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으로 암 발생위치 추적 가능… 면역조직화학염색법 유효
암은 정상조직과는 다른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그중 암이라고 규정짓는 가장 확실한 특성은 전이(metastasis)를 한다는 것이다.
전이는 암 조직이 주위의 정상조직으로 침투해 정상조직 내에 있는 혈관, 림프관 등을 통하여 암 조직과 멀리 떨어진 부위에 도달해 다시 자라거나, 체강이나 장기 표면으로 도달하고 나서 열린 공간 내에 뿌려져 그 부위에서 자라나 암 조직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전이는 암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야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대개 원발 부위에서 병이 상당부분 진행한 이후에야 전이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발 부위가 아닌, 전이된 부분에서 증상이 먼저 나타나 병원을 찾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암은 간을 좋아한다?… 간암 생겼다면 병리검사 필수적
그러면 암이 좋아하는 전이부위는 어디일까? 간은 림프절 다음으로 가장 흔히 전이하는 장기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혈액공급을 많이 받는 장기이고, 소화기계에서 나온 혈액은 간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혈액을 떠다니던 암세포가 간에서 다시 자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간암이라고 하면 간에서 발생한 암을 이야기하지만 실지로 간에 암이 있는 경우 간암보다 전이한 암일 경우가 40배 더 높다.
간에 전이한 암을 먼저 발견하고 원발암과 전이암의 가능성이 모두 있으면서 암의 원발 부위가 여러 가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을 때 간에 있는 암 조직을 조금 떼어 병리검사를 하게 된다.
이 상황이라면 병리의사는 인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물론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전까지 시행한 여러 검사로 범위를 어느 정도 압축시킬 수는 있으나, 확실한 원발 부위를 집어내는 것은 병리의사의 몫이다. 이런 작업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병리의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질병을 ‘눈’으로 확인한다. 암의 형태를 보고 어떤 암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간으로 전이된 선암종. 간에서 발생한 선암종의 모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http://news.dongascience.com/MEDIA/Photo/2008/11/19/20081119-9.jpg)
하지만, 간암 조직만을 살펴보고 어디서부터 비롯된 암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니, 전통적인 조직검사 만으로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식이 아닐 수 없다.
간으로 전이한 암의 약 90%는 선암종(Adenocarcinoma)이라는 종양의 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종양은 악성이기는 하나 암 중에는 흔한 모습이다. 따라서 간으로 전이한 암의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주 특수한 형태의 암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부터 전이되었는지 원발 부위를 추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병리의사는 추가 정보를 얻고자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시행하게 된다.
●항원-항체 반응검사법이 답… 항체개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1940년대 세포 내 항원을 찾기 위해 항원-항체 반응검사법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동물이 가지는 면역기능을 암 등 질병의 검사에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질을 추출하여 동물에 주사하면 이 물질은 항원으로 작용하게 되어 동물의 몸에서는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암조직과 반응을 시키게 되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질이 있을 경우 항원-항체 반응으로 결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검사 방법은 암 진단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암의 병리 진단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논리에서 시작해 1980년대 초반에는 세포 내 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 항체의 대량생산 방법이 개발됐고,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세포 내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항체를 이용한 면역조직화학염색법은 지금 병리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항체들은 세포 내 구조물 또는 세포에서 합성되는 효소나 분비물질 등을 표적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찾고자 하는 물질의 존재여부 및 세포 내 위치를 확인시켜 준다. 만약 항체 중 특정 장기에서만 발현하는 물질과 반응한다면, 원발 부위를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같은 간암 조직에 대해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시행한 모습. 검게 나타난 면역반응을 통해 유방에서 전이한 암이라는 점을 확진할 수 있다.![](http://news.dongascience.com/MEDIA/Photo/2008/11/19/20081119-10.jpg)
간에 전이를 잘 하는 암의 원발 부위는 폐, 대장, 췌, 유방, 위, 난소, 전립선 등 호발암 발생 부위와 일치하고, 다행히도 일부 장기를 제외하고는 원발 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항체들이 개발돼있다.
이중 폐, 간, 전립선, 대장, 유방, 갑상선 등에서 원발한 암은 비교적 쉽게 장기 특이성 항체를 이용하여 구분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발하는 위암이나 간으로 잘 전이하는 담도, 담낭, 췌장의 암에 대한 장기 특이성 항체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병리검사로서도 확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무수히 많은 항체가 개발되고 있고, 연구를 거듭하면서 항체의 유용성이 새로이 부각되어 활용되는 항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멀지 않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항체가 나타나리라 기대해본다.
홍은경 국립암센터 병리과 전문의
전이는 암 조직이 주위의 정상조직으로 침투해 정상조직 내에 있는 혈관, 림프관 등을 통하여 암 조직과 멀리 떨어진 부위에 도달해 다시 자라거나, 체강이나 장기 표면으로 도달하고 나서 열린 공간 내에 뿌려져 그 부위에서 자라나 암 조직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전이는 암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야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대개 원발 부위에서 병이 상당부분 진행한 이후에야 전이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발 부위가 아닌, 전이된 부분에서 증상이 먼저 나타나 병원을 찾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암은 간을 좋아한다?… 간암 생겼다면 병리검사 필수적
그러면 암이 좋아하는 전이부위는 어디일까? 간은 림프절 다음으로 가장 흔히 전이하는 장기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혈액공급을 많이 받는 장기이고, 소화기계에서 나온 혈액은 간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혈액을 떠다니던 암세포가 간에서 다시 자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간암이라고 하면 간에서 발생한 암을 이야기하지만 실지로 간에 암이 있는 경우 간암보다 전이한 암일 경우가 40배 더 높다.
간에 전이한 암을 먼저 발견하고 원발암과 전이암의 가능성이 모두 있으면서 암의 원발 부위가 여러 가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을 때 간에 있는 암 조직을 조금 떼어 병리검사를 하게 된다.
이 상황이라면 병리의사는 인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물론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전까지 시행한 여러 검사로 범위를 어느 정도 압축시킬 수는 있으나, 확실한 원발 부위를 집어내는 것은 병리의사의 몫이다. 이런 작업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병리의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질병을 ‘눈’으로 확인한다. 암의 형태를 보고 어떤 암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http://img.thescience.co.kr/icon/pic_arrow.gif)
![](http://news.dongascience.com/MEDIA/Photo/2008/11/19/20081119-9.jpg)
하지만, 간암 조직만을 살펴보고 어디서부터 비롯된 암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니, 전통적인 조직검사 만으로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식이 아닐 수 없다.
간으로 전이한 암의 약 90%는 선암종(Adenocarcinoma)이라는 종양의 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종양은 악성이기는 하나 암 중에는 흔한 모습이다. 따라서 간으로 전이한 암의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주 특수한 형태의 암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부터 전이되었는지 원발 부위를 추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병리의사는 추가 정보를 얻고자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시행하게 된다.
●항원-항체 반응검사법이 답… 항체개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1940년대 세포 내 항원을 찾기 위해 항원-항체 반응검사법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동물이 가지는 면역기능을 암 등 질병의 검사에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질을 추출하여 동물에 주사하면 이 물질은 항원으로 작용하게 되어 동물의 몸에서는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암조직과 반응을 시키게 되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질이 있을 경우 항원-항체 반응으로 결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검사 방법은 암 진단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암의 병리 진단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논리에서 시작해 1980년대 초반에는 세포 내 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 항체의 대량생산 방법이 개발됐고,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세포 내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항체를 이용한 면역조직화학염색법은 지금 병리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항체들은 세포 내 구조물 또는 세포에서 합성되는 효소나 분비물질 등을 표적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찾고자 하는 물질의 존재여부 및 세포 내 위치를 확인시켜 준다. 만약 항체 중 특정 장기에서만 발현하는 물질과 반응한다면, 원발 부위를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http://img.thescience.co.kr/icon/pic_arrow.gif)
![](http://news.dongascience.com/MEDIA/Photo/2008/11/19/20081119-10.jpg)
간에 전이를 잘 하는 암의 원발 부위는 폐, 대장, 췌, 유방, 위, 난소, 전립선 등 호발암 발생 부위와 일치하고, 다행히도 일부 장기를 제외하고는 원발 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항체들이 개발돼있다.
이중 폐, 간, 전립선, 대장, 유방, 갑상선 등에서 원발한 암은 비교적 쉽게 장기 특이성 항체를 이용하여 구분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발하는 위암이나 간으로 잘 전이하는 담도, 담낭, 췌장의 암에 대한 장기 특이성 항체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병리검사로서도 확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무수히 많은 항체가 개발되고 있고, 연구를 거듭하면서 항체의 유용성이 새로이 부각되어 활용되는 항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멀지 않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항체가 나타나리라 기대해본다.
홍은경 국립암센터 병리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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