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방을 볼에 담고 빠른 속도로 저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생크림이 만들어진다. 생크림은 우유 속 지방을 원심분리 같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추출해 굳힌 것이다. 식품 용어로 ‘유크림’ 또는 ‘동물성 크림’이라 한다. 그러나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생크림에는 식물성 유지로 만든 크림이 포함되어 있다.
식물성 생크림은 팜유, 야자유 같은 식물성 기름에 첨가물을 넣어 만든 ‘모방 크림’이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생크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 밖에 가공유 크림이나 분말유 크림이 모방 크림에 속한다. 가공유 크림은 생크림처럼 유지방을 사용하지만 설탕이나 기타 첨가물을 사용한다. 분말유 크림은 가공유 크림을 건조해 만든다.
식물성 생크림, 식물성이니 몸에 좋을 것이다?
현대인은 유지방을 비롯한 동물성 지방을 경계한다. 각종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반면 ‘식물성’이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물성 생크림에 함유되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반드시 몸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다. 체내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우유 속 포화지방 역시 많이 섭취하지 않으면 해롭지 않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먹는 양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생크림 케이크는 고칼로리 식품이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이자 《과자, 내 아이를 헤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인 안병수 소장은 “포화지방 섭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생크림의 일일 섭취량은 성인 기준 유지방 함량 30% 정도인 생크림 80g이다. 포화지방의 일일 섭취 기준을 30g으로 했고, 그중의 절반을 생크림에서 충당한다고 가정한 결과이다. 생크림을 가끔 먹는다면 이런 수치를 고려할 필요도 없다. 동양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유지방을 과잉섭취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식물성 크림의 주원료는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인공 경화유다. 액체 기름을 고체로 굳히기 위해 유화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첨가물을 넣는다. 기름이 인공적인 과정을 거쳐 경화되면 지방산의 분자가 휘거나 끊어지면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트랜스 지방과 같은 여러 유해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지방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않고 축척된다.
식물성 크림을 만들 때 넣는 유화제, 안정제, 향료 등도 논란거리다. 유화제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내 유효 성분의 흡수와 배출에 지장이 생긴다. 안정제로는 카라기난이나 산탄검 등이 사용된다. 카라기난은 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산탄섬 같은 검류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향료 역시 화학물질 덩어리로 한 가지 향료에 적게는 수십 가지, 많게는 수백 가지 물질이 들어 있다. 이 물질 중에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동물성 생크림, 어떻게 골라 먹을까?
현재 프렌차이즈 형식으로 운영하는 대형 베이커리에서는 대부분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하거나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생크림을 섞어 사용한다. 동물성 생크림만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며, 쉽게 상하지 않아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케이크는 작은 충격에도 모양이 흐트러지기 쉽지만 경화유와 첨가물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유지는 더 단단하고 모양이 오래 유지된다.
그렇다면 동물성 생크림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생크림은 맛이나 질감이 다르다. 식물성 생크림은 혀 위에서 녹지 않고 막을 씌운 듯 탁하다. 반면 동물성 생크림은 입 안에서 쉽게 녹으며 더 가볍고 부드럽다. 모양은 식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케이크의 표면이 더 매끈하고 장식이 날카롭고 정교하다. 동물성 생크림 제품은 되도록 최근에 만들진 것으로 신선하게 보관된 것을 구입해야 한다. 유지방을 분리한 것이라 변질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