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험 수준 아니지만 지속적 관리 필요”…한국식품조리과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최근 중국산 식품 원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식습관으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8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에서 열린 한국식품조리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집중 다뤄졌다.
●통조림과 이유식, 개봉 후 5분 뒤 섭취해야
지난해 동국대 이광근 교수팀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통조림과 음료수, 이유식 등 300건의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퓨란의 함량을 조사했다.
퓨란은 식품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으로 1960년대부터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국제암기구(IARC)는 퓨란을 그룹2B에 속하는 발암우려물질로 분류했다. 동물실험에서는 발암물질임이 확인됐으나 사람에서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 교수팀의 조사 결과 육류 통조림에서 평균 32.16ppb로 가장 많은 퓨란이 검출됐다. 캔이나 병에 들어 있는 이유식(29.93ppb)과 수산물 통조림(29.40ppb)이 뒤를 이었다.
퓨란은 식품을 가열할 때 아미노산과 당 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다.
이 교수는 “퓨란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조리한 뒤 후 불면서 식혀 먹으면 날아가지만, 캔이나 병으로 밀봉하면 퓨란이 저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캔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말고 통조림은 뚜껑을 딴 뒤 5분 정도 지나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 통조림 업계 관계자는 “일반 식품에 존재하는 퓨란은 극히 미량으로 유해한 정도는 아니다”며 “업계에서도 가공이나 저장 중의 발생량과 빈도 등을 조사하며 저감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효식품 제조공법 표준화 필요
간장이나 주류, 김치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발효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에틸 카바메이트라는 유해물질이 일부 생성된다.
에틸 카바메이트 역시 IARC가 발암우려물질 그룹2B로 분류했다. 발효시킬 때 미생물이 아미노산(아르기닌)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서울대 권훈정 교수팀은 시중에서 파는 발효식품(주류 제외)을 대상으로 에틸 카바메이트의 함량과 평균 일일섭취량을 따져 한국인 한 사람이 하루에 에틸 카바메이트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보통 사람은 몸무게 1kg당 7.5나노그램(ng=10억분의 1g) 정도로 별 위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장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은 이보다 최대 10배 많이 에틸 카바메이트에 노출됐다.
권 교수는 “전국 각 지역 가정에서 만든 전통간장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효기간이 짧고 숙성 온도가 높을수록 에틸 카바메이트의 함량이 많았다”며 “함량을 낮추는 쪽으로 발효식품 제조공법을 표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주를 만들 때 아르기닌이 비교적 적게 들어 있는 대두 품종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한 발효식품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발효식품 조사 결과 에틸 카바메이트 함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돼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알코올 함량 15% 미만인 포도주의 경우 에틸 카바메이트 함량을 30ppb, 김치와 간장 같은 전통식품에서는 이보다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유와 우유, 뚜껑 닫고 기한 내 섭취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보통 밀가루 반죽을 효모로 부풀리면서 소금을 넣는다. 효모가 지방을 분해해 글리세롤을 만들면 이것이 소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3-MCPD라는 물질이 생길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 3-MCPD는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려 생식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서병철 교수는 “외국의 빵과 치즈, 크래커 등에서 3-MCPD가 검출된 적이 있지만 규제범위를 넘지 않는 소량인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에서도 함유 식품과 섭취량 등을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을 오래 가열하면 산소와의 화학반응(산화반응)이 활발해져 HNE라는 유해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는 단백질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몸 안에서 효소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은 성장기에 필수적인 성분이라 조제분유나 일부 우유, 햄 등에도 많다. 최근 강원대 서정희 교수팀은 시중에서 이들 제품 56건을 수거해 HNE의 함량을 분석했다.
서 교수는 “함량이 적거나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성분이 함께 들어 있어 대부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보관할 때 뚜껑을 닫아 산소와 접촉을 차단하고 기한 내에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퓨란이나 에틸 카바메이트, 3-MCPD, HNE 등은 모두 비교적 최근 들어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 물질은 일반적인 식습관으로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들 유해물질의 식품 속 함량과 섭취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 및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
전문가들은 일부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식습관으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8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에서 열린 한국식품조리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집중 다뤄졌다.
●통조림과 이유식, 개봉 후 5분 뒤 섭취해야
식품을 가열할 때 아미노산과 당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퓨란이 생길 수 있다. 휘발성이라 식혀 먹으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퓨란은 식품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으로 1960년대부터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국제암기구(IARC)는 퓨란을 그룹2B에 속하는 발암우려물질로 분류했다. 동물실험에서는 발암물질임이 확인됐으나 사람에서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 교수팀의 조사 결과 육류 통조림에서 평균 32.16ppb로 가장 많은 퓨란이 검출됐다. 캔이나 병에 들어 있는 이유식(29.93ppb)과 수산물 통조림(29.40ppb)이 뒤를 이었다.
퓨란은 식품을 가열할 때 아미노산과 당 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다.
이 교수는 “퓨란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조리한 뒤 후 불면서 식혀 먹으면 날아가지만, 캔이나 병으로 밀봉하면 퓨란이 저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캔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말고 통조림은 뚜껑을 딴 뒤 5분 정도 지나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조립, 캔이나 병에 든 이유식과 음료는 뚜껑을 딴 뒤 5분 정도 지나 먹는 게 좋다. 퓨란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검출된 퓨란의 양에 대해 “일반적인 식습관을 가진 성인에게는 문제없는 정도지만 영유아나 어린이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통조림 업계 관계자는 “일반 식품에 존재하는 퓨란은 극히 미량으로 유해한 정도는 아니다”며 “업계에서도 가공이나 저장 중의 발생량과 빈도 등을 조사하며 저감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효식품 제조공법 표준화 필요
간장이나 주류, 김치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발효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에틸 카바메이트라는 유해물질이 일부 생성된다.
에틸 카바메이트 역시 IARC가 발암우려물질 그룹2B로 분류했다. 발효시킬 때 미생물이 아미노산(아르기닌)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서울대 권훈정 교수팀은 시중에서 파는 발효식품(주류 제외)을 대상으로 에틸 카바메이트의 함량과 평균 일일섭취량을 따져 한국인 한 사람이 하루에 에틸 카바메이트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보통 사람은 몸무게 1kg당 7.5나노그램(ng=10억분의 1g) 정도로 별 위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장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은 이보다 최대 10배 많이 에틸 카바메이트에 노출됐다.
권 교수는 “전국 각 지역 가정에서 만든 전통간장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효기간이 짧고 숙성 온도가 높을수록 에틸 카바메이트의 함량이 많았다”며 “함량을 낮추는 쪽으로 발효식품 제조공법을 표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주를 만들 때 아르기닌이 비교적 적게 들어 있는 대두 품종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한 발효식품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발효식품 조사 결과 에틸 카바메이트 함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돼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는 알코올 함량 15% 미만인 포도주의 경우 에틸 카바메이트 함량을 30ppb, 김치와 간장 같은 전통식품에서는 이보다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유와 우유, 뚜껑 닫고 기한 내 섭취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보통 밀가루 반죽을 효모로 부풀리면서 소금을 넣는다. 효모가 지방을 분해해 글리세롤을 만들면 이것이 소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3-MCPD라는 물질이 생길 수 있다.
동물실험 결과 3-MCPD는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려 생식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경우 빵이나 치즈, 크래커 등에서 유해물질인 3-MCPD가 검출된 적이 있지만 규제범위 미만의 소량이었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을 오래 가열하면 산소와의 화학반응(산화반응)이 활발해져 HNE라는 유해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는 단백질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몸 안에서 효소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은 성장기에 필수적인 성분이라 조제분유나 일부 우유, 햄 등에도 많다. 최근 강원대 서정희 교수팀은 시중에서 이들 제품 56건을 수거해 HNE의 함량을 분석했다.
서 교수는 “함량이 적거나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성분이 함께 들어 있어 대부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보관할 때 뚜껑을 닫아 산소와 접촉을 차단하고 기한 내에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퓨란이나 에틸 카바메이트, 3-MCPD, HNE 등은 모두 비교적 최근 들어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 물질은 일반적인 식습관으로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들 유해물질의 식품 속 함량과 섭취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 및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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