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내고향의 도립공원
01산과 바다가 만나는 남도의 끝자락,
해남 두륜산(703m)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에 있는 두륜산은 원래 커다란 바위덩어리 산이라는 뜻의 '한듬산'으로 불렸다. 이후 한듬-대듬-대둔으로 변해 대둔산으로 불리다가, 백두산의 '두'와 중국 곤륜산의 '륜'을 따 두륜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두륜산은 바깥에서 보는 멋과 안에 들어가서 걷는 멋이 모두 뛰어나 '명산'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 두루뭉술한 외양은 덕스럽기 그지없고,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웅장한 기암절벽이 형성된 외유내강형의 산이다. 빼어난 경치 덕에 지난 1972년 도립공원에 지정되었다. 두륜산은 주봉인 가련봉(703m)을 중심으로 고계봉·노승봉(능허대)·두륜봉·연화봉·도솔봉·혈망봉·향로봉·연화봉(병목안봉)의 8개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그 안부 중심에는 명찰 대둔사(옛 대흥사)가 자리 잡고 있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땅에 연꽃이 솟아 있는 느낌이 든다. 8개 봉우리 중 가련봉과 노승봉, 그리고 두륜봉을 두루 꿰는 종주 산행은 두륜산 최고의 등산로로 꼽힌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온대성 낙엽활엽수가 산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두륜산은 식물분포학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특히 대둔사 뒤편과 산자락 곳곳에 수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나무가 많아 봄철 동백꽃 산행지로 인기가 많다. 가을이면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의 헬기장 부근에 사람 키보다 높은 억새가 지천으로 피어 억새천국을 이룬다. 또한 여덟 개의 봉우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서해와 남해의 푸른 물결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두륜산은 뛰어난 자연경관 뿐 아니라 사찰, 유적지 등의 볼거리도 많다. 특히 산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대둔사는 신라 진흥왕 5년에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군의 총본영이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절에는 서산대사의 유물은 물론, 이광사·김정희·이삼만 등 명필들의 현판이 아직 남아있다. 또한 표충사를 비롯해 탑산사 동종 등 보물 4점과 천연기념물 1점 등의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절은 일제강점기에 대흥사로 불리다가 1993년에 대둔사라는 이름을 회복했다.
산길
두륜산 산행은 모든 코스가 대둔사에서 시작해 대둔사에서 마치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대둔사에서 주봉인 가련봉(703m)으로 가는 코스는 짧은 대신 길이 험하므로, 보통 북암을 거쳐 오십재에서 능선을 타고 가련봉으로 간다. 두륜산 정상에서는 완도, 진도 등을 포함한 다도해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며, 이 풍경은 가련봉에서 만일재로 가는 길에서도 내내 이어진다. 땅에서 솟은 듯한 연꽃 모양의 두륜봉에 오르면, 고계봉에서 시작한 암릉길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 마지막에는 구름다리가 화룡점정을 장식한다. 두륜봉에서는 일지암과 진불암 방향의 두 갈래 길이 있는데, 그 끝엔 대둔사가 나온다. 이 일주코스의 거리는 약 10km이며,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광산IC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영암 방면으로 18km 정도 간다. 이후 영춘리에서 18번 국도로 갈아타 해남 방면의 827번 지방도를 따라 신기리까지 간다. 신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807호 지방도를 타고 대둔사로 간다.
대중교통 이용 시, 광주까지 고속버스나 열차를 이용한 뒤 광주에서 해남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탄다. 해남에서 대둔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수시로 운행하며, 약 20분 소요된다. 해남교통 061-533-8826
사구미해수욕장
해남 땅끝에서 동북쪽으로 약 7km 떨어진 해수욕장으로, 울창한 솔숲과 긴 백사장이 일품이다. 이곳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다도해의 여러 섬과 땅끝 사자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도 인상적이다.
고천암호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호수로, 12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가창오리떼가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곳 갈대밭에서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등을 촬영했다.
02 불국토이자 거대한 선(禪)의 요람,
예산 덕숭산(495.2m)
덕숭산은 안성 칠장산에서 갈라져 나온 금북정맥 줄기가 봉수산을 거쳐 내포에 이르러 솟구친 산이다.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의 절반은 산 자체보다 백제의 명찰인 '수덕사'에 이유를 둘 것이다. 수덕사에 가보지 않은 이들도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는 들어보았을 터. 1966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 가요프로그램에서 상위에 랭크될 만큼 인기였으며, 때문에 지난 2000년 수덕사 앞에는 기념 노래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덕숭산은 곧 수덕사다. 산 하나가 그대로 불국토요, 거대한 선의 요람인 셈. '덕숭총림'이라 불리는 산에 깃댄 절과 암자만 9개이며, 경허·만공·일엽으로 이어지는 선승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전해진다. 그래서 덕숭산을 오르는 일은 등산보다는 사찰기행에 가까우며, 걸음마다 자아(自我)를 깨닫는 성찰기행이다. 덕숭총림의 행자승들은 아직도 '하루 일을 해야 한 끼 밥을 먹는다'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昨 一日不食)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덕숭산의 여러 암자 중 견성암, 선수암, 극락암, 환희대 등 서쪽에 몰려있는 건물들은 비구니들이 기거하는 도량이다. <청춘을 불사르고>로 잘 알려진 신여성 일엽(一葉)도 그곳에서 하안거를 지내며 화두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산 중턱에는 수덕사와 같은 연대에 창건된 정혜사가 있다. 정혜사 아래에는 수덕사에서 선불교를 일으킨 경허스님의 제자인 만공스님이 1924년에 만든 미륵불 입상이 있다. 만공스님는 일본강점기에도 우리 불교를 지키기 위해 애쓴 분으로, 당시 31본산 주지 중 유일하게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일본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고통받던 중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자연바위를 그대로 깎아 높이 7m에 이르는 거대한 미륵불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혜사에서부터 선승들의 발자국을 좇아 1080개의 계단을 내려오면, 700년 동안 이 산에 기대 살아온 수덕사 대웅전이 큰 품을 벌려 사람들을 안아 준다.
산길
덕숭산 산행기점은 크게 3군데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단연 수덕사쪽 등산로다. 매표소를 지나 수덕사를 둘러본 후 '1080계단'과 만공탑, 정혜사를 거쳐 정상까지 오르는 계곡길은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중간에 별다른 갈림길이나 위험한 곳이 없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동막골 마을회관이나 둔리쪽 능선을 따라 올라붙어도 정상까지는 1~2시간이면 닿는다. 마을회관에서 농로를 지나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가끔씩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가 나타나 쉬어가기 좋다. 능선 곳곳에 수덕사에서 쳐놓은 철조망이 있지만, 우회로가 다 나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덕숭산은 비록 고도는 낮지만, 산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바위와 곳곳에 숨은 고찰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넉넉하며, 어느 코스를 잡아도 산행시간은 3시간을 넘지 않는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2시간이면 수덕사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를 빠져나와 45번 국도를 타고 예산·덕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덕산온천 앞 삼거리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홍성 방향으로 가면 수덕사 진입로가 나온다.
대중교통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예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하루 4회(07:00 12:00 15:00 17:30) 운행하며 2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성인 7,600원. 예산종합버스터미널(041-333-2921)에서 수덕사로 운행하는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서울에서 홍성행 버스를 타도 된다. 홍성버스터미널에서는 수덕사까지 가는 버스가 더 자주 운행한다.
덕산온천
덕산온천은 1500년 경, 상처 입은 학이 날아와 물을 찍어 바르며 치료하는 모습을 한 농부가 보고 발견한 데서 유래했다.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물은 근육통, 관절염, 피하지방 제거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유학자 율곡 선생도 그 효능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한때 이 일대가 '온천골'로 불리기도 했다. 덕산온천단지는 1917년 처음 문을 열었으며, 온천장 7군데와 관광호텔, 콘도 등 50여개 숙박업소가 밀집해있다. ducksan.traffer.com
03 둘로 쪼개졌지만 그 뿌리는 하나,
진안 마이산(495.2m)
진안은 '전라북도의 지붕'이라 불릴 만큼 산이 높고 많은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고을 중 하나로, 영취산에서 분기해 장안산을 필두로 서쪽으로 뻗어나간 금남호남정맥이 팔공산을 거쳐 이곳 마이산에 이른다. '말의 귀 모양'을 뜻하는 마이산(馬耳山) 도립공원은 지난 2003년 문화재청에 의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2호로 승격되었다.
마이산은 '부부봉'으로 불리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의 기이한 산세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암봉은 바라보는 방향이나 거리에 따라 한 몸이 되고 둘이 되기도 하지만 그 뿌리는 하나다.
조선시대 진안을 유람하던 문인 김종직은 고원에 오롯이 솟은 이 산을 보고 '아름다운 봄 죽순 같은 자태를/서로 사랑할 뿐 기댈 수는 없구나'라고 읊은 바 있다. 하지만 수천 년 세월을 함께 해온 두 암봉은 어쩌면 기대지 않아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모두 암벽이 가파르지만, 비교적 오르기 수월한 암마이봉 쪽으로 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정상부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마이산의 바위들은 벌집처럼 구멍이 쑹쑹 나 있는데, 그것은 마이산이 타포니(taffoni) 지형이기 때문이다. 1억년 전 이 일대는 원래 거대한 호수였는데, 오랜 시간 자갈과 모래 등이 퇴적되고 물의 압력에 의해 굳어졌던 것이 지각변동으로 산이 된 것. 타포니는 자갈 사이를 메운 퇴적물이 먼저 풍화돼 자갈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이다.
돌로 유명한 마이산 내에서도 특히 백미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암마이봉 아래 지천으로 세워진 '탑사'이다.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원뿔 모양과 외줄기로 세워져 신기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갑룡 처사가 30여년에 걸쳐 수도하며 백팔번뇌를 씻기 위해 쌓았다는 108개의 탑은 현재 반밖에 안 남았지만, 1백여 년의 세월 동안 숫마이봉 사이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그대로 서 있다. 탑을 짓는 독특한 비법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 탑들을 지켜낸 건 아마도 탑을 세운 이의 정성과 믿음이 아닐까 싶다.
마이산의 돌들은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돌멩이부터 거대한 암봉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조화를 이루는 것, 서로 마주보며 뜨겁게 사랑하는 것. 마이산은 아무런 말없이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산길
마이산은 동서남북에서 보는 모습이 모두 다르며, 계절마다 불리는 이름도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오리가 쌍돛배 같다하여 돛대봉, 여름이면 수목이 울창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처럼 보여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 불린다. 마이산을 대표하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은 일명 '부부봉'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현재 둘 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때문은 산행은 남부에서 북부를 관통하며 탑사를 둘러보는 산책코스와 마이산 서쪽의 합미산성에서 출발해 비룡대와 봉두봉을 거쳐 북부 주차장까지 가는 종주코스가 대표적이다. 산책코스는 3~4시간 정도, 종주는 7시간 이상 소요된다.
교통
서울이나 대전에서 출발할 경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무주IC로 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진안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부산이나 마산에서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I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호남고속도로 이용 시에는 전주IC로 나와 진안방면 26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남부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진안IC에서 좌회전해 5km쯤 가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서울 센트럴고속터미널에서 진안까지 하루 2회(10:10 15:10) 운행하며, 요금은 1만5천원. 진안까지 3시간 소요된다. 시간을 맞추기 어려우면 서울에서 전주까지 간 뒤, 시외버스를 이용해 진안으로 갈 수 있다. 진안 시외버스터미널 063-433-2508
금당사·탑사·은수사
목불좌상과 보물 괘불을 소장하고 있는 금당사는 814년 창건된 사찰로, 대웅전이 금색으로 채색되어 있어 화려함을 자랑한다. 탑사의 탑은 이갑룡 처사가 25세 때 솔잎을 먹으며 수도하다가 산신의 계시를 받고 30여년 동안 쌓아올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108개의 탑을 쌓았는데 이후 80기로 줄었다가 현재는 50여개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은수사는 원래 정명암이라는 이름으로, 정(正)은 오행을, 명(明)은 해와 달을 의미해 '음양오행의 순환'을 뜻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경내에 줄사철군락(천연기념물)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북이 있다.
04 남도 땅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일어선
고흥 팔영산(608.6m)
팔영산은 한반도의 서남쪽 장흥에서 보성~순천~광양까지 바다를 따라 병풍을 두르며 내달리는 호남정맥이 고흥반도로 가지를 쳐 바다로 떨어지는 고흥지맥의 맏형이다. 고흥(高興)의 한자말을 풀면 '높게 일어난다'는 뜻인데, 한반도 남쪽 땅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일어선 이 땅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 팔영산이다. 그래서 팔영산에 오르면 점점이 흩뿌려진 다도해의 빛나는 섬들을 마음껏 볼 수 있고,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고흥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누구나 '팔영산과 여자만의 정기를 받았다'는 교가를 부르며 자랐다. 옛날부터 객지에 나가면 고흥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도 "팔영산 밑에서 왔다"고 하면 알아들었다고 한다. '고흥 가서 힘자랑 하지 말라'는 옛말처럼 이 땅에는 이름난 운동선수가 많다. 박치기 하나로 온 국민의 울분을 풀어주던 김일, 프로복서 유제두, 프로배구선수 신진식, 그리고 축구선수 박지성 등이 팔영산의 자식들이다.
'여덟 개의 산 그림자'라는 뜻의 산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온다. 중국 후위의 왕 척발이 어느 날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산을 보고 감탄해 신하들을 시켜 그 산을 찾도록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는데, 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와 제를 올리고 팔영산(八影山)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산은 옛 문헌에 팔전산, 팔령산, 팔형산, 팔봉산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봉우리마다 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 등 제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봉우리 여덟 개가 남북으로 줄지어 있는 팔영산은 산세가 험준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종주하는 묘미가 유별나 1998년 7월 30일에 도립공원에 지정되었다.
삐죽빼죽 솟은 여덟 봉우리가 팔영산을 대표하기는 하지만, 그 산엔 이 봉우리들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들머리인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보현사라는 이름으로 세운 유서깊은 절이다. 하지만 정유재란 때 불타서 없어진 것을 조선 후기에 정현대사가 새로 지어 능가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현재 대웅전과 범종, 사적비 등이 남아있다. 대웅전은 일반적인 절집과 달리 특이하게 북향으로 배치되었으며, 2001년 보물 제1307호에 지정됐다. 범종에는 팔괘(八卦) 무늬가 새겨져 있고, 사적비에는 절의 유래가 새겨져 있다. 팔영산 산행은 능가사에서 시작해 1~8봉까지 종주한 후 능가사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산길
능가사 원점회귀 코스는 8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는 암릉 종주로,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가까워 오름길과 내리막길 사이의 긴장과 이완이 리듬을 타듯 재밌다. 능가사를 지나면 팔영산장 앞에서 1봉과 8봉으로 길이 갈리며, 1봉으로 가는 길은 흔들바위 앞에서 다시 1봉과 2봉으로 오르는 길과 갈린다. 1봉과 2봉 사이의 우회로는 6봉과 7봉 사이 안부까지 이어지며, 이 안부에 팔영사휴양림과 능가사로 내려가는 사거리가 있다. 8봉에서 내려와서 탑재로 가면 능가사로 갈 수 있지만, 정상인 깃대봉까지 가야 팔영산의 8개 봉우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8봉에서 깃대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팔영산 암릉에는 어려운 구간마다 철 난간과 쇠발판과 쇠사슬 등으로 길을 내놓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산이 높지 않아 총 산행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서울방면에서는 대전~순천~벌교를 거쳐 고흥으로 간다. 벌교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연봉 교차로로 진입한 다음 점암중학교 앞에서 좌회전해 능가사로 들어간다. 영남면 쪽을 들머리로 할 경우에는 팔영산자연휴양림을 지나 77번 국도를 따라가면 만난다. 이 도로는 해안을 따라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대중교통 이용 시, 서울에서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08:00 09:30 14:40 16:00 17:30) 운행한다. 요금은 33,200원(16:00 버스는 22,300원)이며, 4시간 45분 소요된다. 광주나 순천에서는 과역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 광주에서 20분 간격으로 있는 버스는 과역까지 2시간, 순천에서는 30분 간격이며 45분 소요된다. 과역에서 능가사까지는 하루 7회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소록도와 녹동항
고흥 녹동항에서는 소록도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관람하는 관광선을 이용할 수 있고, 신항에서는 제주도와 거문도행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다. 소록도는 녹동항에서 배로 5분이면 닿는 곳으로,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선착장에서 중앙공원까지 2.4km 구간만 개방한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깨끗한 백사장, 빼어난 관상수들이 즐비한 중앙공원 등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 박물관에서는 일제 강점기 이곳으로 강제 이주 당한 한센병 환자들의 피 흘린 역사를 볼 수 있다. 소록도 관광객들은 모두 5시 이전에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05 나라를 지켜낸 경북의 진산,
구미 금오산(976m)
경북 구미시, 칠곡군, 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금오산은 기암절벽과 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자랑해 1970년 6월 1일에 국내 1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의 높이로만 따지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 일대의 지형이 워낙 낮은데다 주변에 견줄만한 산이 없어 구미시 어디에서건 우뚝 솟은 금오산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구미의 경관은 금오산에서 시작해 금오산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산세가 가파른데다 화산암류로 이루어져 기복이 심한 금오산의 해발 700m 부근에는 급경사와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금오산은 전체적으로 험준한 산세에 반해 정상부는 평탄한 고원분지가 발달되어 있는데, 오래전부터 이곳에 산성을 쌓아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말에 선산·인동·성주 등의 많은 백성들이 왜구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살았고, 군사를 뽑아 산성을 수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금오산성에 관해 '높고 험하여 천연으로 된 험소가 반이나 된다. 군창이 있소 개령과 약목 지역 군창의 물건을 아울러 들여다 둔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후 이 산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 때 군사적 요청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
금오산은 본래 대본산(大本山)으로 불렸으나 고려 때 중국의 오악 가운데 하나인 숭산에서 이름을 따 남숭산이라 바뀌었다가 조선조에 와 비로소 금오산이 되었다. 여기에는 설화가 있는데, 고구려의 승려인 아도스님이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본 후 '태양의 정기를 받은 산'이라 해서 금오산(金烏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산의 생김새를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상봉이 붓끝 같다 해서 필봉, 귀인이 관을 쓴 모습과 닮았다 해서 귀봉, 부처님이 누워있는 것 같다 해서 와불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금오산이라는 이름을 지은 아도스님은 불교가 신라의 국교로 공인되기 100년 전 쯤에 신라 땅으로 넘어온 고구려 출신 스님이다. 그는 주로 선산 지역에서 불교를 전파했는데, 아직도 이 일대에는 그와 관련된 사찰과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당시 금오산 골짜기에는 대혈사·보봉사·동양사·금종사·보제사·약사암 등 크고 작은 절집이 많았다고 하나, 조선 때 두 차례 난리로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지금은 대혈사를 복원한 해운사와 의상대사가 참선했다고 알려진 약사암 등만이 남아 있다. 그 외에 도선굴, 마애보살입상, 대각국사비 등의 유적지가 산 곳곳에 남아 있다.
산길
금오산 등산로는 구미, 칠곡, 성주 방면에서 24개의 길이 있지만, 사방팔방에 샛길들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중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대표적인 코스는 구미 금오랜드 방면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케이블카를 타고 해운사까지 올라간 후 할딱고개를 거쳐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칼다봉(715m)을 거쳐 금오산성을 돌아가거나 법성사 주차장에서 약사암까지 오른 후 정상으로 갈 수도 있다.
금오산 정상부는 현월봉, 약사봉, 보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황악산, 남쪽으로 팔공산이 가깝게 보이고, 구미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산은 다시 금오산 저수지 방향으로 가도 되고,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성주군 방면의 대원사나 칠곡 방면의 금오사 방면으로 해도 좋다. 어느 코스를 오르내리더라도 총 산행 시간은 3~4시간 이면 충분하다.
교통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구미IC로 빠져 나오면 좌회전하여 금오사나거리까지 직진한다. 금오산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금오산관광단지로 갈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25분~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자주 있다. 요금은 일반 14,500원, 우등 18,000원이며 약 3시간 10분 소요된다. 금오산은 구미역과 가까워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구미행 기차는 오전 6시 5분부터 오후 10시 50분까지 자주 있으며, 요금은 평일·일반실 기준 새마을호 25,500원 무궁화 17,100원이다. 기차에서 하차한 후 구미1대학까지 걸어 나와 금오산행 직통버스 12번을 타고 자연학습원 입구에 하차하면 된다. 구미역에서 택시비는 약 3천원.
금오랜드
구미시 남통동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유원지로, 놀이공원·아이스링크·눈썰매장·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자연과 첨단놀이시설이 어우러진 놀이공원은 유아용과 일반용으로 나눠 운영하며, 경북 최초의 국제규격 인증을 받은 아이스링크는 실내에 있어 날씨에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또한 여름에는 최근에 탈의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새롭게 단장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눈썰매장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금오랜드는 평일 10시부터 18시까지 개장하며, 여름철에는 22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요금은 홈페이지 참조 www.gumolan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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