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돼지고기·달걀·우유, 아토피와 별 상관 없다"

힉스_길메들 2012. 7. 6. 20:16

[아토피 둘러싼 오해]
음식이 악화시킨다는 속설, 3세 이후엔 근거 미약… 다른 원인 착각한 경우 많아
특정 음식 무조건 안 먹이면 발육 부진만 올 수도… 병원에서 정확히 검사해야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이모(7·서울 강남구)군에게 돼지고기, 계란, 우유 등은 '금식'이었다. 이런 음식이 아토피를 악화시킨다고 믿은 이군의 부모가 철저히 막았다. 그런데 최근 아들을 데리고 가서 음식 알레르기 검사를 시킨 이군의 어머니는 "세 가지 음식 모두 아토피와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오히려 성장기에 꼭 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아서 아들이 또래보다 허약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과 음식의 관계는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며 "자녀가 아토피라고 음식을 무조건 가려 먹이면 발육만 더디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 때문에 악화되는 아토피는 7.4% 뿐

박천욱 교수팀이 2~18세 아토피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음식과 아토피 피부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환자나 부모의 느낌과 실제 신체 반응은 큰 차이가 있었다. 면담 조사에서 "예전에 특정 음식을 먹고 아토피가 악화됐다"고 답한 환자는 44.2%(42명)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이들에게 실제로 해당 음식을 먹이고 증상 악화를 관찰하는 '경구 음식 유발검사'를 실시한 결과, 진짜로 과민반응을 보인 환자는 7.4%(7명)였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에 여러 가지 음식 성분을 담은 시약을 하나씩 주입하고 붉게 달아오르는지 확인하는 피부 반응 검사(프릭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환자들이 아토피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 음식은 달걀(13명)→돼지고기(9명)→우유(8명)→기타(12명) 등의 순이었지만, 경구 음식 유발검사를 통해 확인된 음식은 달걀(3명)→우유(2명)→돼지고기·땅콩(1명)뿐이었다. 박 교수는 "이는 아토피와 음식에 관한 통설이 상당 부문 근거 없다고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며 "환자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있는지 정확히 검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음식과 관계없는 환자들이 특정한 음식을 먹고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됐다고 느낀 것은, 다른 원인 때문에 피부염이 악화됐는데 하필 그때 해당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착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심되는 음식 직접 먹어보는 검사로 확인

아토피 피부염과 음식의 관계는 '혈액 검사'와 '해당 음식을 직접 먹어 보는 검사'로 알아볼 수 있다. 혈액 검사는 특정 음식의 항체 수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20~40여 가지 음식 측정이 가능하다. 총 4단계 중 3단계 이상의 수치가 검출되면 이상 반응으로 본다.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황규왕 교수는 "혈액 검사에서 이상 반응이 나오면 음식을 먹어 보는 검사를 다시 실시해 확진한다"고 말했다. 먹어 보는 검사는 우선 집에서 한다. 의심되는 음식을 2주간 금식한 뒤, 아침에 공복 상태에서 섭취하고 24~48시간 동안 아토피가 악화되는지 살펴본다. 실제로 악화됐으면 병원에 입원해서 의료진이 다시 섭취시키고 검사해 확진한다. 황 교수는 "음식과 아토피는 아이가 다양한 음식을 처음 접하게 되는 3세 이전에만 관계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이후에는 연관 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달맞이꽃 종자유는 아토피 개선

반면,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 효과가 밝혀진 음식물은 일부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와 있는 달맞이꽃 종자유가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달맞이꽃 종자유는 필수 지방산으로 아토피의 염증 및 가려움증을 완화시킨다"며 "아토피가 있으면 트랜스지방을 삼가고 필수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차는 아토피 피부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니켈 등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멀리해야 한다.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 pn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