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기록

엉터리 재산 공제 … 강화서 분당 이사 가면 기초연금 탈락

힉스_길메들 2015. 9. 10. 11:1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모(65)씨는 올 7월 만 65세가 되자 기초연금을 신청했는데 탈락했다. 구청 측은 “소득과 재산 기준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들어야 한다. 부부 가구는 소득인정액이 149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김씨 부부는 소득이 없고 집(2억3000만원)과 예금(2억4000만원)만 있다. 이 둘을 월 소득으로 환산해 149만원이 넘지 않아야 하는데 3만원이 초과됐다. 성남시는 중소도시로 분류돼 재산가액에서 8500만원(기본재산액)을 공제한다. 이 정도는 있어야 기본적으로 주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예금은 도시 규모에 관계없이 2000만원을 공제한다. 이렇게 하면 집은 1억4500만원, 예금은 2억2000만원이 남고 그 합의 5%(3억6500만원X0.05)를 열두 달로 나눠 월 소득으로 잡는다. 이렇게 계산하면 152만원이 나온다.

 만약 김씨가 인천 강화군이나 인천 동구로 이사하면 기초연금(월 20만3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인천은 대도시로 분류돼 재산공제액이 1억3500만원이다. 이만큼 공제받으면 김씨의 환산소득은 월 131만원으로 줄어 수령 자격이 생긴다.

 


 여기에 모순이 숨어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2014년)을 보면 성남 분당구는 5억1758만원으로 인천 강화군(1억1934만원)의 4.3배에 달한다. 인천 동구(1억5243만원)에는 3.4배다. 주거비가 훨씬 비싼 분당구의 공제액이 인천 강화군이나 동구보다 5000만원 적다. 5000만원은 기초연금 수급 자격 심사용 계산에서 21만원의 월 소득으로 환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9일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 등 22개 복지수당(서비스)의 ‘엉터리 기본재산 공제 실태’를 공개했다. 최 의원은 “재산 공제 방식이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불리하게 돼 있어 이 지역에 사는 노인들이 기초연금 등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22개 복지 대상자를 정하기 위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으로 구분해 공제액을 달리 매긴다. 기초연금은 공제액이 1억3500만원·8500만원·7250만원으로 돼 있다. 대도시는 특별시·광역시의 구, 광역시의 도농 통합군(郡)이 해당된다. 대도시 중 인천 강화군의 집값이 가장 낮다. 중소도시 중 77개가 강화군보다 높다. 강화군 다음으로 부산 중구가 낮다. 74개 중소도시가 여기보다 높다. 중소도시 중 가장 싼 곳은 강원도 태백시인데, 이보다 더 비싼 농어촌이 67개나 된다. 양평·청원·무안·거창 등 8개 군은 강화군보다 비싸다. 3단계 분류법을 적용하면 주택가격이 뒤죽박죽이다.

 경북 청송군 박모(65)씨 부부는 농어촌 지역 거주자라서 7250만원의 기본재산 공제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소득으로 환산하니 선정 기준을 4만원 초과해 기초연금 대상에서 탈락했다. 인근 중소도시로 이사하면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는 재산 공제액이 5400만원·3400만원·2900만원의 3단계로 돼 있다. 월 소득이 30만원인 노인(주택가격 8000만원)이 부산 중구나 광주 동구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면 기초수급자가 된다. 하지만 과천시나 경기도 가평군에 살면 탈락한다. 과천이나 가평군 집값이 훨씬 높은데도 이런 일이 생긴다. 장애수당·한부모 지원·국가유공자 수당 등 22개 복지제도 대상자 수백만 명이 잘못된 재산 공제의 피해를 보고 있다. 2003년 기초생보제에 3단계 방식을 도입한 뒤 다른 제도로 확대됐다. 당시는 3단계 방식이 시장 상황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12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그대로 뒀다. 보건복지부 박재만 기초생활보장과장은 “3단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3단계 공제 방식은 순전히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다 대도시·중소도시 할 것 없이 주택가액의 50%를 일괄적으로 공제하거나 주택가액 기준으로 몇 단계로 쪼개 공제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