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불포화지방산, 멸치의 3배… 뇌세포 살리는 ‘굿 닥터’

힉스_길메들 2013. 9. 20. 02:12

‘등푸른 생선’ 까나리

▲  까나리와 까나리 액젓. 조림이나 볶음 등으로 만들어져 서민들의 식탁에 올랐던 까나리가 각종 영양성분도 풍부하게 지닌 것으로 밝혀지며 건강식품으로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까나리 하면 사람들은 김치 담글 때 젓국으로 넣는 ‘까나리 액젓’부터 떠올린다. 사실 까나리 액젓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반면 물고기로서의 까나리 그 자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멸치와 크기가 비슷해 언뜻 까나리를 멸치의 한 종류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멸치와 까나리는 전혀 다른 생선이다.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릿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며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한다.

비록 요즘은 대세인 멸치에 밀려 식탁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때 말린 까나리를 이용한 ‘까나리 볶음’은 밑반찬으로서 서민들 식탁을 장식하는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특히 까나리는 멸치보다 비늘이 적어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단맛과 구수한 향이 더 강하다.

영양학적으로 볼 때 까나리에게서 주목해야 할 성분은 등푸른 생선들 특유의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이다. 일단 멸치와 비교해볼 때 까나리는 거의 3배에 가까운 불포화지방산을 지녔다. 100g당 까나리에는 5.9g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반면 멸치에는 2.22g밖에 안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으로만 보자면 까나리는 등푸른 생선의 대명사로 통하는 고등어(8g), 전갱이(6.12g), 전어(5.45g)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셈이다.

편두통과 관련지어 까나리의 효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도 이 불포화지방산 때문이다. 까나리의 불포화지방산에 함유된 EPA 성분은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압을 낮춰 주는 효능을 지녔다. 특히 EPA 성분은 뇌세포의 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어 편두통 완화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또 까나리의 불포화지방산에 풍부한 DHA 성분은 치매 예방에도 기여한다.

까나리에는 어린이 성장발육을 돕고, 중년층의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는 칼슘 성분도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다. 까나리에는 100g당 338㎎의 칼슘이 들어 있으며 멸치에는 496㎎이 들어 있다. 참고로 우유 100g당 칼슘 함량은 105㎎이다. 또 빈혈을 예방해 주는 철 성분은 멸치(3.6㎎)보다 까나리(13.3㎎)에 오히려 더 많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춰 주는 데 한몫하는 칼륨도 100g당 310㎎으로 풍부하다.

비타민 성분도 바닷물고기 중에는 비교적 많이 지니고 있다. 까나리의 비타민A는 눈의 피로를 해소해줄 뿐 아니라 야맹증을 예방하며, 비타민B1과 비타민B2, 니아신 등의 비타민 성분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해 준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김치를 담글 때 시원한 맛과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가미하는 까나리 액젓 역시 몸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지녔다. 아르기닌, 글루탐산, 로이신, 알라닌, 발린, 타우린 등 까나리가 지닌 아미노산은 액젓으로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에 흡수되기 좋은 유리아미노산 형태로 변한다고 한다. 아르기닌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타우린 성분은 간 해독을 돕는다.

까나리 액젓은 뼈가 덜 여문 봄철 까나리를 천일염과 함께 10∼15개월 숙성시킨 후 맑은 국물만 떠낸 것이다. 비린내가 적고 맛이 깔끔한 데다 끝맛이 살짝 달다.

 

몸체가 큰 까나리의 경우 액젓이 적게 나오고 내장 특유의 쓴맛이 배어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떨어진다. 까나리 액젓 대용으로 많이 쓰이는 멸치 액젓도 끝맛은 달지만 젓갈 특유의 큼큼한 향이 강한 것이 까나리 액젓과 다르다.

한편 그동안은 서해 까나리와 동해에서 어민들이 ‘양미리’로 부른 까나리가 같은 생선이며, 수온 차이 때문에 크기(까나리 10㎝ 미만·양미리 20㎝ 이상)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다른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진구(자원생물학) 부경대 교수는 “서해·남해 일대의 까나리와 양미리로 알려진 동해 까나리는 크기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6∼7% 다르고, 교류도 없다”며 “별종 가능성이 높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