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n요리

갓 잡은 생선에 뒷마당 야채… 그리고 국간장 살짝

힉스_길메들 2012. 7. 14. 22:31

끓는 물에 생멸치를 넣고 끓인 뒤 미역과 배추를 넣고 다시 끓여 국간장으로 맛을 낸 멜국 ● 제주 향토음식보존연구원 제공

 

제주 바다가 눈에 아른거리는 계절이 다가왔다. 세계적으로 '청정지역'이라 인정을 받을 만큼, 제주도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고유의 문화를 자랑한다. 특히 제주도를 걷는 형태의 여행이 붐을 이루게 되면서 자연히 그 지역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식당에 가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가 갈치조림이나 해물 뚝배기다. 그렇지 않으면 횟집이 많다. 문득 궁금해졌다. 진짜 제주의 토박이 음식 맛은 무얼까?

제주 향토음식 보존 연구원의 양용진 부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는 생활양식 자체가 육지와 다르다. 섬이기 때문에 음식을 비축할 필요 없이 그날 잡은 생선을 재료로 해서 음식을 만들어 왔다.

"생선을 제외한 식재료는 집마다 작은 텃밭을 일궈서 해결하는 일이 많았어요." 작은 텃밭에서 딱 먹을 만큼 뽑아온 야채에 딱 먹을 만큼만 잡아 온 신선한 생선으로 요리하는 밥상이 말하자면 전형적인 제주 음식의 기본인 셈이다. 자, 그렇다면 제주음식의 생명이 '재료의 신선함'이라는 말이 된다.

신선한 재료는 강하게 양념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살짝 익히기만 하면 '요리'가 된다. 그러니까 맹물에 생선을 넣고 국 간장으로 간만 맞춰도 신선한 생선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한 단맛, 생선뼈를 우려낸 진한 국물 맛 등이 더해져 입에서 오래도록 그리운 맛이 된다. 양용진 부원장에게 진짜 제주식 우럭 요리법을 물어보았다. 제주에서도 본래 고춧가루 팍팍 넣은 우럭찜을 먹어왔는지 궁금했다.

"생선은 간장조림을 기본으로 하고, 우럭의 경우 콩을 볶아서 넣었어요. 그러면 적은 양의 생선으로 양을 불릴 수 있고, 콩에서 나온 전분 성분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소스처럼 되는 거죠." 볶은 콩을 더한 우럭찜이라! 듣기만 해도 호기심이 동하는 맛이다.

이 밖에도 갈치에 늙은 호박을 노랗게 썰어 넣고 끓인 국이나 고등어로 끓인 죽도 생선이 신선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만들 수 있는 맛이다. 특히 고등어의 경우, 극도로 신선하지 않으면 절대로 죽을 끓여 먹을 수 없는 일이겠다. 제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가정식 재료 가운데 보말이나 깅이가 있다. 보말은 고동의 일종으로 제주도에서는 죽이나 국의 재료로 쓴다고. 방게의 제주 방언인 깅이도 죽의 재료로 이용된다.

양 부원장이 꼽은 제주 음식의 중요 요소로 된장이 있다. 양념을 주로 된장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제주도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딱 맞아 된장이 맛있게, 빨리 발효되는 편이라고.

특히 유약을 번들하게 칠하지 않은 제주 특유의 옹기에 담아두면, 여느 된장에서 나는 군내가 잘 일이 없어 '생된장'의 형태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쌈장 대신 된장을 생으로 상에 올려 야채도 찍어 먹고 해 봤다.

제주 생선에 이은 명물이 제주 된장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넉넉한 바다를 끼고 살아서 욕심 부릴 일 없는 제주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우아한 음식 맛을 직접 먹어 볼 수 있는 '진짜 제주 음식점'이 늘어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