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은 대장암의 씨앗이라 할 수 있다. 선종은 일반적으로 용종을 거쳐 발병한다. 용종이란 대장 내부 표면에 생기는 일종의 혹으로, 용종을 알아야 선종을 알고, 선종을 잡아야 대장암도 잡는다.
대장에 용종이 산다
대장에서 곧바로 암이 생기는 경우는 전체 대장암 가운데 5% 정도다. 나머지 95%는 대장 안쪽 점막에 생기는 작은 혹 같은 융기물에서 발병한다. 이 융기물이 용종이다. 용종은 위나 소장, 대장 등의 소화관을 포함해 점막이 있는 모든 기관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용종이 있을 확률도 크다. 용종이 모두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장에서 발견되는 용종은 50~70%가 염증 또는 단순 점막 이상으로 나타나며, 30~50%가 암으로 발전한다. 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을 ‘선종성 용종(선종)’,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용종을 ‘비종양성 용종’이라 한다. 모양에 따라 긴 줄기(목)를 가지는 '유경 용종’과 줄기가 없는 납작한 형태의 ‘무경용종’으로 나누기도 한다.
비종양성 용종의 종류
증식성 용종 - 과도하게 성숙한 용종으로 40세 이후 연령이 증가할수록 흔하게 발견되며 외관상으로는 선종과 구별되지 않는다.
염증성 용종 - 장에 염증이 생기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점막이 돌출하며 생긴다.
과오종 - 대장 점막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포 혼합으로 만들어진 용종이다. 유년기 용종이 대표적이다.
암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선종
대장암의 95% 이상이 선종에서 발생한다. 선종은 비종양성 용종과 마찬가지로 대장 점막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용종이다. 조직에 융모 형태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관상 선종, 관상-융모성 선종, 융모성 선종으로 구분된다. 대장암은 대부분 선종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선종을 제거하면 그만큼 대장암 발병 빈도가 낮아진다.
선종은 크기가 점점 커지다가 일부가 암으로 변하고 대장벽을 침범해 퍼진다. 암이 커지면 방광이나 소장 주변 장기에 직접 침범하거나 림프와 혈액을 통해 간 또는 폐로 전이되기도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시간은 보통 5~10년이다. 따라서 개인차를 감안하더라도 3~5년에 한 번씩 대장암검사를 받으면 용종이 아닌 암으로 발견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편 용종을 떼어내도 다시 생길 가능성이 약 30%다. 그렇더라도 용종이 다시 생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정기적인 대장암검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선종이 클수록 암 발병률이 높다?
선종 크기에 따라서도 발병률이 달라진다. 보통 크기가 클수록, 조직검사에서 융모 형태의 세포가 많을수록, 세포 분화가 덜 됐을수록 암으로 진행되는 시간이 짧고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선종 크기가 1cm 미만일 때는 암 가능성이 1% 이하지만, 2cm 이상이면 선종에 암세포가 있을 확률이 10%로 치솟는다. 3cm가 넘으면 암 발생률이 40~50%나 된다. 내시경검사에서는 용종이 비종양성 용종인지, 선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되면 무조건 떼내는 것이 좋다. 선종의 발병 원인은 대장암 발병 원인과 동일하다. 직계 가족 중 대장암이나 선종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고지방식, 비만, 음주, 흡연 등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대장 용종의 증상과 예방
대장에 용종이 생겼다고 해서 체감 가능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용종이 크면 끈적끈적한 점액변이나 혈변을 보는 경우가 있고, 심하면 빈혈을 유발한다. 직장에서 용종이 발생하면 잔변감 등으로 인한 배변습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용종이 심하게 커지면 장을 막거나 변비, 설사, 복통을 유발한다.
용종은 노화과정에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므로 정기 검진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종을 포함한 대장 용종을 예방하려면 기름기 많은 음식이나 지나친 육류 섭취를 줄이고 튀기거나 불에 직접 굽는 것보다 찜으로 먹는다. 과일, 채소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규칙적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체 대장암의 15~20%는 유전적 요인과 관계 있다. 가족성 용종증은 항문에서 대장에 걸쳐 다량의 용종이 발견되는 질환이다. 용종이 100개 이상 발견되면 진단할 수 있고, 수천 개 이상인 경우도 흔하다. 가족성 용종증은 유전성 대장암의 한 종류로 전체 대장암 환자 중 1%가 가족성 용종증에서 비롯된다. 암 발생을 억제하는 APC 유전자의 배선 돌연변이가 원인인데, 대장을 절제하지 않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00%다. 용종이 대장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수술 시 대장 전체를 절제한다.
Health Tip 혈변, 치질일까 대장암일까?
치질은 항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보통 치질이라고 부르는 병은 정확하게 말하면 치핵이다. 치핵은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다만 치핵의 주요 증상이 배변시 불편감과 출혈이고 이는 직장암 증상과 비슷하다. 때문에 이를 감별하기 위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직장암이 있을 경우 이전에 없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이전부터 있던 치핵이 악화될 수 있다. 직장암과 치핵이 같이 있을 경우 치핵만 치료해서 암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나이가 많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치핵 환자는 대장암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이 진행되었다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 또는 변비가 생기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나타난다.또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직장 출혈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장암 = 결장암 + 직장암
대장암은 대장에 생긴 악성종양을 말한다.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되고 결장은 다시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그리고 에스결장으로 나뉜다. 암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고 부르며 이를 통칭해 대장암 혹은 결장직장암이라고 한다. 각 부위별로 암 발생률을 살펴보면 맹장과 상행결장 25%, 에스결장 25%, 직장 20%, 횡행결장 15%, 직장에스결장 접합부 10%,하행결장 5% 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좌측대장암 증상
횡행결장과 하행결장으로 갈수록 변이 농축된다. 대장 지름이 좁아지기 때문에 변비와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우측대장암보다 흔하며, 장 폐쇄 증상도 자주 발생한다.
우측대장암 증상
장이 굵고 대변에 수분이 많은 상태라 증상이 거의 없다. 증상이 있으면 변비보다는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측 대장에 암이 생기면 체중 감소와 빈혈 등의 증상으로 피곤하고 몸이 약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직장암 증상
암이 자라면서 끈적끈적한 혈변과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동반할 수 있다. 배변습관 변화로 변을 참기 힘들거나, 변을 본 후에 다시 변의가 밀려 오면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만으로는 치질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우니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밀검사를 받는다.
대장암의 단계별 특징
0기 - 대장 가장 안쪽 조직인 점막층에 대장암이국한된 경우다. 대장 점막에는 혈관이나 림프관 등 다른 부위로 암이 퍼져나갈 수 있는 관상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암을 발견해 제거하면 완치율이 거의 100%다.
1기 - 점막조직에서 발생한 대장암이 점막하층과 근육층까지만 침범한 경우로, 아직 암이 대장에 국한된 상태다. 이 단계에서 암을 발견해 제거하면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2기 - 암이 대장벽의 근육층 밖으로 뚫고 나오거나 주위 조직까지 침범했으나 아직 림프절 전이가 없는 상태를 2기로 정의한다. 콩알만 한 크기의 림프절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방어 초소다. 통상 대장암 2기 완치율은 70~80%다.
3기 - 대장의 림프절은 대장의 주요 혈관을 따라 분포하는데, 이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대장암 3기로 분류된다. 3기 완치율은 50~60%로 보고돼 있다.
4기 - 이 단계는 대장암이 폐나 간 등 다른 장기로 퍼져 나간 상태다. 통상 5% 이하 완치율을 보인다.
/ 취재 최덕철 헬스조선 기자 choidc@chosun.com / 일러스트 조영주
자료제공 대한대장항문학회, 서울아산병원 / 자료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