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은 노인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노인 환자를 돌보는 배우자는 일반인보다 사망률과 우울증 위험이 높다.
노인 건강 망치는 ‘노노 간병’
그러다 남편을 간병하던 조씨도 탈이 나기 시작했다. 간병 전에는 가족력이 있는 고혈압 말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갑상샘기능저하증까지 생겼다. 조씨는 “건강이 조금씩 나빠져서 이제는 혈압약, 고지혈증약, 골다공증약, 갑상선기능저하증약을 매일 먹고 있다”고 했다. 두 달 전에는 간 수치가 높아져 약을 더 먹어야 했고, 어깨 회전근개 파열과 우울증까지 왔다.
간병 배우자 건강 ‘빨간불’
노노 간병은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 배우자가 질환에 걸리면 입원치료 후 집으로 옮겨와 돌본다. 환자가 귀가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보통 수술 후 요양이 필요한 환자, 말기 암 환자나 치매 환자, 뇌졸중 등 치료 후 장애가 생긴 환자 등이다.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은 하루 대부분을 환자에게 집중한다. 그러다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육체적·심리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건강이 나빠진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노인 환자를 돌보는 배우자들은 환자 건강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자 배우자 사망 위험 1.63배
간병은 인지기능과 육체적 능력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행동의학협회(Society of Behavioral Medicine) 학술지에 실린 피츠버그대,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심혈관건강조사(CHS) 표본 588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간병 스트레스가 있는 그룹의 인지기능 검사(DSST) 점수는 38.9점으로 간병을 하지 않는 그룹(43.7점)보다 낮았다.
또 15ft(약 4.5m)를 걷는 시간은 간병 그룹이 5.5초였던 데 비해 간병을 하지 않는 그룹은 5.1초로 차이를 보였다. 말기암 환자 가족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간병인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스트레스를 받을 위험이 일반인의 2.54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5.44배였다.
김선욱 교수는 “일반적으로 ‘한 명의 노인 와상(臥牀) 환자가 있으면 세 명이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며 “간병 과정 자체가 육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시간 가져야
전문가들은 “우선 자기 시간을 확보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용균 교수는 “간병하는 배우자는 하루 일과 중 간병에서 벗어나 있을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막혀 있는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친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나 가정간호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기능 정도에 기반한 등급에 따라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 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가정간호제도는 퇴원 후 의사의 판단에 따라 가정에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 처방하는 것인데, 간호사가 일정 기간 방문해 의학적 처치를 주기적으로 해주는 서비스다. 김선욱 교수는 “노인 중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존재를 모르거나 여기에 자신이 해당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신청 후 등급을 받으면 간병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을 한결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환자가 적극 치료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5개월간 일상생활지침을 실천토록 한 결과 적극적으로 실천한 군(群)의 간병 부담 점수(ZBI)는 19.6점, 소극적 실천군은 30.4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 지수는 간병의 어려움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88점 만점)로 점수가 높을수록 부담 정도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또 확보한 시간을 반드시 간병인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용균 교수는 “노인은 조금만 심신 균형이 깨져도 급격히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며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운동, 산책, 기도, 명상, 친구와의 대화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푸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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