만 긁으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가 모두 내 것이 되다니! 신용카드 사용 정책은 자영업자의 세원 포착에도 획기적인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용카드가 널리 정착된 데에는 아마도 우리의 무의식중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매년 이루어지는 연말정산을 통해 학습된다.
ⓒ정훈 그림 |
내년부터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한도 폭을 줄이겠다니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언론에 다른 뉴스도 보인다.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중교통을 신용카드로 이용하는 경우에 추가적인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나 택시비 기본요금을 지불할 때도 신용카드를 내미는 사람들이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1000만원 이하면 공제 한푼도 없어
그런데 정말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세금 공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일단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세법을 적용해보자. 연봉 4000만원을 버는 직장인 A씨가 2012년에 신용카드를 1500만원어치 사용했고, 이 가운데 100만원 정도를 대중교통 이용에 썼다고 가정해보자. 지난해까지 적용된 소득세법을 기준으로 하면, 직장인 A씨는 100만원 정도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아 16만원 정도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반면 개정된 세법에 의하면, 올해 동일한 금액을 사용했다고 했을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 금액은 10만원이 줄어든 90만원이 되고, 환급받을 수 있는 세금은 2만원이 줄어든 14만원이 된다. 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30%로 높이는 대신 일반 카드 사용분에 대한 소득 공제율은 기존 20%에서 15%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면 어떨까? 직장인 A씨가 한 해 지출액 1500만원을 모두 현금영수증이나 직불카드로 사용하면, 환급받을 수 있는 세금은 대략 30만원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현금영수증은 20%에서 30%로, 신용카드는 20%에서 15%로 공제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 환급받을 수 있는 세금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또한 한 가지 더 참고할 것은, 직장인 A씨가 신용카드 공제를 받으려면 최소한 10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1000만원 이하를 신용카드로 사용하게 되면 단 한 푼의 공제도 받을 수 없다. 어떤가. 앞으로도 ‘세테크’를 위해 계속 신용카드를 써야 할까?
원재훈 (회계사·이촌회계법인)
'지혜롭게 사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처럼 달콤한’ 관계 회복하는 법 6가지 (0) | 2013.02.23 |
---|---|
[부자학 개론] 재테크 전환기의 투자 원칙, 물가·고령화·아프리카 ‘ 주목’ (0) | 2013.02.21 |
겨울철 누진세 대란 ‘요금 폭탄’ 피하려면… (0) | 2013.02.20 |
'퇴사 후 소득 0원' 국민연금 탈퇴 가능할까? (0) | 2013.02.20 |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고민이에요”<세계닷컴> (0) | 2013.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