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발간 150돌 겹쳐
전세계서 기념행사 잇달아
교황청도 3월 국제학술회의
《내년 1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92명을 태운 전세기가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비행기는 남미, 호주, 아프리카를 거쳐 같은 달 31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다.
탑승객들은 우루과이 뉴질랜드 포르투갈 등 도중 기착지에서 토착 문화와 생태를 관찰한다.
앞서 이달 30일에는 미국 뉴저지 주에서 한국의 ‘장보고호’가 411일간의 장도에 오른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물길을 헤쳐 나가면서 야생과 자연, 환경을 살핀다.》
하늘과 바다에서 ‘닮은꼴 여행’을 하는 두 팀은 여행 목적도 같다. 1831년 영국 해군성 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세계를 돌아 본 찰스 다윈(1809∼1882)의 여정을 답사하는 것.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이다.
내년은 다윈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면서 그가 ‘종의 기원’을 발간한 지 150주년인 해다. ‘종의 기원’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등과 함께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힌다. 그 가운데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이론은 현대에 오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다른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더 타임스는 최근 “자연선택이냐 신의 개입이냐는 문제는 다윈 탄생 200주년을 코앞에 둔 오늘도 여전히 논란거리다”라고 보도했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도 “철학 심리학 의학 경제학 등 대부분 학문에서 진화론을 대입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다윈의 이론은 오늘날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아래 내년의 기념행사는 풍성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애팔래치아대는 16일 다윈 특강을 시작했다. 저명 학자 13명이 ‘기원의 기원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내년 4월까지 강연을 이어간다.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윈전’을 열 계획이며, 프랑스의 툴루즈 박물관은 내년 2월 10일부터 다윈 기념 주간을 갖고 ‘진화와 의학’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TV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붐을 이룬다. 그 가운데 영화 ‘마지막 황제’의 제작자인 영국의 제러미 토머스 씨가 ‘창조’라는 제목으로 이달 말 크랭크인하는 영화가 가장 기대되는 작품. 그는 “오늘날처럼 다윈이 논쟁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시의적절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계도 다윈 200주년을 맞아 다윈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진화론과 창조론의 ‘화해’ 분위기도 싹트고 있다.
영국 성공회는 14일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영국 성공회는 당신을 오해한 것과 당신에 대한 잘못된 첫 대응을 한 것, 아직도 다른 이들이 당신을 오해하도록 부추긴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교황청도 나섰다. 내년 3월 7일부터 로마에서 가톨릭계 대학들인 이탈리아의 그레고리안대와 미국의 노터데임대가 바티칸의 후원으로 ‘종의 기원’을 논의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바티칸 관계자는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진화론을 논의하기를 원했던 다윈의 뜻에 맞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기념 출판, 전시회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 다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윈포럼’이라는 모임을 중심으로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 등 이른바 ‘다윈 3부작’을 새롭게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회로는 11월 14일 개관하는 경기 과천시 과천동의 국립과천과학관이 개관 기념으로 마련하는 ‘다윈전’이 대표적이다. 동아사이언스가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는 개관일부터 6개월 동안 다윈이 출간한 책, 다윈이 채집한 화석 등 해외에서 들여온 유물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종의 기원’은… :
찰스 다윈이 1859년 11월 24일 영국에서 펴낸 책으로 1858년 7월 린네 학회에서 발표한 진화론 논문을 요약 형식으로 엮었다. 이 책은 생명의 기원과 발전을 생존 경쟁과 변이 현상 등 자연선택설로 설명했다. 창조론이 대세였던 당시 ‘종의 기원’은 크게 공격받았지만 초판이 발매 당일 매진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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