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중화동 <으뜸식당>
‘저렴하다’ 듣고 한 시간 넘게 차 몰고 가는 비합리적 구매
토요일 오후 정체된 차량 숲을 헤치고 서울 중화동으로 차를 몰았다. 얼마 전 대학생 블로거가 소개한 식당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대학생이라 한 끼 식사비 지불에 한계가 있고 지역적으로 맛집으로 내세울 곳이 거의 없는 곳이라고 한다. 다만 동네 특성상 음식 값은 저렴하다고 들었다.
청국장은 5,000원 밖에 안 하는데 그것도 국산 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여기에 달걀찜과 보쌈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보쌈김치에 들어간 고춧가루도 100% 국내산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메뉴 구성이라면 식당에서는 거의 수익이 없다. 한마디로 착한식당이다.
대학생의 순수한 제보를 믿고 교통체증도 무릅쓴 채 불원천리 찾아갔다. 식당이 작아서인지 인터넷에 주소 등록도 안 되었다. ‘으뜸식당’이라는 상호보다 보쌈과 청국장이 간판에 더 크게 명기 되어있다. 종업원도 없이 주인아주머니 혼자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두 명이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게 벽면에 ‘1인분 주문은 계란찜 제공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벽면에 청국장의 효능도 구구절절 붙어있다. 청국장 최고의 효능은 정장효과이고 성인병에 좋다고는 알고 있지만 남자의 기를 살리는 ‘천연 비아그라’라고도 적혀있다. 과연 청국장은 만병통치 음식인 모양이다. 알고 보니 이 식당 남자 주인이 작은 규모로 청국장을 제조, 유통하고 있다고 한다. 5,000원에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던 셈이다.
주문한대로 청국장과 보쌈이 나왔다. 청국장은 냄새가 덜한 편이고 맛이 슴슴하다. 명품의 맛은 아니지만 5000원짜리 기준으로는 충분하다. 콩 알갱이도 듬성듬성 보인다. 5000원에 국산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먹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 섭생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국산 콩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GMO가 배제된 국산 콩으로 띄운 청국장을 편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메뉴의 압권은 보쌈이다. 수입산 돼지고기 목살이지만 잘 삶은 보쌈고기에 보쌈김치격인 겉절이가 나왔다. 돼지고기를 하루에도 수시로 삶는다고 한다. 주인장 성격인지 삼겹살보다 기름기가 현저하게 적은 목살을 사용했다. 청국장도 염도가 낮아서 슴슴했다. 나름대로 웰빙 콘셉트를 구현하고 있다. 수입 냉동육이지만 냄새도 별로 없고 잘 삶았다.
무엇보다 겉절이 김치가 맛있다. 양념을 넉넉하게 썼다. 재미있는 것은 이 김치를 여자 주인이 아닌 남자 주인이 아침에 만든다고 한다. 이 식당 음식 맛의 핵심은 남자 주인장에게 나온다. 청국장도 남자 주인이 띄운다. 원래 필자는 겉절이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싹 비웠다. 주인아주머니가 추가로 준 겉절이도 다 먹었다. 보글보글 계란찜도 나왔다.
마침 육순이 넘은 아주머니가 와서 포장으로 보쌈 2인분을 주문했다. 도시락에 김치와 보쌈고기를 각각 가득 담았다. 가격은 2인분이니 합계가 1만원이다. 시중 음식점에서 보쌈은 저렴한 음식이 아니다. 1만원에 보쌈을 포장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5,000원에 판매할 수 있는 노하우와 저력
사무실 인근에 칼국수와 보쌈을 파는 깔끔한 식당이 있다. 몇 달 전 식사를 할 때, 이 식당 주력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자신 있게 칼국수와 보쌈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쌈 중 가장 저렴한 메뉴가 3만5000원이었다. 그 가격이면 두 명이 보쌈을 주문하고 별도로 칼국수를 먹기가 부담스럽다. 필자도 그 식당에 보쌈 먹으러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연히 그 식당은 보쌈을 많이 팔지는 못할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외식기업들의 보쌈 가맹점들이 수익성 때문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덩치가 큰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기 위해 가맹점들에게 꽤 비싼 가격으로 보쌈김치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은 손님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몇 년 전에는 수익성 악화 때문에 많은 가맹점들이 업종을 전환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가맹점에서 많이 팔아도 수익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가맹점도 부담스럽고 손님도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보쌈이다.
역시 그 보쌈 체인점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보쌈 소(小)자는 2만8000원~ 2만9000원이다. 그것도 수입육이다. 삼겹살이나 갈비는 1인분 단위로 주문하기 때문에 기본 분량을 먼저 주문하고 나중에 추가분을 주문한다. 따라서 처음에 주문하는 기본 가격은 덜 부담스럽다. 그러나 보쌈 같은 일품요리는 처음에 주문한 것이 전부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은 묘하게 처음에 인지하는 가격을 중요시하지 나중에 계산할 때의 가격을 덜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웰빙 음식인 보쌈이 손님에게는 묘하게 부담스러운 단가의 음식이다.
그러나 변두리의 이 식당은 그런 부담감을 최소화했다. 반찬의 가짓수도 단출해서 원가를 줄였고 겉절이 김치의 양념 맛이 한 몫 한다. 국산 고춧가루 가격이 비쌀 때 1000원을 올릴까 고민했는데 꾹 참았다고 한다. 요즘은 고춧가루 가격이 안 비싸서 걱정은 없다고 한다. 또한 종업원 없이 주인 부부가 운영해서 인건비 부담이 없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것이다.
메뉴에는 칼국수도 있지만 아마도 손님의 대부분은 청국장+보쌈을 주문할 것이다. 주야간 구분 없이 가끔 손님들이 이 보쌈을 주문해서 소주나 맥주도 마신다. 저렴한 안주 가격으로 소주를 마시는 셈이다. 다음에는 밥을 안 먹고 이 보쌈에 소주를 한잔 해야겠다. 차를 몰고 오는 까닭에 기름 값을 감안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은 데도 말이다.
지출내역 (2인) : (청국장 + 보쌈) 5000원 × 2인분 = 총 1만원
<으뜸식당> 서울 중랑구 동일로 123길 68 02-432-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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