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n요리

요즘 뜨는 부위 목살, 동료와 함께 구우니 더 맛있네!

힉스_길메들 2011. 12. 30. 23:13

 초벌로 구운 뒤 두툼하게 썰어주는 서울 충무로 '뚱보 돼지갈비통고기'

80~90년대 인쇄매체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사진식자, 조판, 인쇄, 원색분해, 사진대여, 편집 작업 등의 업소가 몰려있던 충무로로 집결했다. 모 그룹의 사보를 제작했던 기자도 충무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많았다. 매월 편집 작업을 마감하고 나면 가볍게 쫑파티를 했는데 주로 인근의 식당에서 모였다.

'뚱보 돼지갈비통고기' 02-2267-1801도 닭 한 마리 집, 주꾸미 구이 집과 함께 그때 가끔 들렀던 점포다. 그 집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인근의 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인쇄쟁이, 광고쟁이, 사진쟁이, 월급쟁이들이 다 모여들어 와글거렸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을 만나러 충무로에 나갔더니 아직도 그 집이 건재했다.

어느 사람의 특정한 성향 뒤에 붙이는 접미사 '~보'. 먹보, 울보, 째보, 꾀보, 잠보 등 '보'자 돌림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이 집 주인장인 손필수 사장은 1981년 자신의 넉넉한 체격에서 힌트를 얻어 '뚱보'라는 상호로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냉면을 팔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아 메뉴를 바꿔 지금까지 돼지고기 목살인 통고기(200g, 1만1000원)와 갈비(300g, 1만1000원)와 껍데기(220g, 9000원)를 취급하고 있다. 어느새 개점한 지 만 30년이 되어 이 집의 내공을 짐작할 만하다.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간장 양념이 속까지 스며있어 누린내가 나지 않고 쫀득한 껍데기도 먹을 만하고, 갈비도 훌륭하지만 이 집의 간판스타는 역시 통고기 즉, 목살이다. 마장동에서 구매한 국내산 냉장육을 쓰는데 마치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잘라 구워낸다. 워낙 살집이 두툼해 제대로 구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이 집은 손님이 주문하면 고기를 꺼내 밖에서 우선 초벌구이를 한 다음에 내간다. 숯불에 굽는 초벌구이 과정에서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막상 손님 앞에 가져온 고기는 구워도 냄새나 연기가 거의 없다. 손님이 오랫동안 생고기와 씨름하지 않고 빨리 구워먹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고기가 익으면 종업원이 잘라주는데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두툼한 목살은 풍부한 육즙과 탄력적인 식감이 살아 있다. 고기를 먹기 전에 고기와 함께 내온 전복죽으로 속을 달래면 고기의 감칠맛이 더 나는 듯하다.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그런데 고추냉이가 들어있는 간장에 파채를 넣어 고기와 함께 먹으면 한결 색다른 목살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제 여름도 다 지나간다. 지난여름 내내 지지고 볶았던 동료들과 퇴근 후에 목살을 구우며 여름휴가 뒷얘기를 함께 나누는 것은 어떨지.

 

 


 

 

김해 '풍미불고기' & 충무로 '뚱보 돼지갈비통고기' 055-312-4579

돼지고기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삼겹살은 고소한 맛이 있지만 어느 정도 먹으면 지방질 때문에 느끼하고 몸 생각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 기름기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목살은 육질도 좋고 비계가 알맞게 섞여있어 담백한데다가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고기의 깊은 맛을 즐기려면 오히려 목살이 더 좋다는 사람도 많다. 점차 목살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돼지고기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될 지 주목된다. 최근에 둘러본 식당 가운데 목살 맛이 괜찮은 두 집이 있었다.

숙성육 풍미의 진가 보여주는 경남 김해 '풍미불고기'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숙성육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숙성육 예찬론자들에 따르면 숙성육이야말로 제대로 된 맛있는 고기라고 한다. 지방층인 마블링의 양과 분포상태로 매겨지는 현재의 등급 기준 때문에 지방질은 적지만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 좋은 고기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숙성 작업은 고기를 영양학적 미각적으로 우수하게 개선시키는 과정이므로 지방이 적은 살코기를 적절하게 숙성시키면 최상의 육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풍미불고기' 박성찬 사장도 숙성육 예찬론자다. 이 집에서 구워내는 목살(130g 7000원)도 10~12일간 진공 포장상태로 숙성고에서 습식숙성(wet aging)시킨 것. 고기를 숙성시키면 고기 속의 단백질이 가수분해하여 핵단백의 분해산물과 아미노산이 생기는데 이 물질이 구수한 맛을 낸다.

또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단맛을 지닌 젖산을 형성한다. 색깔도 붉은색이 차츰 먹음직스런 선홍색으로 변한다. 숙성을 시키면 풍미뿐 아니라 연도도 높아져 고깃결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 육질의 부드러움은 먹을 때 입 안에서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도록 해준다.

대부분 주인장 박씨가 직접 목살을 구워주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손님이 스스로 구워서 잘라먹어야 한다. 고기는 육질도 중요하지만 굽기와 자르기가 고기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잘 구워서 잘라먹어야 한다. 이집 목살의 두께는 3cm 이상으로 워낙 두꺼워 숙성과정에서 높은 숙성효과를 위해 칼집을 냈다. 고기의 심부까지 공기가 닿으라는 뜻에서다.

그래서 고기를 구울 때는 이 칼집과 반대 방향으로 잘라야 제대로 익고 맛도 좋아진다.  이집에서는 고기를 한참 구워도 불판 바닥이 깨끗하다. 고기의 조직이 파괴될 때 나오는 수분이 없기 때문이다. 목살이 익는 동안 고기 형태의 변화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 깨끗한 상태로 구워진다.

두툼한 목살을 입에 넣었다. 육즙이 굽는 과정에서 그대로 남아있어 고소한 풍미가 전달되었다. 씹을 때마다 육질의 탄력과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퍽퍽하기만 한 보통 목살과는 딴판이다. 워낙 두껍게 잘라서 굽다보니 긴 시간 담소를 하느라 식은 뒤에 먹어도 육즙이 마르지 않아 고기가 뻣뻣하지 않다.

곁들여 나오는 콩나물무침은 그 자체로도 맛있는 반찬 구실을 톡톡히 해내지만 목살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아 고소하고 담백해 고기를 자꾸 먹게 만든다. 구수하고 얼큰한 후식 시골된장찌개(2000원)도 먹을 만하다. 콩 발효 식품 된장은 육류를 흡수해주는 효능이 있다. 된장은 고깃집 후식으로 단순히 입에만 맞는 것이 아니고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 이 집 된장은 100% 콩으로 만든 재래된장이어서 고기 먹느라 느끼해진 입맛을 확실하게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