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헬스

내시경이 놓친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복용해 찾는다

힉스_길메들 2012. 3. 1. 03:58

새 검사법 어떤 게 있나
증상 다양해 진단 힘들고 위내시경 해도 60%는 못찾아
양성자펌프억제제 투여법… 캡슐, 식도에 붙여 변화추적법 식도괄약근 잘라내는 수술도

 

오래전부터 가슴 통증에 시달리던 이모(55·경기 수원시)씨는 여러 진료과목을 전전하며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역류성식도염 치료제를 1주일간 먼저 먹어보는 '치료제 검사'를 받고서야 역류성식도염이 원인이라고 찾아냈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나 음식물이 위에서 식도로 올라오는 병으로, 한국인 100명 중 8.5명꼴로 흔하지만 진단이 쉽지 않다.

위내시경 해도 60%는 발견 안 돼

역류성식도염은 우선 증상으로 진단한다. 가슴쓰림·위산 역류(목에 신물이 올라와 쓴맛이 남) 등 2가지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 대부분 다른 검사 없이 역류성식도염으로 진단한다. 검사가 필요하면, 위내시경과 24시간 식도산도검사(얇은 관을 코를 통해 위식도괄약근 부위에 밀어넣은 뒤 이 관과 연결된 그래프 기록계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위산 역류 상태를 점검) 등의 방법을 쓴다.

그러나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준성 교수는 "역류성식도염 환자 중 가슴쓰림과 위산역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절반도 안 되고, 흉통·만성기침·목의 이물감·삼킴곤란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더 많아서 증상만으로 병을 모두 진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역류성식도염 환자의 60%는 식도에 염증이나 협착이 없기 때문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정상으로 나오고, 24시간 식도산도검사 역시 환자의 50%를 놓친다"고 말했다.

역류성식도염은 환자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검사법을 쓴다.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를 먼저 먹여서 증상이 가라앉는지 살펴보고 진단하기도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치료제 복용시켜 진단하기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 검사법이 시도되고 있다. ▷양성자펌프억제제검사=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위산을 운송하는 단백질) 억제제'를 2배 용량으로 1주일간 투여해서 증상이 가라앉는지 확인한다. 이광재 교수는 "위내시경이나 산도검사로 원인을 못 찾을 때 치료제를 먹여서 효과가 있으면 역류성식도염이라고 진단하는 방법"이라며 "일단 진단되면 양성자펌프억제제를 본격적으로 복용시킨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가장 먼저 하는 검사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마지막에 쓴다. ▷다채널식도강내임피던스산도검사=24시간 식도산도검사와 동일한 방법이지만, 삽입하는 관이 특수해 위산과 함께 음식물 역류까지 알 수 있어서 환자 발견율이 10~20% 높다. 이준성 교수는 "생활 패턴을 평소와 다르게 하면 검사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코에 관을 꽂은 뒤에도 평소와 같은 생활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보캡슐검사=내시경으로 캡슐을 식도에 붙여 하루 일과에 따른 위산 역류 변화를 분석한다. 무선 그래프 기록계를 차고 일기를 써야 한다. 48~96시간 검사돼 검사 정확도가 기존 검사보다 10~20% 높다.

위와 식도 사이 조여주는 수술도

검사뿐 아니라 치료에도 새로운 방법이 나와 있다. 이광재 교수는 "역류성식도염은 치료해도 6개월 안에 70%가 재발할 정도로 치료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식도괄약근이 쉽게 벌어지지 않도록 크기를 줄여주는 항역류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주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두 곳에서 한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적은 사람이 대상이다. 위산과 음식물 역류는 줄지만, 반대로 음식물이 식도에서 위로 잘 넘어가지 않거나 트림이 안 돼 복부 불편감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아직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