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n요리

남자들의 스테미너 충전해줄 추천 맛집

힉스_길메들 2013. 7. 21. 02:15

스태미너식에 대한 남자 에디터의 고찰
동남아 날씨를 방불케 하는 한국의 여름. 남녀노소 모두 기력을 보강해야 할 시기다. 두 남자 에디터가 스태미너식 체험에 나섰다.

여자들에게 먹히는, 힐링 푸드로 진화한 보양식
By Editor_이석창

보신과 힐링. 이 두 단어 속에 담긴 공통의 코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는 데 있다.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뜻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보양식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보신탕, 사철탕 등으로 대변되던 예전 보양식은 차를 몰아 멀리 교외로 나가거나 도시의 허름한 뒷골목 식당을 알음알음 찾아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최근 보양식은 우리 발길이 닿는 가까운 곳으로 옮겨왔다. 물론 여전히 무겁고 투박한 뚝배기에 담아내는 곳이 많지만 예쁜 그릇에 담겨 서양식 푸드처럼 아름다운 비주얼로 재탄생된 메뉴로도 변화하고 있다.

30~40대 남성들만 몸을 보하는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힐링 푸드로 진화하고 있는 보양 메뉴를 찾아보았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보양 식재료는 장어다. 30대 여자들이 "기력 보충하려 장어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것 같다.

입소문 난 서울 논현동 근방의 장어탕 집을 찾아갔다. 이곳 사장은 장어탕을 먹으러 오는 손님의 남녀 비율은 6대 4정도라고 말했다. 여자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장어탕은 한 숟갈을 뜨기가 힘든 비주얼이지만, 한번 맛보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되는 맛이다.

식당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카페처럼 원목으로 꾸민 식당은 여자와 단둘이 와서 함께 먹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소개팅에 성공하면, 데이트 코스로 한번 계획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도 보양식 메뉴가 있지 않을까.

 

수프처럼 걸쭉한 국물이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특선 장어탕. 남해의 삼천포는 물살이 세서 생선의 살이 단단하고 육질이 좋다. 보름에 한 번 그곳으로부터 직접 가져온 장어를 사용한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데 그 비결의 8할은 좋은 장어라고.1만5000원

위치_
서울 강남구 논현동 66-21

문의_노다보울(02-3444-5009)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로 취재를 나갔다. 한적한 골목에 있는 일본식 덮밥집에서 여름 특선으로 준비했다는 보양식 메뉴를 찾아냈다. 특장어덮밥을 시켜서 먹었다. 달콤한 맛이 났다. 돈가스덮밥을 먹은 기분.

이곳에선 달콤한 맛을 내는 일본식 간장인 타마리 소스를 넣어 장어를 조리 한다. 살 속까지 깊게 양념이 밴 이유는 장어를 구워 양념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장어를 굽고 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함께 나온 참나물을 곁들여 느끼함을 느낄 틈도 없이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다. 조미료 맛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해산물로 만든 보양식은 허한 속을 달래고, 떨어진 체력을 보강하는 힐링 푸드인 것 같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라면 더더욱 그럴 듯.

장어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간 특장어 덮밥. 오랜 시간 조리하고 품이 들어 가격이 조금 센 편이지만 무척 맛있기 때문에 먹어보면 가격에 대한 저항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2만5000원.

위치_서울 강남구 신사동 535-23

문의_다왕래(02-515-9634)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전복 요릿집을 찾아갔다. 강남역 사거리의 간판도 없는 식당이지만 점심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단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는 전복보양탕밥을 시켰다. "특별한 양념은 없어요. 재료가 좋으면 그것만 끓여내도 충분히 맛이 나니까요."

사장의 말은 음식으로 증명됐다. 스태미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단조로운 것에서부터 변화가 많은 것에 이르기까지 지적·육체적인 활동을 장시간 계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체력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에디터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마음의 체력도 스태미너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속에서 먹은 보양식이 눈에 띄는 몸의 변화를 가져다주진 않았다. 하지만 바쁜 일상 중에 마음이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보양식이 혐오 식품이란 이미지는 많이 상쇄된 것 같다. 맛있게 조리해 먹기 좋게 담아내는 일품 요리로 만들어진 보양식을 먹어보니 기력이 떨어질 때, 마음이 지칠 때 점심 메뉴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장마 뒤에 후텁지근해질 여름, 매일 먹는 메뉴에서 벗어나 전복보양탕밥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보리새우 육수에 전복과 함께 굴, 홍합, 부추를 넣고 깔끔하게 끓여낸 전복보양탕밥.1만2000원.

위치_서울 서초구 서초동 1328-11 2층

문의_모랑해물솥밥(02-521-3980)


정력 상승의 플라시보 효과
By Editor_유재기

여자들이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면 피부가 좋아질 것이라고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심리적 믿음이 효과로 나타나는 것)처럼 남자들은 보양식을 먹으면 정력이 상승할 것이란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한다. 한 여름이 되기 전, 보양식을 먹으러 산과 들로 떠나는건 모두 그 때문이 아닐까.

올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푹푹 찌는 더위가 일찍부터 찾아왔다. 저질 체력을 보강한다는 핑계로 보양 음식을 찾기 좋은 날씨, 입소문난 식당을 찾아가 육식 위주의 보양식을 골라 맛봤다.

첫 메뉴는 '흑염소탕'. 에디터는 이번 취재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흑염소를 반려 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름난 흑염소탕을 파는 유명 식당을 수소문했다. 맛집 블로그에 상위를 차지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북배산흑염소'를 찾았다.

이곳 음식은 사장님이 직접 엄선했다는 한약재를 넣고 조리한 흑염소탕이 나왔다. 고기 누린내가 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먹어보니 수육처럼 쫄깃한 맛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골처럼 자작한 국물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수육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한 점을 집어 씹으니 육류에서 느낄 수 없는 아몬드 향이 났다. 고소한 맛에 육질이 쫀득하고 담백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흑염소탕을 바닥까지 비웠다. 흑염소 사골을 이틀간 푹 고았다는 국물에 뜨근한 밥까지 말아 먹었다.

전날 새벽까지 계속된 야근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본초강목』에 기재된 대로 '피로를 물리치며 위장의 작용을 돕는' 흑염소의 효능을 임상 체험을 통해 경험했다.

흑염소탕에 들어 있는 고기는 지천을 뛰어다니는 '네 발 달린 아몬드'라 부르고 싶을 만큼 고소하고, 수육은 담백한 식감을 낸다. 1번 사진은 흑염소탕1만2000원, 2번 사진은 흑염소 수육2만7000원

위치_
서울 동대문구 장안 3동 362-9

문의_북배산흑명소(02-2246-6610)

다음은 보양식의 왕중왕으로 불리는 '용봉탕'에 도전했다. 어렴풋이 '정력 회복에 최고!' 라는 추천 멘트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용봉탕은 육지와 바다를 대표하는 보양 식재료를 모아 끓인 전골 요리다.

자라와 가물치, 오골계와 토종닭을 한데 모은다는 『동의보감』 문구를 적어 넣은 '원기와 정력에 자라만큼 좋은 게 없다'고 기록돼 있는 식당 간판이 한눈에 꽂혔다. 용봉탕의 메인 식재료 자라 고기부터 먹었다.

약간은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고 망설이는 에디터를 위해 사장님이 손수 자라 껍질을 정리해 그 속에 들어있는 살을 발라주었다. 두툼한 콜라겐으로 둘러싸인 닭고기 외형의 자라 고기에선 바다 향이 솔솔 느껴졌다.

수분을 가득 품은 소고기의 식감과 쫄깃함이랄까. 육해공의 모든 맛이 자라에 담겨 있어 최근엔 여성 단골도 늘었다고 한다. 여자들도 즐긴다 하니 뭔가 묘한 식탐이 생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봉탕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향과 소고기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육해의 진미였다. 들어가는 재료가 귀한 것들이라 가격은 좀 세다. 4~5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용봉탕의 가격은25만원이다.

위치_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1199

문의_동강민물매운탕(02-959-0399)

마지막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평소 다이어트 할 때 즐겨 먹던 음식이라 그런지 심리적인 효과나 몸으로 오는 반응이 크진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큰 기대를 갖진 않았다.

경복궁 앞 토속촌을 찾았다. 인삼주를 음식에 부어 먹으면 원기 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삼계탕에 인삼주를 붓고 다리 한쪽을 뜯어내니 안쪽에 이 식당의 자랑인 4년생 인삼과 찹쌀 그리고 약대추, 은행이 빼곡히 들어 있다.

바로 고기를 한입 물어보니 닭 특유의 고소한 육즙과 인삼주의 향미가 동시에 느껴지며 식욕이 당겼다. 국물 또한 기름기가 거의 없어 몇 술을 떠 마셔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시간 관계상 세 가지 보양식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몰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사흘 간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했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출근해도 전날 피곤함이 누적되지 않는 몸의 변화와 여러모로 건강해진 것 같은 플라시보 효과를 경험했다. 그런데 에디터는 주말에 남자 친구만 만난다. 자라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명불허전 보양 음식 삼계탕. 원기 보양을 위해 인삼주와 함께 먹으면 좋다.1만5000원

위치_
서울 종로구 체부동 85-1

문의_토속촌(02-733-6645)

기획_조유미 기자, 유재기, 이석창 사진_홍하얀 / 레몬트리 2013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