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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방·치과 팀워크 탄탄, 뇌졸중 치료·재활 책임진다

힉스_길메들 2017. 4. 10. 11:30
경희의료원 뇌졸중 전문 진료팀
뇌졸중은 뇌혈관은 물론 심장 치료와 재활, 염증 관리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사진은 전문 진료팀이 치료법을 논의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뇌졸중은 뇌혈관은 물론 심장 치료와 재활, 염증 관리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사진은 전문 진료팀이 치료법을 논의하는 모습. 프리랜서 조상희

의료의 질이 의사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첨단 장비와 시설 그리고 ‘협진 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의료의 질이 결정된다.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서로 협의해 진료하면 환자 상태를 다각적으로 평가해 최적화한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경희의료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학·한의학·치의학 협진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뇌졸중 분야에서 독보적인 치료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주부 박경희(65·가명)씨는 지난 1월 집에서 손주를 돌보던 중 몸에 이상을 느꼈다.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말이 어눌해졌다. 이상하다 싶어 서둘러 응급실을 찾았다. 뇌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진행한 결과 그는 뇌혈관이 막힌 ‘뇌졸중’ 상태였다. 신경과 의료진이 신속히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자 막힌 혈관이 뚫렸다. 응급처치 후 의료진은 뇌졸중을 일으킨 원인을 파악하고 질병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박씨를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약물·시술로 막힌 혈관 빨리 뚫어 
곧바로 진료과 및 병원 간 협진 시스템이 가동됐다. 경희대병원·한방병원·치과병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뇌졸중 전문 진료팀이 박씨의 치료를 전담했다. 먼저 의료진은 뇌졸중의 원인이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세동’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심장에서 발생한 혈전이 혈류를 타고 머리로 이동해 뇌혈관을 막은 것이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언제든 다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곧바로 심장내과에서는 혈전을 방지하고 심장을 규칙적으로 뛰도록 하는 약물을 투여했다. 동시에 내분비내과 의료진은 혈당 관리에 들어갔다. 박씨는 평소에 당뇨병을 앓았다. 혈당 수치가 계속 올라가면 혈관벽을 둘러싸고 있는 내피세포가 망가져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박씨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남았다. 전문 진료팀은 한의학적 처치를 병행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마비가 생긴 부위에 침·뜸 치료를 받았다. 그는 “지금은 혼자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져 건강한 모습으로 손주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에서는 뇌졸중 환자가 병원에 오면 전문 진료팀이 대응에 나선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예전에는 뇌졸중을 한 진료과에서 봤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진료과 간 협진을 토대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이상 증세를 느끼고 응급실에 방문한다. 이때 치료의 핵심은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뚫어주느냐다. 주로 신경과에서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사용한다.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땐 신경외과·영상의학과에서 혈관 내로 기구를 넣어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진행한다.
 
심장 문제 때문에 뇌졸중이 생겼을 땐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혈관이 좁아지는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혈전이 뇌혈관을 막게 돼 질병의 악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런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심장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심장내과에서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항응고제를 쓴다. 부정맥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젊은 환자에게는 전극도자절제술로 부정맥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앤다. 전기자극을 통해 부정맥의 원인 조직을 찾고 그곳에 고주파를 방출해 조직을 제거한다.
  
 
마비 남았을 때 침·한약 등 한방치료 병행 
뇌졸중 환자는 치료 후에도 마비와 감각 장애, 실어증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경희의료원 뇌졸중 전문 진료팀은 한의학 치료를 병행해 증상 회복을 유도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센터 권승원 교수는 “뇌졸중으로 마비가 온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면 뇌혈류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혈류를 개선하고 혈관벽 내피세포의 염증 발생을 막는 데에는 한약(유풍단·거풍청혈단)을 쓰기도 한다.
 
 
뇌졸중 환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치주질환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악화하는 원인 중 하나가 염증이기 때문이다. 치주질환은 구강 내에 만성 염증이 있다는 의미다. 염증이 심장까지 침범하면 심내막염을 유발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우식 교수는 “협진 시스템은 뇌졸중 악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며 “뇌졸중 전문 진료팀이 최선의 진료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