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근처에는 커피전문점이 꽤 많은 편이다. 병원을 개원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병원 주변 식당 수보다 커피전문점이 더 많다. 같은 건물 내에 두 곳이나 있는 것도 봤다. 이렇게 많아도 수익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을까 싶었는데, 가끔 들러 보면 빈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간혹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커피를 얼마나 많이 마시기에 커피가게들이 이렇게 많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우리 병원 젊은 직원 중에도 하루에 4잔은 기본이고, 친구들을 만나면 5~6잔은 기본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커피값이 하루 밥값보다 더 많이 나가는 셈이다.
하루 세끼 식사보다 자주 마시는 커피, 건강에는 괜찮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커피는 건강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매일 4잔 마시는 사람은 담석증 발생 확률이 남성은 45%, 여성은 25% 낮아진다고 한다.
커피는 정신을 집중하거나 졸음을 쫓는 데 도움을 준다. 카페인이 피로물질인 ‘아데노산’ 작용을 억제해 졸음을 사라지게 한다. 이러한 카페인의 각성효과 때문에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커피를 선호하는 것이다. 밤샘 작업을 하다 동료와 커피를 몇 잔 먹다 보면 다시 기운을 차려 업무에 집중했던 기억, 다음 날 학교에서 볼 시험 때문에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위인도 커피와 함께 업적을 달성했다. 바흐가 수많은 밤샘 작업 끝에 만든 곡이 ‘커피 칸타타’였다.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커피와 함께 보냈으면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또한 이마누엘 칸트, 장 자크 루소도 커피 애호가로 유명하다.
커피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도움만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얼마 전 과민성 방광으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있었다. 나이도 40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환자 본인도 과민성 방광으로 진단을 받았을 때 많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진료하면서 평소 식생활에 대해 들어 봤는데, 단 음식을 좋아해서 초콜릿을 하루에 3~4개씩 먹는다고 했다. 게다가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아메리카노도 하루에 4잔은 마셔야 한다고 했다.
젊은 남성이 과민성 방광에 걸리는 이유는 위의 환자 경우처럼 식생활의 영향이 크다. 물 대신 커피나 주스를 자주 마시면 방광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특히 커피나 초콜릿은 카페인이 다량으로 들어 있어 이뇨작용을 더욱 촉진시킨다. 낮에 깨어 있을 때는 물론 새벽에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게 되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식생활은 어릴 때부터 길러진 것이라 환자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가 평소 소변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봤다면 식생활을 점검하고, 과민성 방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민성 방광은 요실금과는 다르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소변이 방광에 다 차기도 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반면 요실금은 기침하거나 크게 웃을 때, 운동을 할 때 배에 힘이 들어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다. 요실금은 보통 출산을 경험한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우리 병원 직원 이야기를 빌려 오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피로가 덜 풀린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 방광이 잘 견뎌 주지만 계속 커피를 자주 마시다 보면 과민성 방광에 걸릴 수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대한비뇨기학회에서 만든 과민성 방광 영상도 함께 보여주었다. 매번 출근할 때 꼭 한 손에 커피 컵을 들고 있던 직원이 얼마 전부터 빈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도 방광을 위해서 커피를 조금 줄여 보는 게 어떨까.
문화일보 20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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