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헬스

찬바람 불면, 손발 하얘지고 시린 레이노증후군 기승

힉스_길메들 2012. 11. 28. 15:05

낮은 온도가 직접적 악화 요인… 말초동맥 수축으로 혈관 막혀
백색→청색→적색으로 변해… 혈액순환개선제는 효과 없어

 

김모씨(60·여)는 사춘기부터 손발이 자주 시렸다. 그런데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양말을 두겹으로 신고 손에는 장갑을 끼었는데도 손과 발이 하얗게 변하고 심하게 저렸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레이노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레이노증후군은 손·발의 가느다란 말초동맥이 지나치게 수축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기온이 뚝 떨어지면 레이노증후군 환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11월~2월에 환자 60% 몰려"

국내 여성의 15~20%, 남성의 5~15%가 레이노증후군을 앓는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의료계는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신경 말단에서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과하게 나오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레이노증후군의 10~30%는 류마티스관절염·전신경화증·동맥경화증·갑상선기능항진증·간염·신경성질환 등과 동반된다.

특히 낮은 온도가 직접적인 유발 요인이기 때문에 11월부터 2월 사이에 많이 생긴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실제 진료를 볼 때 이 기간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전체 레이노증후군 환자의 60% 정도"라고 말했다.

전신경화증·루푸스에 나타나기도

레이노증후군은 손발의 색깔 변화가 3단계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그 다음엔 파란색으로 됐다가 다시 붉어진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경수 교수는 "혈관이 막히면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혈액 내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색이 파랗게 바뀌었다가 조금 지난 뒤 혈관이 넓어져 붉게 된다"고 말했다.

레이노증후군은 11월부터 2월 사이에 많이 생긴다. 차가운 물에 한 손을 담군 다음 적외선체열검사로 양 손을 비교해 보면 말초 혈관 변화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런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광국 교수는 "추위에 노출돼 때마다 증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도 병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손발을 장시간 추위에 노출시키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위 탓에 오랫동안 혈관이 수축돼 있으면 손가락·발가락이 두꺼워지다가 궤양이 생기고 심하면 살이 썩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조진현 교수는 "3단계 색 변화와 함께 손·발이 시리면 치료가 필요한 레이노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경수 교수는 "전신이 굳는 전신경화증일 때 100%,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일 때 25~50%, 류마티스관절염일 때 17~30% 레이노증후군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전신경화증은 폐렴이나 폐동맥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고, 루푸스는 신장·심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변색 시 따뜻한 물에 담가야

레이노증후군 진단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면 손을 뺀다.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 5분을 넘으면 레이노증후군이다. 이외에 자가면역질환이나 말초동맥질환·간염·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있는지 피검사로 간단히 확인한다.

레이노증후군은 완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조진현 교수는 "차가운 공기·물을 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조깅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족욕·반신욕으로 혈관을 이완시키면 좋다"고 말했다. 추울 때는 두겹으로 양말을 신고 장갑을 낀다. 몸에 꽉 끼지 않게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다. 증상이 심할 때는 혈관을 넓혀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혈액순환개선제는 별로 효과가 없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