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길

일본여성, A형 남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

힉스_길메들 2011. 10. 20. 14:53

혈액형이 성격을 좌우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사고나 수술, 수혈과 관련되어 있지 않는 한 혈액형 타입에 대해 특별히 관심갖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일본만큼은 다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혈액 타입에 관한 이야기가 언제나 화두로 오르내린다. 일본 사람들은 혈액형에 따라 성격과 삶과 사랑과 일까지도 모두 암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토요일 저녁, 도쿄 카페 곳곳에는 ‘스피드 데이팅’을 하고 있는 청춘남녀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스피드 데이팅’의 규칙은 일단 커플이 정해지면 다음 벨 소리가 들리기 까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벨 소리가 다시 울리면 바로 옆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싱글에게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스피드 데이팅’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 양상이 일본의 것과는 약간 다르다. 일본의 ‘스피드 데이팅’은 A나 AB형 혈액형을 가진 남자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들은 혈액형이 A형인 남성을 가장 선호한다. 지난 일본 총리 아소(Taro Aso) 역시 선거 당시 자신의 공식 프로필에 A형이라고 입력해 인터넷에 공개했을 만큼, 자신이 A형임을 전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일본에서 남·녀가 처음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바로 혈액형 타입에 관한 것이다. ‘스피드 데이팅’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B형의 남자와는 좋지 않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찾을 때는 항상 B형만큼은 피하게 된다”며, “물론 혈액형의 문제가 아주 사소한 것 같긴 하지만 B형 남자는 계획적이지가 않아서 만날 때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지금 일본 열도는 혈액 타입에 따라 점술을 보는 것이 유행이다. 또 혈액 타입을 그 달의 테마로 다룬 여성 잡지나 서적이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내의 조화를 위해 혈액 타입을 고려하여 팀을 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스피드 데이팅에 참여했던 한 B형 남자는 “첫 직장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들이 혈액형을 물어보고 성격을 규정하려고 해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 규정하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다.

- A형: 매우 안정적이며 여성이 의지할 수 있도록 믿음직스럽고 안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 AB형: 논리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나다.

- O형: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며 결단력이 뛰어나다.

- B형: 대담하고 개방적이지만 이기적이다.

 

과학자들은 성격 형성은 유년시절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으므로, 혈액 타입에 따라 성격 유형을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나치리만큼 혈액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하 제프 킹스톤(Jeff Kingston) 템플대학 아시아 연구소 교수는 “일본 사람들은 섣불리 그들 자신에 대해서 개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 타입을 물어봄으로써 간접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추측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BBC가 4월 28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 유미혜 헬스조선 인턴기자(서강대학교 국문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