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안주가 한 상 가득 나온다.
◆ 막걸리
전주의 지체 높은 어른들이나 돈 없는 대학생들이나 멀리서 온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찾는 곳은 똑같이 허름한 막걸리집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를 내는 '전주 막걸리집'은 이미 전국에 유명해졌다. 전주 시내에 막걸리집은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홍합, 꼬막, 새우 튀김, 병어 조림, 편육, 두부 김치, 조기찌개, 데친 문어, 꽁치 구이, 낚지 볶음 등 세기도 벅찬 산해진미에 외지 손님들은 "저녁을 괜히 먹고 왔다"며 한숨을 쉬고, "전주는 과식과 포만의 도시"라는 복에 겨운 푸념도 한다.
그렇다면 왜 전주에서 막걸리가 유명해진 걸까. 한옥마을 한옥생활체험관의 김병수 관장은 막걸리집의 푸짐한 안주는 백반집 상차림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끼라도, 대포 한 잔의 안주라도 구색을 갖춰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전주 사람들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전주 막걸리집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유행이 아니다. 전주와 막걸리의 인연은 오래됐고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고 한다.
김 관장은 "어릴 적 어머니가 술 드시는 아버지를 찾아 오라고 해서 가본 대폿집에서 어른들이 설탕을 타서 건네 줬던 막걸리로 처음 술맛을 배웠다"고 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대학가에도 유독 막걸리집이 많은 건 전주와 막걸리의 깊은 인연을 보여준다.
구도심의 경원동 대폿집들이 막걸리집의 원형이라고 한다. 단골 손님 상에 안주가 식으면 아무 말 없이 찌개 하나 새로 끓여 내주던 술집 주인들의 따뜻한 정이 흐르던 곳이다.
이후 막걸리집은 삼천동 서신동 평화동 등 신흥 주택가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신시가지의 상가 분양이 잘 되지 않아 비어 있을 때 임대료가 싼 이들 점포에 대폿집들이 하나 둘 들어건 것이다.
주택가 주민들이 해거름에 술 생각이 간절할 때 편한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기엔 막걸리집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인기를 얻어가며 지금의 막걸리촌들이 생겨났다. 처음엔 집집마다 안주가 달랐지만 '벤치마킹'의 전쟁을 치르면서 안주 종류와 맛이 비슷해졌다.
◆ 가맥
막걸리로 얼큰해진 전주의 취객들은 2차로 전주만의 또다른 술집 '가맥'을 찾는다. 풀어 쓰면 가게맥주다. 동네 슈퍼에서 파는 맥주와 안주 가격으로 술을 마시는 독특한 술 문화다. 호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 작은 가게에 하나 둘 모여 값싼 맥주를 마시면서 시작됐다.
전주시청 노송광장을 지나 출판사와 인쇄소가 줄지어 있는 출판거리에 가맥이 모여 있다. 가맥의 원조로 꼽히는 곳은 시청 인근의 '전일슈퍼'다. 슈퍼의 맥을 잇기 위해 가게 한 쪽에 과자나 음료수 등의 판매대가 작게 남아 있지만 이 집의 주력 상품은 맥주다. 맥주가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맥주회사에서 따로 인사를 할 정도라고 한다.
작은 점포 3개를 뜯은 1,500㎡ 규모의 실내는 30여 개의 낡은 탁자가 놓여 있을 뿐 인테리어에 신경 쓴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같은 병맥주를 파는데도 이 허름한 전일슈퍼가 유명한 건 이 집에서 내는 간장소스 때문이다.
전일슈퍼의 안주는 주인이 직접 연탄 화덕에 구워내는 갑오징어와 황태 그리고 계란말이다. 이들 안주를 찍어 먹는 간장소스의 맛이 아주 묘하다. 달착지근하며 짭쪼롬한 장이 중독성이 강하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듬뿍 섞으면 맥주 넘기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맥주는 1병에 2,000원. 안주는 1만2,000~1만5,000원. (063)284-0793
최근 도청 주변과 서신동 일대에도 가볼 만한 가맥들이 많이 생겼다.
전주의 지체 높은 어른들이나 돈 없는 대학생들이나 멀리서 온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찾는 곳은 똑같이 허름한 막걸리집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를 내는 '전주 막걸리집'은 이미 전국에 유명해졌다. 전주 시내에 막걸리집은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1만2,000원을 내면 20여 가지 맛난 안주가 테이블이 모자라도록 펼쳐진다. 한 접시 한 접시가 서울의 여느 술집에선 1만원 이상 받을 만한 것들이다.
홍합, 꼬막, 새우 튀김, 병어 조림, 편육, 두부 김치, 조기찌개, 데친 문어, 꽁치 구이, 낚지 볶음 등 세기도 벅찬 산해진미에 외지 손님들은 "저녁을 괜히 먹고 왔다"며 한숨을 쉬고, "전주는 과식과 포만의 도시"라는 복에 겨운 푸념도 한다.
그렇다면 왜 전주에서 막걸리가 유명해진 걸까. 한옥마을 한옥생활체험관의 김병수 관장은 막걸리집의 푸짐한 안주는 백반집 상차림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끼라도, 대포 한 잔의 안주라도 구색을 갖춰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전주 사람들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전주 막걸리집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유행이 아니다. 전주와 막걸리의 인연은 오래됐고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고 한다.
김 관장은 "어릴 적 어머니가 술 드시는 아버지를 찾아 오라고 해서 가본 대폿집에서 어른들이 설탕을 타서 건네 줬던 막걸리로 처음 술맛을 배웠다"고 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대학가에도 유독 막걸리집이 많은 건 전주와 막걸리의 깊은 인연을 보여준다.
구도심의 경원동 대폿집들이 막걸리집의 원형이라고 한다. 단골 손님 상에 안주가 식으면 아무 말 없이 찌개 하나 새로 끓여 내주던 술집 주인들의 따뜻한 정이 흐르던 곳이다.
이후 막걸리집은 삼천동 서신동 평화동 등 신흥 주택가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신시가지의 상가 분양이 잘 되지 않아 비어 있을 때 임대료가 싼 이들 점포에 대폿집들이 하나 둘 들어건 것이다.
주택가 주민들이 해거름에 술 생각이 간절할 때 편한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기엔 막걸리집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인기를 얻어가며 지금의 막걸리촌들이 생겨났다. 처음엔 집집마다 안주가 달랐지만 '벤치마킹'의 전쟁을 치르면서 안주 종류와 맛이 비슷해졌다.
◆ 가맥
막걸리로 얼큰해진 전주의 취객들은 2차로 전주만의 또다른 술집 '가맥'을 찾는다. 풀어 쓰면 가게맥주다. 동네 슈퍼에서 파는 맥주와 안주 가격으로 술을 마시는 독특한 술 문화다. 호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 작은 가게에 하나 둘 모여 값싼 맥주를 마시면서 시작됐다.
전주시청 노송광장을 지나 출판사와 인쇄소가 줄지어 있는 출판거리에 가맥이 모여 있다. 가맥의 원조로 꼽히는 곳은 시청 인근의 '전일슈퍼'다. 슈퍼의 맥을 잇기 위해 가게 한 쪽에 과자나 음료수 등의 판매대가 작게 남아 있지만 이 집의 주력 상품은 맥주다. 맥주가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맥주회사에서 따로 인사를 할 정도라고 한다.
작은 점포 3개를 뜯은 1,500㎡ 규모의 실내는 30여 개의 낡은 탁자가 놓여 있을 뿐 인테리어에 신경 쓴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같은 병맥주를 파는데도 이 허름한 전일슈퍼가 유명한 건 이 집에서 내는 간장소스 때문이다.
전일슈퍼의 안주는 주인이 직접 연탄 화덕에 구워내는 갑오징어와 황태 그리고 계란말이다. 이들 안주를 찍어 먹는 간장소스의 맛이 아주 묘하다. 달착지근하며 짭쪼롬한 장이 중독성이 강하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듬뿍 섞으면 맥주 넘기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맥주는 1병에 2,000원. 안주는 1만2,000~1만5,000원. (063)284-0793
최근 도청 주변과 서신동 일대에도 가볼 만한 가맥들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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