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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격에 엄마의 손맛은 덤… 추억을 먹는 한식집 [종로 재동]

힉스_길메들 2014. 3. 20. 22:27

[직장인 회식 장소] 호반

 

밥집과 술집의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언제부턴가 직장인 회식에 술과 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 한식집은 모든 직원에게 부담이 없고 술과 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회식 장소다. 특히 상대적으로 회식에서 술을 많이 즐기지 않는 여직원들은 한식집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울 재동에 위치한 <호반>은 이북 스타일의 음식을 주로 선보이는 한식집이다. 메뉴 전체가 다 이북식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만 이북 스타일이고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메뉴다. 회식을 할 때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지만, 어머니가 해주는 추억의 가정식 음식을 맛보는 것도 요즘같이 집밥을 그리워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회식 메뉴다. 40여년의 오랜 공력으로 조리하는 이 집의 여러 가정식 메뉴는 자칫 회식하면서 과음으로 이어지기 쉬운 분위기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구실을 해주기도 한다. 이곳의 인기 메뉴인 순대와 병어찜, 대구탕은 가볍게 막걸리를 한잔 곁들여 회식하기도 적당하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푸근한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20명 내외 인원의 회식에 적합하겠다.  


	호반 음식들

POINT 1. 오랜 공력에서 나오는 맛있는 가정식 메뉴
<호반>은 개업한지 40여년이 넘었다. 그래서 이 집의 요리들은 오랜 공력으로 다져진 손맛에서 탄생되기 때문에 그 맛이 상당히 깊고 진하다. 대표 메뉴인 순대는 이북식 스타일로 우리가 요즘엔 흔히 볼 수 없는 대창 순대(中 2만원)를 제공한다. 대창 순대는 재료 구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도 상당히 까다롭다. 그럼에도 오로지 이북식 대창 순대만 고집한다. 여기에 요즘 제철인 병어찜(中 3만원)은 그야말로 어머니가 해주시던 양념 그 맛 그대로다. 덕자(큰 병어의 한 종류)는 아니지만 덕자만큼 큼직한 병어를 토막 내 감자와 무, 두부와 함께 조리듯이 찜을 하는데 밥 반찬으로도 좋지만 회식 안주로도 으뜸이다. 회식을 하면서 흔히 먹을 수 없는 서산 강굴 같은 제철 특산물도 때만 잘 맞춰 가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 그만큼 희소가치가 높은 회식 장소로 인기가 높다.

 

POINT 2.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정(情)은 보너스
회식을 하기에 좋은 한식집이라고 해서 비싼 한정식집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화려한 한정식도 회식하기 좋겠지만 이곳의 메리트는 소박하면서 푸근한 정에 있다. <호반>은 메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양도 다른 집보다 월등히 푸짐하다. 일단 주문을 하면 먼저 꽁치조림을 비롯해 담백한 이북 스타일의 김치 등 다양한 밑반찬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특히 전체적으로 양이 많아서 2만~3만원대의 메뉴를 주문하면 3인 정도가 먹어도 될 정도로 충분하다.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할머니뻘인 어르신들이라 회식하는 손님들을 내 자식, 손자같이 대해줘 서비스 하나에도 정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막내 종업원 할머니는 일흔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이 집의 연륜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여러 번 회식을 해본 결과 <호반>은 중년 이상 직원들이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서인지 이곳에서의 회식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호반 음식들

POINT 3. 가정집 개조한 운치 있는 분위기
<호반>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흔히 북촌이라고 칭하는 서울 재동의 여러 음식점들이 그러하듯 이곳 개조한 가정집을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내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창호지를 붙인 미닫이 문이나 여러 개로 나눠진 온돌방은 옛 추억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어 어릴 적으로 돌아가 밥을 먹는 느낌이라는 것이 방문한 중년 직원들의 평이다. 이런 한국적인 운치가 깃들어 있는 장소는 심적으로 편안함을 줘 회식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중년 이상의 직원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 회상을, 젊은 층의 직원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다.
 
POINT 4. 가정식인만큼 소규모 회식이 적당해
<호반>은 대규모 회식보다는 소규모 팀 회식에 더 적합하다. 매장이 총 2층으로 돼 있지만 여러 개의 룸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간이 각각 나눠져 있는 형태다. 각 룸의 크기가 큰 편이 아니라 대규모 인원이 방문하면 나눠서 앉아야 한다. 그렇기에 20명 미만의 인원이 중규모로 회식할 때 선택하면 좋은 곳이다. 특히 소박하면서도 푸근한 한식을 선호하는 회사원이 많은 곳이라면 고려해봄 직하다. 적은 인원이 가정식 요리에 술 한잔 곁들이면서 회포를 풀기 적합한 곳이다. 룸의 경우 한 방에 소규모 인원이 여러 팀 함께 들어가게 될 경우 전체를 구분해줄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조용한 회식은 어려울 수 있다. 회식 전 예약을 통해 인원에 맞는 공간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호반 외관

<호반>은 가정식 한식집이기 때문에 고가의 한정식집처럼 화려하거나 딱 떨어지는 정갈함은 없지만 소소하면서 푸근한 정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창 순대 등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라하니 이색 회식 장소로 더 메리트 있다. 여기에 오랜 공력으로 다져진 음식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추억까지 안주로 삼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비싼 회식비를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게다가 분위기나 음식이 추억을 되새기게 해 특히 중년 이상의 회식 모임에서 만족도가 더 높다. 필자도 언젠간 비오는 날 이곳에서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옛 시절을 회상했더랬다. 지친 일상 속에서 오늘 회식은 어머니의 손맛으로 마음까지 힐링해보면 어떨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은 덤이다.


<호반> 서울시 종로구 재동 85-2 (02)733-4886
글·사진 송영민(케케케) 맛집 블로거 blog.naver.com/symin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