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헬스

안구건조증인데… 왜 관절 쑤시고 머리 빠지지?

힉스_길메들 2012. 5. 26. 01:29

쇼그렌증후군
30~40대에 주로 발병, 침 마르고 탈모·관절염 생겨
아직까지 치료법 없어… 석 달 한 번 검사 받아야

 

안구건조증이 심해 늘 인공눈물을 갖고 다니는 회사원 최모(35·대전 서구)씨는 안과에 갔다가, "단순한 안구건조증이 아닌 자가면역질환인 듯하니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를 찾은 그는 '쇼그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구건조증 10명 중 3명은 쇼그렌증후군"

쇼그렌증후군이란, 눈물·땀 등의 액체를 몸 밖으로 분비해야 하는 외분비샘 기능이 망가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쇼그렌증후군이 눈에 나타나면, 각막·결막을 덮는 상피세포가 파괴돼 각막염·결막염이 생기거나, 눈물샘이 파괴돼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

안과에서 로즈벵갈 염색 검사를 하면 손상된 각막·결막의 상피세포가 붉은 색으로 물든다. 이 검사를 통해 쇼그렌증후군이 의심되면 류마티스내과 등에서 추가 검사를 받아 확진한다.

전남대병원 안과 윤경철 교수팀이 이 병원에서 안구건조증을 진단받은 환자 206명을 조사한 결과, 58명(28%)은 쇼그렌증후군이 안구건조증의 원인 질환이었다.

윤경철 교수는 "쇼그렌증후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생긴 사람은 증상이 심해져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며 "만성 염증 때문에 각막과 결막의 지각 능력이 떨어져 상피세포가 심하게 손상돼도 자신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도, 일반적인 안구건조증 환자는 각막·결막 상피가 많이 손상될수록 안구 건조감을 심하게 느꼈지만, 쇼그렌증후군이 원인인 환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절반이 관절염 동반해

쇼그렌증후군은 보통 30~40대에 발병한다. 따라서, 어릴 때 안구건조증이 없다가 이 나이대에 갑자기 심한 안구건조증이 생긴 사람은 쇼그렌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발병 초기에는 안구건조증·구강건조증 정도의 증상만 보인다. 병이 진행되면 30~40%는 백반증·탈모·레이노증후군(피부가 창백해지거나 청색으로 변하고 손발 저림·감각 이상을 동반하는 병)을 경험하며, 환자의 절반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관절염을 겪는다.

이안안과 임찬영 원장은 "이처럼 신체 곳곳에서 엉뚱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이 쇼그렌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쇼그렌증후군은 유병률이 1.0~2.7% 정도일 만큼 드물지 않은 병인데, 첫 증상이 생기고 나서 확진받을 때까지 평균 1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권미혜 교수는 "인공눈물을 써도 안구건조증이 잘 안 낫고 침이 잘 분비되지 않으면서 피로감·미열·근육통 등이 동반되면 쇼그렌증후군 검사를 받아보라"며 "일단 안과에서 로즈벵갈 염색 검사와 눈물량 검사를 해서 쇼그렌증후군이 의심되면, 류마티스내과에서 혈액·소변 검사를 하거나 이비인후과에서 아랫입술 안쪽 침샘의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한다"고 말했다.

쇼그렌증후군은 근본 치료법이 없다. 자가혈청 안약 등으로 안구건조증을 완화시키면서, 류머티즘 관절염·사구체신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경우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권 교수는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합병증이 생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림프종 가능성 일반인의 7~8배

쇼그렌증후군 환자는 악성 림프종(임파선암)이 생길 가능성도 일반인보다 7~8배 높다. 권 교수는 "안구건조증·구강건조증 이외의 증상을 겪은 환자 중 4~6% 정도는 악성 림프종에 걸린다"며 "쇼그렌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목 아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림프선 부위가 부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