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로 뚜벅뚜벅

참을 수 없는 쪽빛의 유혹 동해 770km "해파랑길"

힉스_길메들 2016. 5. 6. 16:20
 동해 770km ‘해파랑길’ 내일 공식 개통
 

국내 유일의 해안 종단길인 해파랑길이 7일 공식 개통한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장장 770㎞나 이어진다. 국내 트레일 중 가장 길다. 사진은 해가 진 직후의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



우리나라 유일의 해안 종단길이자 국내 최장 트레일인 ‘해파랑길’이 오는 7일 공식 개통한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동해안을 따라 걷는 종단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7년 만이다. 문체부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현장 답사를 통해 770㎞ 길이의 코스를 추려냈고, 2012년 해파랑길 전 코스를 임시 개통했다. 그 뒤에도 수시로 보완 작업을 거친 끝에 지난해 10월 모든 후속 작업을 마쳤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해파랑길 공식 개통을 기념해 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해파랑길770걷기축제’를 연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해파랑길은 동해안의 바닷길과 숲길, 마을길 등 다양한 길을 이은 국내에서 가장 긴 걷기여행길”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해파랑길이 동해안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부각되고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같은 국제적인 도보여행 명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와 바다 벗삼는 해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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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방향지시 화살표. 붉은색 화살표는 정방향, 파란색은 역방향을 가리킨다.

‘해와 바다와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담긴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장장 770㎞나 이어진 초대형 트레일이다. 동해를 오롯이 품은 해파랑길은 부산·울산·경북·강원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19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거친다. 지역별로 10개 구간(부산, 울산,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동해, 강릉, 양양·속초, 고성), 모두 5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해파랑길은 걷기여행 열풍을 몰고 온 제주올레나 지리산둘레길보다도 훨씬 방대하다. 해안을 따라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는 모두 26개 코스로 전체 422㎞ 길이다. 3개 도(전남·전북·경남)와 5개 시·군(전북 남원시, 경남 함양·하동·산청군, 전남 구례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둘레길은 20개 코스, 274㎞다.

해파랑길의 구간 평균 길이는 약 15㎞다. 가장 긴 구간은 경북 포항의 16코스(23.3㎞)이고, 최단 구간은 강원도 삼척의 30코스(7.2㎞)다. 해파랑길의 전체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코스는 전체 50개 코스 중에서 6·20·28·29·36코스 등 5개 코스뿐이다. 난이도 ‘상’이라고 해도 산을 둘러가는 수준이다.

해파랑길은 기존에 조성돼 있던 동해안 각 지역의 트레일과 포개진 구간이 많다. 해파랑길 전체 구간의 약 40%가 부산의 갈맷길,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강원도 강릉의 바우길 등 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트레일과 겹친다. 해파랑길에 들어간 예산은 모두 150억 원이다.

해파랑길은 동해안의 명소 대부분을 들른다. 부산 광안리·해운대 해수욕장, 울산 간절곶,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 포항 호미곶, 강원도 강릉 경포대, 속초 아바이마을, 고성 화진포 등 동해안의 명소 대부분이 해파랑길로 이어진다. 아울러 부산 송정·일광 해변, 고성 백도해변, 태화강 십리대숲 등 이른바 ‘동네 명소’도 해파랑길은 찾아간다.


해파랑길770걷기축제

7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해파랑길770걷기축제는 해파랑길 개통을 알리는 공식적인 자리다. 축제는 ‘4개 지역 걷기축제’와 ‘30일 간의 이음단 종주’ 행사로 나뉜다.

4개 지역 걷기축제는 부산(5월 7일), 울산(5월 15일), 경북 영덕(5월 21일), 강원도 고성(6월 4일)에서 각자 날짜를 달리해 진행된다. 지자체마다 참가자 2000명을 모아 행사를 진행한다. 해파랑길770걷기축제(festival.haeparang.org)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하거나, 행사 당일 축제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에 한해 기념품·간식 등을 제공한다. 축제를 위해 각 지자체가 준비한 이벤트도 푸짐하다. 축제장마다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부산·울산), 무형문화재 공연(영덕), 제철 먹거리 축제(영덕), 지역 특산물 장터(울산·고성)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4개 지자체는 각 지역의 대표 코스 중 일부 구간을 골라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에서는 1코스 중 오륙도 해맞이공원∼용호만 유람선착장(5㎞), 울산에서는 10 코스 중 정자항 남방파제 야외공연장∼신명해변(5.2㎞), 영덕에서는 21코스 중 경정항∼축산항(5.6㎞), 고성에서는 49코스 중 화진포 광장∼거진항(5.2㎞)을 걷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경사가 거의 없는 구간을 골랐다. 길이도 5㎞ 정도로 맞춰 부담을 줄였다.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동해안의 풍광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30일간의 이음단 종주’ 행사는 7일 축제 개막식 날부터 다음달 4일 폐막식 날까지 29일 동안 해파랑길 전 구간을 걷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축제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지원자 중에서 30명을 선발했다. 최연소 참가자는 조현덕(20·취업 준비생)씨고, 최고령 참가자는 백희선(74)씨다. 백씨는 “해파랑길 일부 구간을 걷기는 했지만 종주는 처음이서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동해안 절경을 오롯이 품다, 스페인 산티아고길 저리 가라


| ‘해파랑길770걷기축제’ 열리는 4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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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1코스는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축산항까지 이어진다. 코스 후반부 차유마을부터 축산항까지는 해안과 바투 붙어 걷는다.



‘해파랑길770걷기축제(festival.haeparang.org)’는 ‘4개 지역 걷기축제’와 ‘30일 간의 이음단 종주’ 행사로 나뉜다.
오는 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해파랑길을 종주하는 이음단은 참가자 모집이 완료됐다.
4개 지역 걷기축제는 7일 1 코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미포), 15일 10 코스(울산 정자항∼경북 경주 나아해변), 21일 21 코스(경북 영덕 해맞이공원∼축산항), 다음달 4일 49 코스(강원도 고성 거진항∼통일안보공원)에서 각각 진행된다.
그림 같은 동해를 벗 삼아 길을 걸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축제가 펼쳐지는 4개 코스와 코스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해파랑길 들머리길 1코스(부산)


 


부산에 있는 1코스는 광안리 해변(왼쪽)과 이기대 해안산책로(오른쪽) 등을 지난다.



770㎞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1코스는 부산 남구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해운대구 중동 미포까지 이어진다. 오륙도·이기대·광안리·해운대 등 부산의 해안 명소를 차례로 들른다.

시작점부터 탄성을 자아내는 비경이 펼쳐진다. 1코스 초반 이기대 해안산책로(5㎞)는 아찔한 해안절벽을 따라 나있다. 이 길은 원래 군부대의 해안순찰로였다. 1997년 이전까지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됐다가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조성하면서 개방됐다. 그래서 아직도 해안산책로 곳곳에 철책이 남아 있다.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마린시티의 전경이 압권이다. 홍콩항의 전경이 부럽지 않는 풍광이 펼쳐진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없었던 지역이어서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봄이면 각시붓꽃·갯장대 등 야생화도 볼 수 있고, 해안산책로 안쪽의 숲은 돈나무·떡갈나무·동백나무가 우거져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광안리해변에는 카페·식당 등 편의시설이 많아 쉬어가기에 좋다. 마린시티를 거쳐 동백섬을 통과한 길은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미포항에서 끝난다.

7일 오전 10시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해파랑길770걷기축제 개회식이 열리고 이어서 걷기 행사가 시작된다. 걷는 구간은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용호만 유람선 선착장까지 5㎞ 구간이다. 도착점 용호만 유람선 선착장에서는 오후 2∼5시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와 플리마켓, 음악 공연이 열린다. 걷기대회 참가자는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에서 음식값을 10% 할인받을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광사업팀 051-78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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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 정보
● 오륙도 해맞이공원∼동생말∼광안리해변∼APEC하우스∼미포
길이 길이 17.7㎞
소요시간 6시간
난이도


주상절리를 걷다 10코스(울산·경주)


 


울산과 경북 경주에 걸쳐 있는 10코스를 걸을 때는 몽돌해변과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10코스는 주상절리를 품은 길이다. 용암은 땅 위에서 굳을 때 수축현상이 발생한다. 이 수축현상으로 만들어진 사각형 혹은 육각형 기둥을 주상절리라고 부른다. 화산섬 제주도가 주상절리로 유명하지만, 동해안에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울산 강동화암주상절리와 경주 양남주상절리다. 두 곳 모두 해파랑길 10코스가 품고 있다.

10코스 시작점인 울산 북구 정자동 정자항에서 약 3㎞를 걸어가면 강동화암주상절리가 나온다. 제주도의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길게 뻗은 반면 강동화암주상절리는 수평으로 누운 모습이다. 강동화암주상절리가 있는 화암마을에서 4㎞를 더 나아가면 관성해변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경북 경주시다. 경주시 양남면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이어지는 약 2㎞ 구간은 경주시가 조성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과 겹친다. 이 구간은 일반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은 명소다. 약 2000만 년 전에 형성된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 바로 옆으로 데크로드가 깔려 있다. 10코스는 아기자기한 벽화 250여 점이 그려진 읍천항 벽화마을에서 마무리된다.

10코스에서는 오는 15일 걷기축제가 열린다. 오전 10시 울산 정자항 야외무대에서 울산시립예술단의 공연과 함께 개막식이 시작된다. 해파랑길 울산 구간의 명소 간절곶과 대왕암의 역사를 무용으로 보여준다. 걷기 행사는 오전 10시 40분 시작된다. 울산 정자항에서 신명해변까지 5.2㎞를 걷는다. 종착점 신명해변에서는 울산 특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열린다. 푸드트럭 먹거리 장터도 운영된다. 울산시 관광진흥과 052-229-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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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스 정보
● 정자항∼강동화암주상절리∼관성해변∼읍천항∼나아해변
길이 13.9㎞
소요시간 4시간30분
난이도



대게의 길 21코스(영덕)


 


21코스는 해안절벽을 따라 길을 냈다. 차유마을·축산항 등 영덕 대게와 관련된 명소를 거친다.



21코스는 경북 영덕군이 조성한 ‘블루로드 B코스’와 똑같다. 이 구간은 해파랑길로 지정되기 전부터 동해안을 대표하는 걷기여행길이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나 있어 풍광이 빼어나다.

21코스는 창포말등대에서 시작한다. 창포말등대는 영덕 특산물 대게처럼 생겼다. 거대한 집게발이 등대를 휘감아 집어삼킬 듯하다. 청포말등대가 서 있는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빠져나오면 대탄해변∼오보해변 등 아담한 백사장을 차례로 지나 대게 원조마을로 불리는 경정리에 닿는다.

태조 왕건이 영덕에서 대게를 먹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서 발견되면서 영덕은 경북 울진과 포항을 제치고 대게 원조 고장으로 인정받았다. 경정리 차유마을은 영덕의 대게 마을 중에서도 원조 마을로 꼽힌다. ‘대게’라는 명칭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차유마을의 어민이 게 다리가 대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대게’라 부른 것이 기원이란다.

코스 막바지의 죽도산전망대로 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꼭 오르기를 권한다. 창포말등대부터 지금껏 밟아온 21코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1코스 축제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영덕 경정항에서 시작된다. 축제는 영덕 ‘대게각시난타팀’의 난타 공연과 영덕 무형문화재 ‘월월이청청’ 공연으로 문을 연다. 오전 11시부터 경정항에서 축산항까지 5.6㎞ 구간을 걷는다. 축산항에선 마침 영덕물가자미축제(5월 20~22일)가 열린다. 물가자미생선회 썰기 체험, 물가자미 물회 무료 시식회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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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코스 정보
● 영덕해맞이공원∼오보해변∼경정해변∼축산항
길이 12.2㎞
소요시간 4시간
난이도


통일의 꿈을 담다 49코스(고성)


 



49코스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오른쪽)에서 시작해 화진포(왼쪽)를 거쳐 통일안보공원까지 이어진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에서 시작한 49코스는 항구 뒤편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소나무가 그늘을 내어주는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15분쯤 올라가면 언덕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극적이다. 미동 없이 고요한 화진포 앞바다와 끊임없이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에서 내려와 화진포로 향하는 길에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있다. 1938년 지은 건물로 48년부터 2년 동안 김일성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단다. 지금은 역사·안보 전시관으로 바뀌어 한국전쟁과 북한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김정일이 여섯 살 때 화진포의 성 계단에 앉아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 화진포의 성에서는 옥상을 올라가 봐야 한다. 옥상에 설치한 망원경으로 보면 이북 땅이 생생하다.

화진포를 빠져나온 길은 초도항∼대진항 등 작은 포구를 지난 뒤 통일안보공원에서 끝난다. 49코스는 사실상 해파랑길 도보여행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해파랑길의 마지막 코스는 50코스이지만, 시작점인 통일안보공원부터 제진검문소까지 약 5㎞ 구간만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나머지 구간은 차량만 통행할 수 있다.

고성에서는 다음달 4일 축제가 열린다. 화진포 광장에서 강원도립예술단·군악대·강릉시립합창단 등이 축하 공연을 펼친다. 고성 어린이 에어로빅 공연단과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오전 11시부터 화진포 광장에서 거진항까지 5.2㎞를 걷는다. 거진항에서는 오후 1시 10분부터 해파랑길770걷기축제 폐막식이 진행되고, 한 달 동안 이어진 전체 행사가 마무리된다. 고성군 관광문화과 033-68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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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코스 정보
●  거진항∼화진포의 성∼금강산콘도∼통일안보공원
●  길이 11.8㎞
●  소요시간 5시간30분
●  난이도

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동해안 절경을 오롯이 품다, 스페인 산티아고길 저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