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성질 차고 수분 많아 열 내리고 갈증 푸는데 ‘굿’
↑ 오이지(왼쪽)와 오이지냉국. 오이지는 아삭아삭하면서 짭조름해 맛이 좋고, 몸에 유익한 영양성분도 많이 지녀 입맛 없는 여름철 최고의 밑반찬으로 꼽힌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오이지만큼 요즘 40∼50대 이상 중년층에게 친숙한 반찬도 많지 않다. 먹고살기 고달팠던 시절, 오이지는 여름철 입맛을 돋워주는 최고의 반찬이었다.
별다른 양념 없이 고춧가루와 참기름에만 무쳐 내는 오이지 한 접시면 밥 한 공기 정도는 거뜬히 비울 수 있었다. 여기에 또 얇게 썬 오이지에 물을 타서 얼음을 동동 띄우고 파와 고춧가루를 얹어 내는 오이지냉국은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오이는 원래 성질이 차고 수분이 많아서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주는 효능이 가장 큰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요즘도 사람들은 등산 갈 때 초코파이보다 오이를 더 먼저 챙긴다.
오이에는 수분이 95%가량 들어 있고 무기질도 골고루 들어있어 갈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사람이 땀을 흘리면 그 과정에서 몸속의 수분과 함께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함께 내보낸다. 따라서 오이를 먹으면 물을 마실 때와 달리 각종 미네랄 성분도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수분 섭취가 관건인 열사병에도 오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방식품일 수 있다. 그러면 오이를 소금물에 발효숙성시켜 먹는 오이지는 어떨까.
오이는 수분함량이 높기 때문에 저장성이 좋지 못하다. 오이지는 오이의 그 같은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높은 농도의 소금물을 이용해 젖산 발효시킨 식품이다. 전문가들은 오이를 오이지로 만들면 오히려 김치보다 저장 보존기간이 길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저장 보존기간이 길어지면서도 오이의 주요 영양성분을 대부분 함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이지다.
오이의 효능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오이는 칼로리가 낮고 지방함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적합한 식품이다. 또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과처럼 오이에도 풍부한 펙틴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동맥경화도 예방해준다.
이와 함께 오이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몸의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이뇨작용을 돕고, 이소크엘시트린 성분은 부기를 가라앉혀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동안 오이가 숙취에 좋다고 해 오이소주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간에 들어간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고, 그것이 또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초산으로 분해돼 소변과 땀으로 배출된다. ADH와 ALDH는 식물 호르몬을 만드는데도 필요한 성분으로 오이의 체내섭취를 통해 활성화된다.
특히 최근에는 오이의 쓴맛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이의 쓴맛은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A, B, C, D에서 나오는 것이며 쿠쿠르비타신C는 항암효과가 있고, B는 간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오이지는 이 같은 오이의 성분에 특히 여름철에 땀으로 배출돼 부족하기 쉬운 성분을 발효과정에서 한 가지 더 받아들였다. 바로 소금인 염화나트륨이다.
우리 몸속의 체액에는 항상성 유지 등의 생리기능을 위해 각종 전해질 성분이 들어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소금인 염화나트륨이다. 소금은 체액의 삼투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투압에 의해 체액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며 원활한 체내 신진대사도 이뤄진다. 체내 알칼리와 산이 균형을 이루는데도 적정량의 소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이지냉국의 가치가 새삼 조명받을 수 있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오이지냉국에는 오이지의 소금이 녹아있다. 특히 오이지에서 녹아 나오는 소금은 숙성발효과정에서 불순물이 제거된 것이다
몸이 필요로 하는 소금 성분을 다시 보충하기 위해 제격인 음식이 바로 오이지냉국인 셈이다. 말하자면 이맘때 오이지냉국은 열사병 등 각종 '더위병'을 이겨내게 해주는 '천연이온음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움말=박유경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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