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길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신경써야 할 사내정치

힉스_길메들 2016. 7. 31. 14:48

앙숙인 전 부장이 총애했다는 이유로 "보고서 함량미달, 다시써라" 계속 퇴짜


직장인이 알아야 할 사내정치

- 사내정치는 필요악이 아니라 현실이다.

- 사내정치는 장기전(長期戰)… 약삭빠르면 안된다.

- 사심을 대의로 포장하라.

-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철칙은 없다… 현실에 충실하라

- 모든 부하를 공평하게 편애하라.

- 잘나가는 상사보다 소외된 상사가 이용하기 쉽다.

- 나쁜 상사가 출세하는 건 예외적인 일

- 교양 있는 상사가 나쁜 상사보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

- 회사에 대한 불평은 가족 앞에서만 하라

- 사원이 조직과 자기를 동일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쁜 상사가 근로의욕 떨어뜨려

모욕당한 직원, 심장병 발생율 높아

회사 이미지 나빠져 실적도 악화돼


회사 그만두고 떠날 때는 말없이

전 직장 불평불만 해선 득될 게 없어

'가족과 보내려 떠난다'고 둘러대라


회사원 김모(32)씨는 부장에게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짜증이 난다. 퇴짜를 놓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잘못된 게 아니다. 김씨가 전에 있던 부장과 앙숙인 현재의 부장은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다시 써오라고 한다. 그냥 다시 써오라는 것도 아니다. 빨간 칠은 한 보고서를 부원들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너는 함량 미달"이라고 소리를 질러 모멸감을 준다. 자신이 예뻐하는 김씨의 후배와 비교하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이렇게 서너번 보고서를 다시 써가면 나중엔 보고서의 형식까지 문제 삼는다. 내용은 이해도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사할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회사 일을 자신의 감정에 따라 처리하는 건 사원 개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중앙SUNDAY와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 1815명 가운데 무려 88.4%가 자신들의 회사에 사내정치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 63.3%는 사내정치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먼저 승진을 하거나, 회사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사람들이 오히려 잘나가는 경우 등이 거론됐다. 그렇다면 사내정치는 어떻게 봐야하고 대처해야 할까. 『처세의 신』을 쓴 일본의 유명 인사 컨설턴트 다카기 고지(高城幸司)가 발간한 『사내정치의 교과서』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종합정보업체 리크루트에서 6년 연속 톱 세일즈맨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사내정치 탓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사내정치가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필요학이라기보다 현실 그 자체라고 진단한다, 중앙정부 부처의 공무원 박모(45)씨는 최근 지방으로 발령 났다. 이른바 좌천 인사다, 박씨는 자괴감이 들었다. 짧지 않은 공무원 생활 동안 업무성과만큼은 누구에도고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고 주변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씨를 아끼던 상사가 근무지에 찾아와 술잔을 기울이며 해준 말을 듣고 깨달은 점이 있었다.


상사는 말했다. "아부를 하라는 게 아니다, 너는 좀 덜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네가 말도 안 된다고 추진하길 거부한 사업이 알고보니 새로 온 국장이 밀어온 사업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국장으로 올지 누가 알았겠느냐, 네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세상엔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네가 아무리 '잇사람 눈에 들 필요 없고 묵묵히 일만 잘하면 된다'고 주장해도 권력다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나의 능력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이런 일 하나하나가 다 사내정치라는 게 다카기의 설명이다.


그는 사내정치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흔히 사내정치 하면 모함·배신·뒷담화 등을 떠올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신뢰다. 사내정치는 장기전(長期戰)이기 때문에 약삭빠르거나 자신의 의중을 쉽게 드러내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회 있을 때마다 모두에게 '저 사람은 머리 굴리지 않고 참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어처구니없게 사내정치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하더라도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다른 상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뢰를 쌓으면서도 가끔 빼어난 포장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사심(私心)의 대의(大義)로 포장하라는 다카기의 조언이 그것이다. 일본의 경영 구로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항공 명예회장은 과거 통신업체 다이니덴덴(현 KDDI)를 설립하면서 '국민경제를 위한 더 싼 전화요금'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물론 그의 목표는 업계 1위 NTT의 독점을 깨고 자기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구호가 먹혀들어 KDDI는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사내정치도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른바 '나쁜 상사'가 개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쁜 상사는 단순히 부하직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넘어 몰상식한 말과 행동으로 모멸감을 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능력대로 직원을 대하지 않고 자기 성질에 내키지 않으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내버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게 상사와 부하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그치지 않고 회사 전체의 근로의욕과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직장 내 '예의(civility)'를 연구해 온 미국 조지타운대의 크리스틴 포래스(경영학)교수는 나쁜 상사의 몰상식이 직원들의 실적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브랜드 이미지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7개 산업군의 직장인 605명을 조사한 결과 나쁜 상사에게서 모욕을 당한 직원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장질화 발별율도 높아졌다.


포레스 교수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나쁜 상사가 출세하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고, 좋은 조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쁜 직원은 제어할 수 있지만 나쁜 상사가 월권하는 걸 그대로 두면 회사가 잘 못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내정치 측면에선 회사를 그만둘 때의 처신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름하여 '원만 퇴사'의 법칙이다. 일본 최대 이직 컨설팅업체 DODA의 오우라 세이야 총괄부장은 "전에 다니던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은 퇴사를 전후해 절대로 입 밖에 내선 안된다"고 말한다. 짧게는 퇴사 절차부터, 길게는 새 직장에서의 생활까지 전(前) 직장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해서 득 될게 없다는 얘기다. 소문은 의외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이다.


윌스트리트저널에 직장생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는 수 셀렌바저도 '떠날 때는 말없이'를 강조한다. 그는 ▶전 회사에 대해 불평하려면 가족앞에서만 하라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 동료 4~5명과 퇴사 후 점심 약속을 잡아라 ▶왜 나가는냐고 묻거든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 등 애매한 이유를 대라 등의 철칙을 제시한다.


사내정치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그리고 지금 현재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불평불만 많은 직원, 오히려 퇴사 가능성 낮아


사내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직장생활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하난 있다. 평소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이 오리혀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낮다는 게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의 분석이다, 상식에 반하는 이 논문은 최근 경영아카데미저널이라는 학술지에 게제됐다.


케임브리지대 요헨 멘게스 교수팀은 미국과 유럽에 지사를 둔 항공기 조종사 양성학교 교관 135명을 1년 동안 밀착조사했다. 주기적으로 직장에서 화가 났을 때, 자책감이 들었을 때, 자랑스러웠을 때를 설문조사한 뒤 조직 정체성(회사 직원으로서의 나), 직업 정체성(교관으로서의 나)과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직 정체성이 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하더라도 퇴사하겠다는 응답비율이 자책감을 느끼거나 자랑스웠을 때에 비해 낮았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불평불만은 제 얼굴에 침뱉기와 같고, 따라서 회사를 그만두기보다는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직업 정체성이 높은 경우는 교관으로서의 프라이드가 높다는 의미여서 다른 조종학교에 자리가 나면 금방 옮기기 일쑤였다.


이 연구결과는 회사의 인사정책에도 시사점이 있다. 어느 정도의 불평불만은 오히려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