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사는길

기대여명 따져보니…제주 여성, 서울 남성이 주택연금 유리

힉스_길메들 2016. 5. 17. 22:13

"매월 정해진 날짜에 고정적인 금액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게 안정적이어서 좋네요.”


부산에 사는 이선연(65·여)씨는 지난 2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연금 받아서 재미있게 사시라’는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 덕분이었다. 3억원대 후반인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월 받는 금액은 104만원. 그는 “지금 와서 보니 더 일찍 가입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평균 아파트값 2억8028만원 기준
경남 남성 1억6430만원 받아 최저
빨리 가입할수록 총수령액 늘어


이씨가 60세에 주택연금을 신청했다면 어땠을까. 통계청 ‘시도별 생명표’가 제시한 기대여명 기준으로 평생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금액을 계산해 봤다. 60세에 가입했다면 월 88만원씩 26.47년(부산 여성 기대여명)간 총 2억7800만원을 받게 된다. 65세 가입 시(기대여명 21.87년, 총 2억7270만원)보다 530만원 많다. 기대여명과 실제는 차이가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일찍 가입하는 게 더 이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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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종신형으로 받는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오래 살수록 남는 장사다. 사는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도 마찬가지다. 누가 앞으로 얼마나 살지에 대한 예측치가 있다면 누가 언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한지를 알아볼 수 있다. 통계청의 ‘2014년 시도별 생명표’에 나온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성별, 시·도별 주택연금 가입의 유불리를 따져봤다.

분석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평생 동안 받게 될 주택연금 수령액도 22% 많다(60세 가입 기준). 주택연금은 종신형 금융상품으론 이례적으로 성별에 따른 월지급금 차이가 없다. 같은 보험료를 냈다면 여성의 월 연금액이 더 적은 보험사 연금상품에 비해 여성에게 유리한 구조다. 일반적으론 주택연금 가입자인 남편이 먼저 사망해도 별문제는 없다. 집 소유권을 부인에게 이전해 계속 연금을 이어가면 된다.

하지만 재혼 가정에선 종종 다툼의 소지가 있다. 류기윤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장은 “남편 쪽 자녀가 새어머니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걸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내가 오래 살 확률이 높으므로 가입 시점부터 집을 부인 명의로 해 두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지역별로는 제주도 여성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전국 평균 매매가(2억8028만원)인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 60세 여성은 남은 28.57년간 매월 63만7000원씩 총 2억1840만원을 받는다. 울산에 사는 또래 여성(1억9540만원)보다 기대 연금 수령액이 2300만원 더 많다.

전국에서 기대여명이 가장 짧은 경남 남성(1억6430만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5410만원으로 벌어진다. 남성 최고액은 서울의 1억8050만원 이다. 대형 의료기관이 모여 있는 서울·경기는 남녀 모두 오래 사는 편이지만 제주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기대여명이 유독 긴 게 특징이다.

늦게 가입할수록 월 연금액은 높아지지만 평생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입해야 더 많다. 지금 가입했을 때를 기준으로 60세와 70세 남녀의 평생 예상 수령액을 비교해 보면 60세가 940만~1330만원 더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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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갈수록 월 지급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입을 서두르는 게 낫다. 현재 주택연금 월지급액은 매년 주택가격이 2%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책정됐는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주택연금은 금융인지 복지인지 애매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며 “소비자로선 가급적 빨리 가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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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대신 사는 집을 전세로 옮기고 남는 자금으로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60세 여성이 전세(보증금 2억원·전국 주택 평균 전셋값)로 바꾸고 나머지 8000만원으로 종신형 즉시연금에 가입한다면 월 27만7000원을 받는다. 이 금액은 매월 공시이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추후 전세 보증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류기윤 부장은 “고금리 시절엔 예금·보험 상품이 유리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며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연령층일수록 연금액이 고정되는 주택연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