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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 감염된 사람, 녹내장 위험 2배 더 높아

힉스_길메들 2010. 12. 25. 20:12

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박기호, 김석환 교수팀과 성균관의대 김준모 교수팀은 혈액검사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양성으로 판명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하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한국인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 균이 양성으로 판명된 경우 정상안압녹내장의 빈도(743명 중 76명, 10.2%)가 음성으로 판명된 경우의 정상안압녹내장 빈도(477명 중 28명, 5.9%)보다 높게 나와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높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녹내장으로 안압 이외의 요인이 녹내장의 발병에 많은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는 기전에 대해 헬리코박터에 대한 항체에 의해 자가면역반응이 시신경주위 혈관에 일어나 시신경의 허혈(피가 모자람)이 일어나는 것과 시신경주위 염증반응과 혈관수축물질의 분비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녹내장에 걸릴 위험은 높은 반면, 녹내장이 악화되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 헬리코박터균 자체가 직접적인 녹내장을 유발하는 것인지, 균에 감염 후 발생하는 이차 반응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에 기생하는 균으로 위염을 비롯한 위암, 대장암 등 위장 관련 질병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위장관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동맥경화, 치매, 편두통 등 위장질환과 관련이 없는 병에도 연관성을 보여, 전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균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박기호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명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병이며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면서 “헬리코박터 보균자는 녹내장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권위있는 국제 안과 학술대회인 ‘ARVO(시과학연구학회)’에 발표하고 우수성을 인정받아 수상했다. 또한 안과 유수의 국제학술지인 ‘안과시과학연구(Investigative Ophthalmology and Visual Science, IOVS)’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