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두부는 찬물에 헹구고, 햄은 끓는 물에 데친 뒤 요리하라

힉스_길메들 2016. 10. 18. 15:51
기사 이미지

햄·빵 등에는 유통기간 중 품질이 변하지 않도록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다. 첨가물은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줄여 먹는 게 좋다.

가습기 살균제, 치약 보존제, 물티슈 방부제…. 올해 초부터 불거진 첨가물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식품 속 첨가물이다. 매일 노출되고 직접 삼키는 물질이기에 위험성이 더욱 크다. 싫든 좋든 우리는 많은 식품 첨가물에 노출돼 있다. 가공식품 하나에 적게는 10가지, 많게는 40여 가지의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다. 인스턴트 음식을 애용하는 직장인, 식단을 꾸리는 주부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첨가물 섭취량을 줄일 방법은 뭘까. 첨가물의 종류와 함께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가공식품 대부분에 보존료 포함돼

커버스토리 가공식품 첨가물 섭취 줄이려면

가공식품에 가장 널리 쓰이는 첨가물은 제품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보존료, 산화방지제, 산도조절제가 대표적이다. 제품 뒷면 영양성분 표기에 소르빈산칼륨, 안식향산염, 아질산염이 쓰여 있으면 보존료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가공식품 표기를 보면 금방 확인된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는 “보존료가 들어 있지 않으면 제품을 하루 이상 진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존료 가운데 안식향산염은 특히 주목해야 한다. 2007년 영국 셰필드대 화학과 피터 파이터 교수는 ‘안식향산염이 세포 활동을 저하시켜 간경변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거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안식향산염은 1일 허용치가 0.6㎎/g이다. 250mL 음료수를 약 4캔 정도 먹으면 1일 허용치에 도달한다. 어른 몸무게의 4분의 1 정도인 어린이는 음료수 1캔만 먹어도 해로울 수 있다.

햄·소시지에 들어가는 아질산염은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단백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WHO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와인 제조 시 첨가되는 소르빈산칼륨은 역시 메스꺼움을 유발하고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산화방지제는 주로 지방이 들어가는 식품에 첨가된다. 식품 속 지방은 산소·빛·열에 의해 빠르게 산화된다. 갓 구워 며칠 내 소비하는 식품이 아닌 몇 주, 몇 달씩 유통시켜야 하는 과자·빵·쿠키·케이크 등에 주로 쓰인다. 제품 표기에 아황산염, 부틸히드록시아니솔,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이 적혀 있으면 산화방지제를 사용한 것이다. 특히 아황산염은 알레르기 질환(천식·아토피·비염 등)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어 가급적 피해야 할 물질이다.

면류(파스타·국수), 치즈, 발효유, 잼, 탄산음료에는 산도조절제가 들어간다. 구연산, 푸마르산, 인산염, 수산화나트륨이 대표적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산도가 떨어지면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돼 금방 부패한다. 구연산·푸마르산은 과잉 섭취 시 적혈구 감소와 염색체 이상이, 인산염은 미네랄 흡수 교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식품의 품질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 넣는 첨가물도 있다. 식품업체로선 원가를 낮추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다. 원재료를 조금만 넣어도 원하는 맛이 날 수 있게 발색제·착향제를 넣는다. 예컨대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오렌지주스에는 오렌지 원액을 5~10%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물로 채운다. 거의 맹물에 색도 없기 때문에 오렌지 향이나 색을 띠는 첨가물을 따로 넣는다.

햄·소시지도 마찬가지다. 가열처리 과정에서 거무스름해진 고기 색깔을 바꾸려고 발색제를 첨가한다. 찜닭이나 약밥에도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내기 위해 캐러멜색소를 쓰는 경우가 많다. 발색제 중 특히 적색2호는 주의해야 한다. 발암 위험을 둘러싸고 논쟁 중이다. 현재는 어린이 기호식품(사탕·과자 등)에서만 쓰지 못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정하고 있다. 깐 도라지나 연근을 하얗게 유지시키는 아황산나트륨(표백제)은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착향제인 디아세틸(팝콘에서 버터 향을 내는 데 주로 쓰임)은 체내 대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휘핑크림·요거트에도 첨가물 들어 있어


감미료는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이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케이크, 과자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도 들어 있다. 홍삼 제품에서 단맛이 난다면 감미료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감미료를 둘러싼 유·무해(有無害)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이스크림, 휘핑크림, 샐러드드레싱을 즐긴다면 유화제를 조심해야 한다. 유화제는 물과 기름이 섞이도록 하는 촉매제다. 가공식품에 유화제가 첨가되지 않으면 수분층이 쉽게 분리된다. 식빵의 경우도 유화제를 써야만 구멍이 촘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 밖에 두부의 응고제(황산칼슘), 요거트 증점제(구아검·알긴산암모늄), 비스킷을 바삭하게 하는 팽창제(탄산염류, 암모니아염류 등) 등이 있다. 문 교수는 “간장·된장이나 소스를 직접 만들고 채소와 고기를 직접 요리해 먹지 않는 이상 첨가물 섭취를 피할 수 없다. 현실적으론 첨가제 종류를 확인하고 섭취량을 줄이는 게 그나마 차선책”이라고 조언했다.





뒷면 성분 표기란에 원재료 가짓수 적을수록 첨가물 적어 


첨가물 허용량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우선 식약처의 독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쥐를 대상으로 평균수명(2년)까지 매일 투여했을 때 이상 반응(피부 발진, 구토 증상, 내장기관과 생식계 이상 등)을 보이기 직전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이 양의 100분의 1만큼을 사람의 1일섭취허용량(ADI)으로 정한다.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쥐의 한계 섭취량의 100분의 1이므로 인체에는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가공식품 어떤 걸 고를까

그러나 안전하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은 다르다. 마치 자동차 매연을 최대한 피하는 게 건강에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한번 승인된 첨가물도 드물지만 훗날 이상이 발견돼 퇴출되는 사례도 있는 만큼 항상 유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은 노약자, 어린이, 임신부, 암 투병 환자군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첨가물 허용량은 성인 대상으로 설계된 것이므로 어린이는 그 절반보다도 훨씬 적게 섭취해야 한다. 태아는 미세한 양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암환자도 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개인 차도 크다. 유독 과자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두통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첨가물에 민감하다고 봐야 한다.

첨가물을 최대한 적게 먹는 방법은 뭘까. 첫째로 여건상 어렵지만 원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둘째로 식당에선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소스나 장류, 육수, 면 등을 사용하므로 외식 횟수를 줄인다. 셋째로 가공식품을 선택할 때는 뒷면 표기란을 확인한다. 전(全)성분 표시제 때문에 첨가물이 모두 표기돼 있다.

하지만 첨가물을 일일이 다 외울 수는 없다. 그래서 ‘무첨가’라고 쓰여진 제품을 고르는 게 낫다. 단, 논란이 되는 첨가물은 빼는 대신 검증 기간이 짧은 신생 첨가물을 넣는 꼼수를 부린 식품도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뒷면 표기란 영양표시에서 원재료 나열 개수가 되도록 짧은 것을 고르면 된다. 좋은 음료수라면 오렌지와 물밖에 들어갈 게 없지만 오렌지가 적게 들어간 음료수일수록 발색제·착향제·산도조절제 등 여러 첨가물이 들어간다. 넷째로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고른다.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을 수밖에 없어서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