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는 15~25%만, 나머지 생보사(11곳)는 100% 전부 지급.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할지에 대한 생명보험사의 자체 기준이 모두 나왔다. 회사별로 기준이 제각각인데다 대형사의 경우 75~85%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주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라 가입자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삼성생명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전체 미지급 금액(1608억원) 중 25% 수준인 약 400억원을 수익자(자살 사망자 가족 등)에게 주는 방안을 의결한다. 2012년 9월 6일 이후 사망 건에 한해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에 첫 지급 권고를 내렸던 날(2014년 9월 5일)로부터 2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 지급 대상을 정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사망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일부만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지급 기준일은 2011년 1월 24일 이후다. 이날은 금감원이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날이다. 교보생명은 전체 미지급액(1143억원) 중 167억원(14.6%)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생명도 미지급액(1050억원) 중 지급액 규모가 교보생명과 같거나 적은 수준(15%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으로 치면 보험금 지급 범위는 두 회사가 삼성생명보다 1년 7개월가량 길다. 하지만 지급액 비중은 삼성생명(25%)이 교보·한화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을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이와 별도로 2011년 1월 24일~2012년 9월 6일 사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자살예방재단에 기탁해 자살을 막는 데 쓰겠다”는 입장이다. 200억원 가량을 기존 사회공헌 사업 예산에 보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빅3 생보사가 금감원의 권고나 조치에 근거해 지급과 미지급 범위를 나눠놨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선 빅3가 모두 금감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런 기준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보험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기준이 합리적 근거보다는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 셈이다. 미지급금을 못 받게 된 수익자들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이라는 식으로 원망할 가능성이 크다
빅3와 나머지 생보사 11곳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다. 11개 생보사는 대법원이 지난해 9월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이 지났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지만 금감원 권고에 따라 전부 지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큰 보험사만 믿고 가입했던 소비자의 75~85%는 오히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만에 맺는 결론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대법원이 관련 판례를 처음 내놓은 2007년 이후 소송 등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문제의 핵심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버린 보험사들의 약관 효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다.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일본 보험 상품의 약관을 베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살을 재해사망 특약에 포함시켰다.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약관을 복사해 상품을 만들어 팔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관과 달리 자살을 ‘재해사망’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인정해 더 적은 보험금을 줬다. 하지만 2007년 대법원이 “그래도 약관대로 주라”는 판결을 내자 부랴부랴 약관을 고쳤다.
금감원이 본격 행동을 개시한 건 이보다 7년이 더 지난 2014년이다. 2011년 법적 제재 근거를 마련한 뒤에도 3년을 더 미루다 2014년 14개 생보사를 상대로 첫 지급 권고를 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다음달 초 자살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14개 생보사를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정한다. 업계에선 자살보험금 지급 범위가 금감원 제재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를 주시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들이 배임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약관 준수라는 원칙을 흐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원칙에 따라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삼성·한화·교보, 15~25%만 지급
금감원 제재 피하기용 조치 의혹
나머지 11개사는 전액 지급 방침
앞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도 일부만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지급 기준일은 2011년 1월 24일 이후다. 이날은 금감원이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날이다. 교보생명은 전체 미지급액(1143억원) 중 167억원(14.6%)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화생명도 미지급액(1050억원) 중 지급액 규모가 교보생명과 같거나 적은 수준(15%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으로 치면 보험금 지급 범위는 두 회사가 삼성생명보다 1년 7개월가량 길다. 하지만 지급액 비중은 삼성생명(25%)이 교보·한화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을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이와 별도로 2011년 1월 24일~2012년 9월 6일 사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자살예방재단에 기탁해 자살을 막는 데 쓰겠다”는 입장이다. 200억원 가량을 기존 사회공헌 사업 예산에 보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빅3 생보사가 금감원의 권고나 조치에 근거해 지급과 미지급 범위를 나눠놨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선 빅3가 모두 금감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런 기준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보험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기준이 합리적 근거보다는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 셈이다. 미지급금을 못 받게 된 수익자들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이라는 식으로 원망할 가능성이 크다
빅3와 나머지 생보사 11곳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다. 11개 생보사는 대법원이 지난해 9월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이 지났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지만 금감원 권고에 따라 전부 지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큰 보험사만 믿고 가입했던 소비자의 75~85%는 오히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만에 맺는 결론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대법원이 관련 판례를 처음 내놓은 2007년 이후 소송 등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문제의 핵심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버린 보험사들의 약관 효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다.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일본 보험 상품의 약관을 베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자살을 재해사망 특약에 포함시켰다.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약관을 복사해 상품을 만들어 팔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관과 달리 자살을 ‘재해사망’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인정해 더 적은 보험금을 줬다. 하지만 2007년 대법원이 “그래도 약관대로 주라”는 판결을 내자 부랴부랴 약관을 고쳤다.
금감원이 본격 행동을 개시한 건 이보다 7년이 더 지난 2014년이다. 2011년 법적 제재 근거를 마련한 뒤에도 3년을 더 미루다 2014년 14개 생보사를 상대로 첫 지급 권고를 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다음달 초 자살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14개 생보사를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정한다. 업계에선 자살보험금 지급 범위가 금감원 제재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를 주시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들이 배임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약관 준수라는 원칙을 흐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원칙에 따라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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