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감정 표현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무조건 터뜨리는 것이 아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쁨과 슬픔은 느낄 때마다 바로 표출하는 것이 좋다"며 "심리학적으로 기쁨·슬픔을 접근 동기라고 하는데, 접근 동기를 잘 표현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장수한다"고 말했다. 반면, 화·불안과 안도감은 회피 동기라고 하는데, 이런 감정은 주로 자신의 치부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표현하면 오히려 나중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김 교수는 "한국인은 어떤 감정이든 남에게 적절히 표현하는 요령을 잘 모른다"며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감정을 적절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는 방법은 평소 스스로 연습할 수 있다.
◇성인_
▷귀가길 하루 감정 분석하기 = 퇴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그날 생겼던 일과, 그 때 나타났던 신체 반응을 최소 10분간 분석하면서 명상을 한다. 상사가 질책해 당황했을 때 식은땀이 났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면,다음 번 유사한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신체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먼저 떠올리고 대처할 수 있다. 한림대 심리학과 조용래 교수는 "다만, 지난 일을 떠올리기만 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감정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고 말했다. 자가운전자는 명상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없다.
▷짧은 감정일기 쓰기 = 그날그날 감정 조절이 힘들었던 상황을 글로 옮겨본다. 손으로 시간·장소를 적고 기분을 0~10점까지 매긴 다음 기분에 따라 신체반응이 어땠는지 기록한다. 기분이 좋았거나 분노가 심했던 상황을 적을 때는 글씨가 커지거나 비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 감정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조절하는 능력이 자란다.
▷드라마 볼 때 동년배 등장인물에 몰입 = 영화·드라마를 볼 때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자기 나이대의 등장 인물이 어떤 감정일지 생각해보자. "남편 병이 나았으니 엄청나게 기쁘겠군" 하는 식으로 그 인물의 감정을 혼잣말로 이야기하며 감정이입한다.
◇노인_
▷동·식물에게 감정 단어 말하기 = 애완동물이나 화초를 앞에 놓고 감정 표현을 연습한다. 화초에 물을 줄 때 "잘 자라서 예쁘다"는 식으로 소리내어 말해보고, 차츰 다양한 단어로 확장한다. 이런 습관이 들면 사람과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는 능력이 개발된다.
▷점수 매기는 팀 게임하기 = 팀을 짜서 점수를 매기는 게이트볼·윷놀이 등을 한다. 팀원이 1점씩 기여할 때마다 박수치고 "잘했어"라고 칭찬하는 규칙을 정한다. 반대로 팀원이 실수했을 때는 "괜찮아"라고 해준다. 즐겁고 쾌활한 분위기에서는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기 때문에 훌륭한 연습이 된다. 다만, 점수를 가지고 내기를 하면 안된다.
◇어린이_
▷동화 주인공 감정 표현하기 = 부모가 자녀에게 동화책 속 주인공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그 감정을 표현하게 해본다. 아이자람연구소 윤미숙 소장은 "어린이는 자신의 느낌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좋은데, 조금 다르게 해보자"는 식으로 자녀가 감정을 올바로 표현하도록 돕는다. 모래놀이도 좋다. 집이나 놀이터에서 모래로 바다·땅·언덕 등 다양한 장소를 만든 뒤 인형 2~3개를 놓고 상황마다 인형이 느낄 감정에 대해 대화한다. 어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요리하며 느낌 말하기 = 부모나 교사가 아이와 함께 요리하면서 식재료의 색깔·냄새·느낌에 대해 대화하면 아이는 저절로 감정 표현법을 익히게 된다. 요리 과정에서 시각·후각·미각 등을 두루 느끼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이정윤 교수는 "밀가루 반죽 등 다양한 요리재료를 다루면서 느낌이 어떤지 말하게하면 감정 표현을 적절하게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 이미진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