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대한민국 안전 먹거리 루트

힉스_길메들 2013. 11. 23. 23:03

방사능 위협, 우리는 불안하다. 대한민국 안전 먹거리 루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의 바다는 방사능 오염으로 앓고 있다. 2년 사이 우리 식탁을 덮친 방사능 공포, 아직 그 실체와 해법은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워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시민 단체와 언론에선 정부가 국민 혼란을 우려해 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며 맞서고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지금 이 시각에도 매일 장 보는 주부들은 불안하다. 안전 먹거리를 찾고 있는 음식 전문가드의 생각을 들어봤다.

국내산까지 확대된 수산물 안전 불감증

10월 2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10월 1일~17일 주요 수산물 매출을 살펴본 결과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갈치가 32.9%, 고등어가 24.5%, 명태가 1.8%, 오징어가 25.2% 하락했다.

같은 날 경북 울릉군 울릉도 앞바다의 오징어와 해수를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일본 방사능 오염수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10일 울릉군 저동위판장에서 실시된 경북도 수산물 안전성 조사에서 올릉도 오징어가 0.13usv(마이크로시버터)로 방사능 오염수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이다.

또 국립수산과학원은 자체적으로 연안 어류(물가자미, 멸치, 붕장어, 참조기, 갈치, 오징어, 전갱이, 달고기, 샛돔, 눈몰대)를 조사한 결과, 방사능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월 18일에는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 식품 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은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바다와 어류가 방사능에 오염된 건 사실."이라며 "방사능 오염 식품의 평균 섭취량을 고려할 때 오염 정도가 영향을 주긴 해도 공격적인 피폭 상황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우리 식품 기준치(세슘) 1/100 이하면 먹어도 된다."며 여러 지역에서 세슘 농도를 측정하는 한편 국내 유통 어류 오염 상태를 모니터링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유통을 중단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안심해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불안하다. 기자는 서울 강남 인근의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30~40대 엄마들로부터 불안한 마음에 50만원 상당의 방사능 검사기를 공동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프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는 "물론 식재료를 사는 일은 불안하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와 기준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푸드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역시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일본 방사능 우려 탓에 내해에서 잡은 생선까지 근거 없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음식 전문가들을 만나보니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수집과 검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1 난류성 회유 어종

일본해와 맞닿아 있는 바다에서 한국 어선에 포획되는 어종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동쪽 연안의 오징어 일부가 9~11월에 쓰가루 해협을 통해 일본 서쪽 연안으로 남하한다.

수산과학학원 측에서는 일본 서쪽 연안으로 넘어온 오징어도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 안에서 남하하기 때문에 한국 어선에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히려 고등어는 한국, 일본 간 산란장·회유 경로가 달라 혼획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명태와 같은 한류성 회유 어종은 한국 연근해 어획이 없다. 원양 명태는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오호츠크에서 잡은 것이 많다.

2 2013년 이전에 수입된 일본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본산 표고버섯, 젓갈은 국내에 수입된 물량은 없다고 확인됐다고 한다. 고등어는 수입이 됐지만, 후쿠시마현 등을 제외한 지방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

3 어패류

아직 우리나라 근해에서 채집, 양식되는 수산물까지 위험하다는 우려는 시기상조인 듯. 하지만 방사능 검출 검사는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방사능 샘플 검사를 마친 수산물만 유통하는 수산물 회사가 늘고 있다.

4 소금

요오드나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자료는 없으나 바다가 안전하지 않다면 소금이 가장 문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금의 종류와 제작 방식에 대해 다시금 깐깐히 따지기 시작했다.

원전 사고 이전에 만들어진 소금을 구하려는 이도 늘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소금은 천일염과 정제염이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가둬두고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고, 정제염은 천일염을 물에 녹여 재결정해 만든 일명 꽃소금이다.

5 고사리

2011년 방사능 세슘 기준치를 100베크렐로 낮춘 후 가장 처음으로 수입을 금지했던 품목이다. 방사능 사고의 가장 중심이 되는 물질인 세슘은 땅 속 깊이 5㎝ 이내의 가장 많이 있다.

사고 일어났던 지역 여덟 개 지역에선 꾸준히 수입을 금지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0.5베크렐 이하나 나왔다는 비오염증명서 제출한 제품만 받고 있다.

6 표고버섯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일본산 젓갈과 표고버섯은 국내로 수입된 물량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표고버섯의 경우 자체적으로 공기 중의 세슘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비록 어린아이나 이유식에서 표고버섯은 제외하는 것이 좋다.

7, 8 김 & 다시마

해양수산부는 올해 상반기에 실시한 국내산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 조사결과에서 김을 포함한 15개 품목에서 방사능 물질이 전혀 검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다가 안전하지 않다면 이도 안심할 순 없다.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식재료를 어떻게 해야 할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식품과 음용수의 방사능 오염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일본에서 3월 중순 수소 폭발 직후 시금치, 표고버섯, 우유, 수돗물 등의 오염,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시작되면서 까나리를 비롯한 어패류의 오염, 7월 중순 세슘에 오염된 소고기를 판매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식재료 수입 시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를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수입이 중단된 농산물은 후쿠시마, 도치기, 지바 등 7개 현의 엽채류, 버섯류, 순무, 죽순, 매실, 차, 유자 등 16개 품목이다.

후쿠시마 인근 13개 현에서 수입되는 식품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방사능 비오염 검사 증명서, 나머지 34개 현에서 수입되는 식품은 원산지 증명서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음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것 중 오염된 식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 구원의 모니터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방사능 기준으로 요오드는 일반 식품(300Bq/kg 이하), 우유와 유제품(150→100Bq/kg으로 강화), 세슘(Cs-134 +Cs-137)은 모든 식품에서 370Bq/kg 이하여야 한다.

1Bq(베크릴)이란 1초 동안 원자핵이 붕괴해 방출하는 방사능의 강도로서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에너지 흡수 형태 등을 고려한 단위다. 현행 국내 세슘 기준은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식품 섭취량(515kg) 중 10%를 방사능 기준까지 오염된 식품을 매일 섭취하더라도 WHO 등의 안전 기준인 1mSV(1년간 방사선 누적량의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정되었다.

수치적으로는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을 보면 불안감을 거두기 어렵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20km 안에서의 모든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해초와 기타 수산 생물들은 물로부터 방사성 동위 원소를 농축할 수 있으며 먹이 사슬을 통해 이동하므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제 환경 보호 단체인 그린 피스의 조사 결과는 좀 더 디테일하다.

최근 사고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일본 해역의 수산물을 채취해 프랑스와 벨기에의 검사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던 것. 그결과 후쿠시마 연안과 먼바다에서 채취한 11종의 수산물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해삼에서는 기준의 2.6배, 굴은 1.5배의 세슘이 각각 측정됐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현 남부에서 채취한 다시마에는 요오드 131의 농도가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사고 원전으로부터 방사선 물질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해류의 방향을 고려할 때 원전 유출 물질이 우리나라와는 먼 쪽으로 향해 있지만, 장시간 후 한국 인근의 바다에서 수확 되는 동식물에 의한 전파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해류의 흐름에 따라 5년 뒤에 우리나라 바다로 오지만, 그렇다고 해도 태평양에서 방사능이 희석되므로 우리 바다는 대체로 안전하다는 것.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방사능 사태로 말미암아 바다에서 나는 식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견이 일각의 일관된 주장이다.

지금, 마트에서는…

전국에 체인점과 유통망을 가진 대형 마트는 소비자가 가장 손쉽게 식재료를 구매하는 곳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대형 마트의 먹을거리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과연 우리가 믿고 먹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지금 대부분의 대형 마트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을 팔지 않는다. 단, 수산물이 아닌 일본 맥주, 기저귀, 분유 같은 공산품은 가판대에 비치되어 있다.

최근 원전 유출 때문에 의심받고 있는 국내 수산물에 관해서는 대형 마트에서도 딱히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 이마트는 2013년 8월 29일부터 경기도 시흥의 시화물류센터에서만 진행하던 방사능 검사를 여주, 대구 등 지방 물류센터로 확대했다.

또 10개 점포에서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매일 검사를 한다. 검사 횟수와 루트는 늘었지만, 연구소를 통한 전문적인 검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휴대용 방사능 기계를 비치해놓고 검사하고 있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SSG마트에서는 수산물의 원산지, 방사능 안전 증명서와 거래 내역서를 확인해 물건을 배치한다. 방사능에 대한 검사는 휴대용 측정기로 진행한다.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수산물 검사를 휴대용 방사능 기기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6일 MBC 뉴스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에 대한 실험을 했다.

임의로 벼에 방사능을 피복시킨 후 휴대용 측정기로 검사했으나 이를 전혀 감지해내지 못했다. 20만원대 측정기도, 400만원대 측정기도 측정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게 방사능을 측정하는 방법은 샘플을 채취해 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방사능에 대처하는 기관은 생협이다.

2012년 국내 생협 연합(두레생협, 여성민우생협연합회, 에코생협, 한살림)과 환경운동연합, 녹색병원, 차일드세이브 등 7개 민간 단체가 기금을 모아 방사능 검사 장치를 마련했다.

1억여 원의 방사능 검사 기기를 한국기초과학연구소에 두고 지속적으로 검사한다. 방사능 검사 기준도 국가에서 지정한 안전 수치와 다르다. 국가에서 100베크렐 이하면 방사능에 안전한 식품으로 인정한다. (370베크렐은 x-ray 촬영을 1/125회 정도 했을 때 피복되는 양.) 그러나 생협은 영유아는 4베크렐, 성인은 8베크렐을 기준으로 한다.

이것은 방사능 검출 기준에 있어 가장 엄격한 독일방사능방호회의 기준법이다. 방사능의 기준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우리가 의학용으로 맞는 방사선의 수치에 비해 상당히 미미한 수치지만, 체내에서 방사능이 축적되는 것을 따지면 적은 양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음식 전문가들의 추적, 안전 먹거리 탐험

장흥무산김 _ 김 양식에 사용되는 염산을 전혀 쓰지 않는 친환경 무산김. 국내 최초로 김을 양식하는 어업인들이 함께 설립한 회사에서 철저한 품질 관리를 거쳐 만들어 맛과 안전을 신뢰할 수 있다.

문의 _ 061-867-7754


"안전한 음식에 대한 국가적 신뢰가 필요한 시점"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만화 『식객』의 원자료 제공자이며, 최근엔 음식 프로그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인 '계절의 식탁'에서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선보인 맛 칼럼니스트다.

음식의 재료부터 제조 방법에까지 이르는 역사를 꿰뚫고 있다. 황교익씨는 이번 사태에 관하여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다. "만약 태평양에 있는 수산물이 우리 바다로 유입되었다고 하면 당연히 안 먹어요.

그런데 일본 원전수와 수산물이 현재 우리 바다로 유입되지도 않는 상황이잖아요. 이 정도로 민감할 필요는 없어요." 그 민감함이 국민이 받아들이는 안전불감증에서 나온 걸까, 정부의 방사능 사태 처리에 대한 수동적인 대처의 문제일까.

그의 생각은 이렇다. "누구의 탓을 재보기 전에 일단 서로의 신뢰가 없어요. 음식도 신뢰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생산자와 유통자를 믿지 않으니 백화점에 가서 비싼 재료를 사고 '비싸니까 안전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는데 이는 정부의 행정력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거죠."

수산물에 관한 공포보다 더 두려운 건 국가와 국민 사이에 불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자라난 것이란 이야기. "작년 겨울에 갔던 일본의 축산 농가를 얼마 전에 다시 다녀왔어요.

팔십을 넘기신 어르신이 주인인데 이번에 갔을 땐 한국에서 구제역 발생 위험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저를 포함한 한국인 모두의 출입을 금지하는 거예요.

그때 '아, 이 사람들이 방사능 수산물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반감이 자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독도는 한국 땅이지'라고 하셨는데 말이죠."

이번 사태로 일본은 자국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의 인기 그룹 '토키오'의 리더 '야마구치 타츠야'는 1년 동안 후쿠시마산 농산물만 먹으며 안전성을 외쳤지만, '세슘 137'에 내부 피폭되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딱 한 번 음식을 공동 구매한 적이 있어요. 바로 전라남도 장흥의 무산김이에요. 5년 전부터 안전한 먹거리와 바다 생태계를 생각해 염산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햇볕과 해풍을 이용한 지주식 방식으로 김을 생산하고 있어서 우선 신뢰가 바탕이 되고 그 안에 안전성이 뒷받침되는 김이에요."

다행히도 장흥은 태평양의 방사능 원전수가 해류를 타고 남해안 연안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지닌 곳. "음식도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그 안에서 안전이 탄생해요.

무산김처럼 안전하게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 게 많은 음식 기업의 정신을 다시 고취할 수 있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영덕 고래불의 바위굴과 홍합 _ 동해산이지만 방사능에 노출된 북태평양과는 해류가 겹치지 않는 영덕에서 채취한 해산물들이다.

문의 _ 02-556-7066


"정확한 정보 확인 후 우리 식재료를 평가해야 할 것" -문상순(고래불 오너셰프)

동해안을 돌며 직접 만지고 맛보고 난 후 선정한 올바른 수산물을 제공하는 한식당 고래불은 경상북도 영덕군의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의 대표인 문상순 오너셰프는 고래불 출신으로 20여 년 넘게 고향 영덕에서 지역 신문을 발간한 발행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는 고향의 올바른 수산물을 더 넓은 곳으로 전파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식당을 열어 환갑이 넘은 지금도 한 달에 보름 이상 동해안을 다니며 바른 수산물을 직접 공수해오는 일을 반복한다.

"얼마 전 재료를 공수하러 영덕의 작은 경매 시장과 수산물 식당에 다녀왔어요. 저 역시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가게에 손님이 너무 없길래 물어보니 전체적으로 동해안의 수산물 시장의 손님이 30% 이상 줄었다더군요.

아무래도 제 고향인지라 속이 많이 상했어요."라며 이 사태에 관한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지난 9월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에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했다.

"부산이나 인천처럼 규모가 큰 곳의 어선이 근해를 벗어나 원거리 어업으로 잡아 올린 생선은 외면받고 있어요. 해류를 봐도 방사능 원전수가 우리나라 쪽으로 흐르지 않는데도 '물'이란 특성 때문인지 국민들이 큰 겁을 먹고 있는 게 수산업 종사자로서 안타까워요."

그의 말처럼 국민들이 가장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바로 방사능에 노출된 수산물의 국내 유입이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질병이 주기적으로 국내를 흔들었지만 시기가 지나면 수그러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사태는 '물'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몇 년 뒤 우리가 방사능에 노출된 물을 마실 수 있고, 또한 그 물에 노출된 생물을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쉽게 가라앉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처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4~5년 뒤,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는 해양학자들의 예상과 비슷한 문제제기다. 우리나라는 아직 방사능 오염수가 발견되는 북태평양과 달리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원료인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

영덕의 경우에는 일본과 거리가 있어 방사능 사태에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여론을 얻고 있다. "이젠 일부러 작은 경매장을 다니며 근해에서 잡은 바위굴과 홍합과 성게 등만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3년째 매달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우리 해역 수질의 방사능 오염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우려하는 방사능의 농도는 검출되지 않았다.

토판염 _ 일반 소금에 비해 생산량도 적고 손도 많이 간다. 공들인 만큼 소금에 간수가 적게 포함되어 있어 오염된 바닷물로부터 안전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문의 _ 1688-4294


"원전 사태 이후 더욱더 슬로푸드를 권하는 이유" -이정화(라이프 스타일리스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는 본지에서 로컬 푸드 기사를 연재하며 음식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믿을 수 있고,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먼 지방까지 가는 일도 그녀에겐 흔한 일. 부산 출신인 그녀는 특히 수산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고기를 끊을 순 있어도 생선을 포기할 수는 없단다. 그러나 그녀가 이번 방사능 이슈를 걱정하는 이유가 생선 때문만은 아니다. "보통 사람이 생선을 얼마나 자주 먹겠어요.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한 마리 정도 먹지 않나요? 평균적으로 보면 그 정도도 많이 먹는 거죠.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건 국물을 낼 때 쓰는 것들이에요. 다시마나 멸치를 이용해 국물을 내는 사람들은 수산물을 매일 먹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그녀는 방사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생각해낸 아이디어 하나. "얼마 전 추자도 수협에서 보리굴비를 상품화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온 적이 있어요.

보리굴비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에요. 굴비를 염장해서 해풍에 50일에서 60일 정도 건조시키고 굴비가 꾸덕꾸덕해지면 보리 속에 보관하는 거죠. 굴비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잘 알려지지 않은 슬로 푸드죠." 이처럼 우리에게는 말린 생선,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수산물이 있다. 2011년에 원전 사고가 있었으니, 그 전에 생산한 것들은 우선 방사능과는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또 말린 다시마와 미역은 눅눅해지지 않으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그녀가 생각한 두 번째 대안은 '민물' 수산물이다. "바다 생선을 믿을 수 없다면 민물 생선을 찾는 것도 좋아요.

방사능의 영향이 전혀 없는 생선이 꼭 필요하다면 좋은 대안이 될 듯해요. 민물에는 다슬기, 재첩 같은 어패류도 있고, 민물 꽃게도 있어요. 물론 바다 수산물과는 다르지만, 방사능의 오염은 덜하니까요."

이정화씨는 이번 일로 우리 식재료에 대한 다른 문제점도 제기한다. "방사능 이슈 이후 수입 수산물과 육류 소비가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방사능 오염은 피할지 모르겠지만, 수입 수산물의 방부제와 육류 먹거리는 항생제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히 할 필요가 있어요." 소금에 대한 의견도 더했다. "보통 간수가 빠져나가려면 2년에서 3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지금 나오는 소금은 적어도 3년 전 바닷물이라는 거죠.

시중에서 소금을 살 때 확인해보는 것도 좋아요. '2년 간수 뺀 소금' '3년 간수 뺀 소금'라고 적혀 있어요." 시중에서 파는 일반 소금 중에서도 3년 동안 간수를 뺀 것이 많단다.

에코푸드코리아의 꽃게와 갑오징어 _ 가을에 판매하는 꽃게와 갑오징어처럼 서해의 자연산 수산물을 직접 골라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마친 후 판매한다.

문의 _ 1588-3603


"믿을 만한 생선 유통 업체를 찾기 시작했어요" -김영빈(요리 연구가)

매일 많은 양의 식재료를 구입하는 요리 연구가 김영빈씨는 대형 마트와 시장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더 잦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다른 주부들처럼 방사능 문제에 민감하고 관심도 많다.

"요즘은 노르웨이나, 페루산 수산물의 소비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꼭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외 수산물은 냉동 상태로 우리나라까지 운반되는데 그 유통 과정이 길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잖아요."

많은 사람이 김영빈씨에게 방사능 유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 요리 연구가면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그녀는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최근 방사능 문제에 대해 묻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어떤 생선은 먹지 말고,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걸 먹으라고 대답할 순 없어요.

다만 방사능에 대해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겐 딱 두 가지만 말해요. 첫 번째 해조류를 많이 먹어라. 두 번째 지방이 많은 생선은 피하라는 거예요." 일각에선 해조류가 요오드와 세슘을 흡착하여 배출한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만, 해조류는 자정 능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염된 바닷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소금물 속에서도 수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김과 미역 같은 해조류는 방사능에 반드시 필요한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약선 요리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우리나라의 해조류는 특히 유명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톳은 얼마 전까지 거의 모두 일본으로 수출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또 방사능은 단백질보단 지방에 더 잘 흡착한다. 일반적으로 작은 생선보다는 다른 생선을 잡아먹는 큰 생선에 지방이 더 많다.

그리고 생선의 알과 생식기 부분도 방사능과 흡착한다. 그러니 되도록 알 종류와 생식기 부위는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게 김영빈씨의 의견. 김영빈씨는 최근 방사능 농축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수산물 유통 브랜드를 발견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에코푸드코리아의 제철 생선이 그것. "음식을 신뢰하기 위해서 음식과 연관된 모든 사람을 믿어야 해요. 깨끗한 곳에서 생산했는지, 위생이 철저한 유통 업자인지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이 완벽해야 좋은 식재료를 살 수 있어요.

사람들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로컬 푸드'나 '산지 직송'이 주목받는 거죠. 요즘같이 방사능의 위협이 있을 땐 자연 자체가 훼손된 문제기 때문에 모든 것이 보장된다고 해도 여전히 찝찝한 것은 사실이에요."

거제 한울타리 돌미역 _ 거제도 인근 갯바위에서 채취한 것으로, 먼 바다를 돌아오는 해류의 영향을 받지 않아 방사능 노출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문의 _ 1588-3603


"우리 수산물도 적절한 생산 이력 관리가 필요해요" -정미교(한살림 연합가공품위원장)

1986년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 164개 매장이 있는 한살림은 도시에 사는 소비자와 산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생활협동조합. 안전한 먹을거리와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방사능 이슈는 한살림에서 특별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미교씨는 소비자를 대표해 생산 과정을 감시하는 일을 한다.

"생협의 특성상 지방의 생산자를 찾고 지속해서 만나고 있어요. 우리는 웬만하면 개인 생산자보다 산지 공동체와 접촉하려고 해요. 우리도 그들을 관찰해야 하고, 그들도 우리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는 입장이죠."

한살림 실무자들이 현장을 찾아가 농산물을 채취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정해진 기준에 맞게 생산하는지 확인한다. 3일 동안 생산자들과 먹고 자고 생활하며 모든 과정을 확인한다.

그게 한살림의 역할이다. 방사능 이슈 이전에는 위생과 화학 비료, 유기농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관찰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방사능은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소비자한테 안전한 식재료를 전달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생산자의 수익이나 생계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잖아요. 방사능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럴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생산자는 분명 안전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방사능 이슈의 가장 큰 맹점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기 전엔 우리가 접하는 음식의 방사능 수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가 없다. 언론에서 발표한 이후에 더 민감해진 일일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수익이 나지 않아 마뜩지 않은 생산자에게 복잡한 검사 단계까지 거치라 하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살림에서 유통시키고 있는 모든 수산물에 한 번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측정된 적은 없다.

한살림에서 조사한 품목 중 기준치를 넘긴 물건은 표고버섯 하나뿐이었다. 국내 산간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이고, 동해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수산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정작 방사능의 위험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표고버섯은 공기 중 먼지와 흡착하기 때문에 방사능 수치가 높을 수 있어요.

일본의 공기가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오염 시켰다고 확신할 순 없어요. 연구진은 북한에서 넘어온 방사능이라고 추측해요. 어쩌면 우리는 이전부터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몰라요."

진도 가가호 직거래 영어조합 _ 찬 바다에서 자라나 식감이 탱탱하고 국내산 포자로만 생산해 갈색빛을 띠며 다른 수입 해초류와 구분하기 쉽다. 홍새우 역시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몸통이 붉은색일 때 잡아들여 식감이 살아 있고 영양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문의 _ 061-867-7754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재료를 찾는 노력" -천재박(쌈지농부 팀장)

격주 토요일에는 보라매 공원에서, 또 매주 일요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농부의시장을 주관해 서울 소비자들과 전국의 농수산 상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쌈지농부의 천재박 팀장은 바른 먹거리를 전국에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 대가 없이 무료로 많은 소비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그의 눈에 방사능 사태는 어느 시각으로 비춰질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산물은 물론 농산물 역시 방사능의 여파를 받아 걱정이에요.

물론 정부나 각 수산물협회가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관한 입장을 항상 한 템포씩 뒤늦게 걸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라며 천재박 팀장은 현 상태에 아쉬움을 밝혔다.

지난 8월 7일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 내 저장 탱크 한곳에 담긴 고농도 오염수가 매일 300t씩 유출된 사실을 밝혔다. 정부는 일본에서 수입한 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라 밝힌 성명을 발표했지만, 국민은 '말'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의 이런 사태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정부의 다소 늦은 대응으로 인해 루머가 발생하고 소요가 일자 부랴부랴 일본 8개 현의 수입 농수산물의 수입을 막은 거예요."

수산물에 대한 동향을 물은 기자에게 천재박 팀장은 진도의 다시마와 홍새우에 관한 스토리를 얘기해주었다. 그가 말한 진도 앞바다는 평소 물살이 차고 세서 여러 유해 물질이 고일 수 없는 곳.

진도는 적조가 없고 무엇보다 서해와 남해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입지 덕분에 방사능 사태에도 언론이나 사람들 입에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다.

"실은 진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재조명을 받은 곳이에요. 방사능에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음식이 좋다는 얘기가 돌자 이곳의 다시마와 미역을 일본에서 직접 사러 오거나 구매 루트를 묻는 분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가 말한 이곳의 미역과 다시마가 지금도 청와대식탁에는 유일하게 오른다고 천재박씨는 말한다. "진도 지역에서 채취한 해초와 건어물은 청정 해역으로 지정된 거친 파도에 시달림을 받고 자라 쫄깃하고 영양이 풍부해요.

다시마를 한번 보시죠. 갈색빛이 돌지 않나요? 다들 다시마하면 검은빛이 감도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데 잘못된 거예요." 새로운 사실이었다.

"다시마는 갈조류라 갈색빛이 감도는 게 국내산이고, 검은빛이 나는 다시마는 흔히 양식 전복에게 먹이는 일본산 다시마예요." 아는 만큼 가족의 건강을 지킬 힘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것만이 현재의 방사능 논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수산물을 알고 먹는 대안이다.

기획_조유미 사진_문덕관, 홍하얀 / 여성중앙 2013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