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n요리

장보기 전… 맛집 좀 들렀다 가볼까

힉스_길메들 2014. 3. 20. 22:41

[추석 특집] ②전통시장 대표 맛집

투박하지만 정겨운 손칼국수, 넉넉한 인심에 푸짐한 빈대떡


	추석 특집 '전통시장 대표 맛집'
석쇠에서 은은하게 구워내는 일산5일장의 돼지등갈비.
시장에서 구경하는 재미 못지않은 것이 바로 먹는 재미. 이렇다 할 재료들은 아니지만, 번듯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대충대충 만들어낸 듯한 시장 음식들은 쪼그려 앉아 먹어도, 서서 먹어도 참 맛납니다. 장터 순대국부터 3000원짜리 칼국수, 푸짐한 떡볶이까지. 시장 맛, 그 속에는 '서민'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명절 대표 시장 대표 맛집들

주단과 포목 전문 상가들이 모여 있는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은 명절이면 한복을 장만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광장시장 내 북2문과 가까운 '먹자골목' 역시 한복만큼이나 유명한 곳. 광장시장 3대 인기 메뉴인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를 먹자골목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10m 이내에서 모두 맛볼 수 있다. 그중 불린 녹두를 그 자리에서 맷돌로 갈아 빈대떡을 부쳐내는 풍경은 광장시장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맷돌은 옛날 방식 그대로지만 돌리는 것은 자동 방식을 따른다. 재료나 만드는 방식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곳이나 맛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주인 '이모님'의 인심과 서비스에 따라 단골이 갈린다. 먹자골목 사거리 중심에 있는

황해도원조빈대떡(010-9166-0661)은 2대에 걸쳐 30여 년째 운영하는 곳으로 녹두와 간 돼지고기, 숙주를 듬뿍 넣어 은근하게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종로유가네빈대떡(02-762-0011)은 빈대떡(5000원)뿐 아니라 추억의 소시지전, 고기완자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모듬전(1만원, 1만5000원) 등도 판매한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


	추석특집 '전통시장 대표 맛집'
단돈 300원!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홍두깨 손칼국수' 청량리점의 손칼국수.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도 설날이나 추석에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서민 음식' 칼국수가 대세다.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1번 출입구 부근에 있는 홍두깨손칼국수 청량리점(02-957-7734)은 시장 상인들뿐 아니라 장 보러 나온 사람들에게도 지지를 받는 곳. 손칼국수가 한 그릇에 단돈 3000원인데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해 점심ㆍ저녁으로 줄 서는 건 기본이다. 매장 한쪽에선 면을 반죽해 손칼국수를 만들어내고 입구 쪽에선 주인이 멸치육수를 끊임없이 끓여낸다. 물냉면 3000원, 비빔냉면과 비빔밥 3500원(곱빼기 500원 추가), 돌솥비빔밥 4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8시 30분.

경동시장 건어물상가 신관 지하에 있는 안동집(02-965-3948)은 '안동국시' 전문점으로 시원한 멸치국물에 얼갈이, 배추 등을 넣어 끓인 손국시(5000원)와 살짝 소금 간만 한 배추에 밀가루 옷을 입혀 부쳐낸 배추전(5000원)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콩가루를 섞은 보들보들한 면과 가마솥에 강한 화력으로 끓인 육수는 경상도 사람들도 인정한 '고향의 맛'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


	추석특집 '전통시장 대표 맛집'
은마종합상가 '만나분식'에선 먹고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는게 코스다.

■가까워 좋은 동네 시장 맛집들

강남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은마상가) 곳곳에도 맛집이 숨어 있다. 만나분식(02-557-7040)은 교복 입은 학생들부터 중년 주부들까지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다. 떡볶이, 튀김, 순대, 김밥 등 분식류를 판매하는데 각각 주문하기보다는 만나정식(3000원)과 만나모듬(3500원)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식이나 모듬류는 떡볶이, 달걀, 만두, 어묵, 튀김 등을 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낸다. 치즈떡볶이와 같이 요즘 학생들 취향을 고려한 메뉴도 눈에 띈다. 떡볶이 한 접시 뚝딱하고 난 뒤엔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는 것이 만나분식 정통 코스. 주인은 "뻥튀기 아이스크림은 TV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야간매점'에 '뻥스크림'으로 나오면서 이제야 유명해졌지만 이미 이곳에선 10년 전부터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판매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서구 일산동 일산시장 내 중앙식당(031-975-6357) 순대국집에선 깔끔한 순대국을 맛볼 수 있다. 순대국(7000원)에는 찹쌀순대와 고기들이 섭섭하지 않게 들어가 있다. 이 집 순대국은 국물맛이 진하면서도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주인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순대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쫄깃한 순대(4000원)나 돼지머리고기(1만5000원), 모듬고기(2만원) 등도 양이 제법 푸짐하다.


	추석 특집 '전통시장 대표 맛집'

5일장 맛집은 '날이면 날마다 맛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끝자가 3, 8인 날에 일산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일산5일장(일산장)에선 "등갈비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한라마트' 고객 전용 주차장 안쪽 도로를 따라 약 5~6m에 걸쳐 형성된 등갈비 포장마차(011-350-9204)는 '장터 대박집'으로 통하는 곳으로 대낮부터 돼지등갈비(1인분 1만2000원)를 뜯으려는 사람들로 만석을 이룬다. 돼지등갈비를 한쪽에선 쉴 새 없이 굽고, 한쪽에선 열심히 뜯는 풍경. 해질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글지글 피어오르는 고소한 바비큐 연기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달콤짭짤한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내는 이곳의 돼지등갈비는 패밀리레스토랑 립 요리에 비할 게 아니다"라는 게 단골 김세준(52·일산서구 탄현동)씨의 말. 낮에는 주로 50~60대 중년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등갈비를 즐기고, 해가 지면 젊은층이 가세한다. 시중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메추리구이(4마리 1만원)나 돼지고기와 채소를 다져 도톰하게 빈대떡처럼 석쇠에 구워낸 떡갈비(5000원)도 인기다. 5일장 내 맛집 영업시간은 '주인장 마음대로'. 대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9시면 문을 닫는다.


글=박근희 기자 | 사진=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