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기록

삼월 삼짇날

힉스_길메들 2011. 12. 22. 21:07

[정의]
음력 3월 3일을 가리키는 말.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였다.

이날을 ‘강남갔던제비오는날’이라고도 하며, 삼질(삼짇날의 준말), 삼샛날 또는 여자의 날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계음일(禊飮日) 같은 이칭이 있다.

양의 수가 겹치는 삼짇날은 파릇파릇한 풀이 돋고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래서 이날은 봄에 걸맞는 모든 놀이와 풍속이 집중되어 있다.

[내용]
이날은 9월 9일에 강남 갔던 제비가 옛집을 찾아와서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며, 나비도 날아든다.

마른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고 산과 들에 푸르고 붉은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삼짇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놀러 가는데, 이를 화류놀이라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화전놀이, 꽃놀이 또는 꽃다림이라고 하며, 대개 늙은이는 늙은이들끼리, 젊은이는 젊은이들끼리, 부인들은 부인들끼리 무리를 지어 가서 화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먹고 하루를 즐긴다.

고시조에 “낙양 삼월시에 곳곳이 화류로다. 만성춘광이 그림에 들었세라. 아마도 당우세계(唐虞世界)를 다시 본 듯 하여라.”라고 읊은 것이 있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날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기도 한다.

 

3월을 노래한 사친가(思親歌)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다.
연자(燕子)는 날아들어 옛집을 찾아오고

호접(胡蝶)은 분분하여 구색을 자랑한다.
백마금편(白馬金鞭) 소년들은 화류춘풍(花柳春風) 흥을 겨워
쌍을 지어 노닐 적에 산화작작(山花灼灼) 난만개(爛漫開)라.
슬프도다 세월이여 애오생지(哀吾生之) 가린하나
탄광음지(嘆光陰之) 여류로다.
슬프도다 우리 부모 답청절(踏靑節)을 모르시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보면, 조선 중엽 이후에는 많은 유생들이 삼월 삼짇날에 시제(時祭)를 지냈다고 한다.

 

[절식]
삼짇날 무렵이면 봄기운이 왕성하고 흥이 저절로 나, 사람들은 산과 들로 몰려나가 화전과 수면을 만들어 먹으며 봄을 즐긴다.

찹쌀가루에 반죽을 하여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둥글게 지져 먹으니 이것을 ‘화전(花煎)’이라고 한다.

또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五味子) 물에 넣고, 또 꿀을 타고 잣을 넣어 먹으니 이것을 화면(花麵)이라고 한다.

더러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녹두가루와 반죽하여 만들기도 하며, 붉은색으로 물을 들이고 꿀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을 ‘수면(水麵)’이라고 하여 제사에도 사용한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봄철 여러 가지 떡을 해서 먹는다. 흰떡을 하여 방울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떡에다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다섯 개를 이어 구슬을 꿰어 만든다. 작은 것은 다섯 개씩이고, 큰 것은 세 개씩으로 하는데, 이것을 산떡[饊餠, 꼽장떡]이라고 한다.

또 찹쌀과 송기와 쑥을 넣어서 떡을 하는데, 이것을 고리떡[環餠]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날에는 부드러운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들어 먹으니 이것을 쑥떡이라고 한다.

봄철에 먹는 술로 각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술을 빚으니 소면주(小麪酒), 두견주(杜鵑酒), 송순주(松荀酒), 과하주(過夏酒)가 유명하고, 관서지방에서는 감홍로(甘紅露), 벽향주(碧香酒)와 해서지방의 이강주(梨薑酒), 호남지방에서는 죽력고(竹瀝膏), 계당주(桂當酒), 호서지방의 노산춘(魯山春), 서향로(瑞香露)가 유명하다.

그리고 사마주(四馬酒)는 넷째 오일(午日)에 거듭 빚은 술이므로 이렇게 부르는데, 이 술은 한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송사(宋史)』에 “고려에는 상사일(上巳日)의 쑥떡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친다.” 하였고, 동월(董越)의 『조선부(朝鮮賦)』에 “3월 3일에는 쑥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드는데, 이것을 쑥떡이라 하였으며, 중국에는 없는 것”이라 하였다.

 

[속신]
이날 흰나비를 보면 그 해에 상복을 입게 된다고 하여 불길하며,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그 해 운수가 좋다고 여긴다.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물이 흐르듯이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부녀자들은 다투어 머리를 감기도 한다.

삼짇날에는 동면하던 뱀도 나오는데 이날 뱀을 보면 좋지 않다고 해서 꺼린다.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고, 호박을 심으면 잘 되고, 약물을 마시면 연중무병하고, 평소에 하지 못하던 집안 수리를 해도 무탈하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