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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장어구이집 '임진강'

힉스_길메들 2011. 12. 30. 23:40

 

제대로 구운 장어로 새봄의 활력을 '펄떡펄떡'

장어, 정력에만 좋은 줄 알았는데…

장어에는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해 예로부터 허약체질인 사람들이 몸보신용으로 애용하여 왔다. 철분과 비타민 A, 칼슘이 많아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고, 여성의 난소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탄력 있는 피부와 주름방지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남성의 스태미나를 강화시켜준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동의보감에 '뱀장어가 허로(虛勞, 몸과 마음이 허약하고 피로함)와 오치(五痴)에 약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오치'가 두뇌나 정신적인 결함을 뜻하는 것들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장어가 육체적 기능 강화 뿐 아니라 정신과 두뇌활동도 개선시켜준다는 점이다.

장어에는 DHA, EPA, 레시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혈액의 노폐물이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두뇌발달과 뇌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아울러 기억력과 학습능력도 향상시켜준다고 한다. 장어는 단순히 사람의 하드웨어적 기능만 보강해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도 좋게 해주는 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 박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일까? 대전 시내 한가운데로 흐르는 갑천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자리 잡은 유성구 일대의 대덕연구단지가 아닌가 한다. 이곳에는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비롯,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연구기관들이 모두 모여 있다. 이들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국보급 두뇌들이 즐겨 찾는 장어집이 대전 유성구 장대동 <임진강> 042-825-9200 이다.


좋은 수질서 자란 장어, 깨끗하게 손질해 참숯에 구워
조웅기, 박근혜 씨 부부가 운영하는 장어구이 전문점 <임진강>은 질 좋은 장어를 선별, 깔끔하게 손질하고 제대로 구워 내놓아 대학과 연구소의 깐깐한 샌님들에게 합격점을 받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의 숯가마에서 생산한 참숯
맛있는 장어구이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장어를 기르는 양만장의 물이 깨끗해야 한다. 국산장어와 중국산 장어의 질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오염된 물에서 키운 장어는 냄새가 나고 육질도 떨어진다. 원수 자체의 수질이 나쁘거나 배설물을 치워주지 않으면 물이 오염되기 때문에 양만장의 수질은 장어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이 집에서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의 양만장에서 키운 장어를 쓰는데, 항상 수질 검사를 통해 유럽식 제어시스템으로 정화된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고.

맛있는 장어구이의 두 번째 조건은 위생적인 시설에서 제대로 손질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나 돼지처럼 장어도 잡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하거나 미숙하게 처리하면 근육이 경직되어 식감이 떨어진다. 대개의 장어집에서는 마취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 집은 전기마취를 배제하고 잡은 즉시 찬물에 넣어 피를 충분히 빼내 잡냄새를 제거하고 있다. 주인장 조씨가 직접 손질을 해 더욱 믿음이 간다.

좋은 물에서 자란 장어가 맛있는 장어의 첫 째 조건이라면, 마지막 조건은 장어를 굽는 숯의 품질이다. 이 집은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의 숯가마에서 생산한 참숯을 쓰고 있다. 참숯을 고온의 가마에서 꺼내 진공상태에서 식혀 백탄으로 만든 것이어서, 장어를 구우면 원적외선의 방출과 함께 속살 깊숙한 곳까지 동시에 익혀주어 훨씬 장어의 풍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장어 소금구이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과일과 한방재로 만든 순한 소스로 맛내

이 집의 장어는 소금구이(1kg, 4만7,000원)와 양념구이(1마리, 1만9000원)가 있는데, 양념구이는 간장양념과 고추장양념을 한 것 두 가지다. 소금구이는 핏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양질의 참숯불에 구워 담백하다. 구운 장어를 찍어먹는 소스는 안 주인 박씨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구기자, 감초, 약쑥, 계피, 황기, 당귀 등 여러 가지 한방재료로 만들었다. 그러나 한약재 냄새가 강하지 않고 장어맛과 잘 어울린다.

다른 집에 비해 단맛을 줄이고 직접 만든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구운 간장구이는 장어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맛있게 먹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추장구이에 바르는 양념은 고추장에 사과, 배, 키위 등의 과일과 양파, 대파 등을 갈아 넣고 역시 한방재료를 함께 넣어 만든 것이다. 잘 구워서 한 입 먹어보니 고추장의 매콤한 맛과 함께 미세한 과일향이 입안에 감돌아 장어의 풍미를 돋워준다.

장어 양념구이
이 소스들은 모두 장어를 다린 육수와 한방재료를 기본 베이스로 만들어, 은은한 미감과 함께 몸에도 좋다. 화학조미료에 의한 인공의 맛을 배제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생일을 맞은 고객이나 단골고객에게는 낙지구이나 낙지볶음을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특히, 단골고객에게는 장어와 궁합이 잘 맞는 복분자주를 내오기도 한다. 젊은 여성 손님들 사이에서는 이 집 안주인이 만든 검은콩-참깨 드레싱과 유자 드레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원한 물김치와 깻잎장아찌도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잔잔한 재미 주는 남성 과시 캐릭터, '장돌이'

잔잔한 재미 주는 남성 과시 캐릭터, '장돌이'

이 집의 캐릭터는 남성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장어, ‘장돌이’다. 주인장 조씨가 디자인을 했는데 장어의 강정효과를 아주 재미있고 함축적이면서 해학적으로 그려놓아 이 집을 찾는 고객들에게 잔잔한 재미를 주고 있다. 얼핏 보면 변강쇠전에 나오는 장승같기도 한데, 보면 볼수록 귀엽고 친근하다. 태평양 심해까지 헤엄쳐 가는 장어의 힘, 틈만 있으면 어디든 뚫고 들어가는 장어의 돌파본능이 ‘장돌이’에게서 느껴진다.

주차장이 건물 뒤편에 있어 식당을 끼고 오른 쪽으로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160평의 넓고 여유 있는 식당 공간은 깔끔하고 깨끗해 아주 쾌적하다. 머리를 식혀야 하는 연구소 연구원들이 회식을 하거나 세미나 등 각종 학술회의를 끝내고 단체 모임을 갖기에 좋은 장소다. 물론, 주부들이 겨울을 지내느라 허약해진 남편과 함께 오면 더욱 좋겠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장어만큼 새봄의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느끼게 해줄 좋은 선물은 또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