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유행하면서 요즘에는 어딜 가나 자동차와 인파에 치어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트레킹이나 등산 등의 ‘도보여행’에 캠핑의 요소가 곁들여진 ‘백패킹’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캠핑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백팩만 짊어지면 산이나 바다, 섬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백패킹의 장점이다. * 글 노진수 객원기자 사진 김애진(여행작가)
도시생활과 다름없는 캠핑장 풍경
우리나라의 캠핑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조금 특이한 편이다. 긴 여름휴가나 장거리 여행의 수단으로 곁들여지는 캠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캠핑을 위한 캠핑’의 성격이 짙다. 이렇다보니 ‘캠핑=놀고 먹고 자는 것’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휴가철이 되면 어딜 가나 텐트 쳐놓고 고기 굽고 술 마시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온 산과 바다와 들판이 캠핑족들로 몸살을 앓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캠핑을 즐겨온 입장에서 보면 요즘 캠핑장의 풍경은 한마디로 ‘지옥’이다. 어딜 가나 자동차와 인파에 치어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같은 건 온데간데없고 예약하랴 주차하랴, 자리 잡으랴 신경전을 벌이다보면 어느새 각박한 도시생활과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캠핑문화가 확산되는 것까진 좋은데,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캠핑장과 기타 제반 시설 등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 앞에선 캠핑에 대한 로망도 사그라지기 일쑤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장비가 크고 무거운 오토캠핑보다는 좀 더 작고 간소한 장비로 캠핑을 즐기는 가칭 ‘미니멀 캠핑’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장비를 간소화했다고는 하나 기존 오토캠핑족과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별 차이가 없는 탓에 아예 번잡한 캠핑장을 벗어나 조금 불편하지만 호젓한 자연 속에서 도보여행과 캠핑을 즐기는 백패킹 동호인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런 결과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백패킹’(Backpacking)이란 한자리에 머물러 먹고 자며 휴식을 취하는 캠핑과 달리 트레킹이나 등산 등의 ‘도보여행’에 캠핑의 요소가 곁들여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멀리, 좀 더 오래 도보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최소화해 배낭(백팩)에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이 그대로 고유명사화되어, 이들을 ‘백패커’(Backpacker)라고 부른다.
선진국에선 이미 30~40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최소한의 장비만 가진 채,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는 생생한 모험과 탐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의 위대함을 체감하는 궁극의 아웃도어 장르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모험’이라는 요소로 인해 일반적으로 해외여행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배낭여행’과는 구분된다.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에 캠핑을 즐기던 사람들이 소란하고 붐비는 캠핑장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도보여행을 떠나면서 백패킹의 세계로 접어들기도 하고, 반대로 등산 매니아들이 1박 이상의 종주산행을 위해 백패킹에 입문하기도 한다. 또한 깊은 계곡이나 무인도에서의 낚시를 위해 백팩을 짊어지는 경우 등 백패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면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오토캠핑과 비교해 백패킹의 장점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우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오토캠핑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백팩만 짊어지면 산이든 바다든 섬이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어떤 곳으로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예약이 필요 없고 야영료도 공짜다.
아울러 크고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로 인해 기존의 소형차를 SUV나 미니밴으로 바꾸는 과다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연료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줄이고 아끼는 분위기에서 단지 오토캠핑 장비를 수납하기 위해 큰 차로 바꾸는 건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그러나 백패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충분히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이다.
또한 텐트 쳐놓고 철수할 때까지 먹고 마시고 자기만 하는 캠핑과 달리 백패킹은 등산이든 걷기여행이든 꾸준히 움직이기 때문에 건강관리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백패킹에 나서기 전 유념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캠핑에 비해 체력소모가 큰 만큼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짐을 줄이면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줄어들어 좀 더 멀리, 오랜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덧붙여 정해진 캠핑장이 아닌 다양한 자연 환경 속에서 야영을 하고 여행을 하는 만큼 자칫 범죄나 사고 등 위급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므로 혼자보다는 되도록 둘 이상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또한 일기예보와 날씨변화에 관심을 갖고, 여행하는 곳의 주변 지리를 미리 파악해 두는 꼼꼼함도 필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체력’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군대에서 하는 ‘행군’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름철 기준 15kg 내외의 배낭을 짊어지고 온 종일 거친 자연 속을 누벼야 하는 탓에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백패킹 입문을 위해 이런저런 장비를 알아보고 여행지를 물색하는 것보다 우선이다.
Backpacking Tip
백패킹은 불법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보호·관리하고 있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에서의 취사와 야영행위는 불법이다. 다만 국립공원 내에서도 지정된 야영장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가능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과거 산림녹화사업의 취지에 입각해 산림의 육성과 보전에만 치중한 현재의 관련 규정들은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차차 이를 즐기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줄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굳이 이름난 산이 아니더라도 제주 올레길 같은 트레킹 코스는 물론 전국에 산재한 강과 바닷가, 시골마을 등도 백패킹을 즐기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장비소개
이 밖에도 외딴 곳으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구급약품 휴대는 필수다. 외상처치용 압박붕대와 지혈제, 소독약, 진통제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이동 중 하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한 스틱도 필수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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