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다이어리

아들

힉스_길메들 2006. 6. 10. 20:54

아들이 입대(의무경찰)를 한 후 100일 휴가가 월드컵 개막일에 즈음해서 있다고 해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린다.

 

며칠전에 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는 월드컵기간이라 백일휴가는 연기가 되는 듯 하다고 통지를 해서는 기다림을 포기하고 직장 근무를 나갔는데 10시반이 넘은 시간에 손폰이 울려서 확인을 하니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일인가 의아해 하면서 폴더를 열어 보니 아들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귓가에 맴돈다.

비록 집에서 가까운 강동경찰서에 있고 이따금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만 듣다가는 오늘 특별히 외출을 허락받아 집에 왔노라며 여친이 1주일 후에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에 점심을 함께 먹고 영화를 같이 보고는 경찰서에 5시까지 입서를 한다고 한다.

아들의 그 목소리가 한 여름의 장맛비 마냥 오락가락 천둥번개가 우르르 쾅쾅 치듯이 귓가에 하루종일 머물러 있다.

 

늦은 오후에 행여나 아들이 집에 있는가 궁금해 하며 집에 전화를 하니 아내는 아들의 행동이 서운했는지 여친을 만나기 위해 용돈을 얻으려 집에 왔노라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허긴!. 매일 아들 녀석의 근황에 대해 여친에게는 전화도 골천번 했을 것이다라며 이러쿵저러쿵 늘어 놓는 것이 그사람의 일과이지만. . .

이렇게 왔다가는 금방가니까 더욱 서운했는가 모르겠다.

 

퇴근을 하며 둘이서 오붓하게 저녁을 먹으려 비도 오고 하여서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승용차를 같고 나오라고 한다.

퇴근을 하니 하늘엔 구멍이 뚫렸는지 억수로 소나기 같은 빗줄기가 엉엉 소리내며 나리고 거리에 뒹구는 종이조각은 한 조각의 돗단배가 되어 물살을 가른다.

전철에서 내려서는 아내가 몰고 나온 승용차에 올라타 뜸팡이묵은지김치찜식당으로 가서는 뜸팡이묵은지고등어조림을 시켰으나 고등어가 없어 꽁치조림으로 시킨다.

시큼하며 부드러운 뜸팡이묵은지는 낮동안 아들녀석의 목소리와 헛씨름한 이 내 입맛을 되돌려 놓고 비릿한 꽁치는 입속에서 고소함에 녹아 목구녕으로 흘러 내린다.

 

오늘은 아들녀석의 목소리로 애틋함이 더욱 묻어 나오는 날이다.

녀석은 오늘 경찰서로 귀서후에 저녁식사를 마친 뒤 야간순찰을 돌아 다닐 것이다.

이렇게 비가 나리는 어둠의 대지를 을씨년스런 골목길에 황량한 회색벽돌담밑을 쏟아진 빗물에 가로막힌 도랑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언제나 녀석을 보게 될런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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