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 삶 웰빙

모정소반의 건강한 한식 밥상 , 세 번째 이야기

힉스_길메들 2011. 4. 29. 04:07

할머니의 품을 닮은 징광옹기와 구수한 된장

흙과 불의 조화로 구워 내는 옹기는 몸 안으로 물을 품고 몸 밖으로 공기가 드나들게 한다. 꽃샘추위로 등이 시린 초봄, 겨우내 정성스럽게 띄운 메주를 옹기에 차곡차곡 담고 간간한 소금물을 부어 첫 장을 담근다. 잡맛 없이 순하고 구수한 된장 맛은 그렇게 시작된다.

*<월간 헬스조선>에서는 푸드 칼럼니스트 모정소반(母情小盤)과 함께 조상들이 물려준 한식의 절기별 지혜로운 조리 법과 그 대표적인 식재료 기행을 2011년 2월호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 솜씨를 가늠하는 첫 잣대는 간 맞추기일 것이다. 제 아무리 걸고 볼품 있게 차린 밥상이라도 간이 맞아야 입에 붙는 법. 입에 딱 맞는 간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싱거우면 소금을 더하고 짜면 물을 붓는다고 맞춰지는 것이 아니다. 맛의 근본을 잡는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을 적절히 골라 쓰거나 절묘하게 섞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장류나 젓갈도 마찬가지다. 맨입에 먹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짜고 달며, 적당히 고소해야 한다.

장류나 젓갈의 적당한 맛과 향을 낼 수 있게 하는 일등공신은 바로 옹기이다. 잘 구워진 옹기는 물과 공기와 교감해 음식을 맛있게 숙성하고 보관한다. 백자나 청자, 분청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조형이나 색감이 다르지만 어느 한 나라, 한 지역에서만 만들어 내지 않는다. 하지만 옹기는 다르다. 질박한 모양새, 수더분한 색감을 가진 옹기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흙을 차지게 반죽해 조형을 잡고, 흙과 재를 섞어 만든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워 내는 옹기가 없었더라면 그처럼 다양한 발효식품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 그릇 장수의 벌이를 두고‘옹기 장수는 다섯 곱이 남고, 사기 장수는 네 곱이 남고, 유기 장수는 여섯 곱이 남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옹기가 많이 쓰였기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아파트 생활이 대중화되면서 제일 먼저 없어진 것이 장독대였고, 그에 따라 옹기도 귀해졌으니 옹기 장수, 옹기장이는 더욱 보기 힘들게 되었다.

#흙과 잿물, 불과 공기의 조화로 굽는 옹기

장독대는 어머니에게는 일터였지만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아이는 ‘깨꽃’이라 부르는 사루비아에서 꿀을 빨고, 손톱에 붉게 물들일 봉숭아의 붉은 꽃잎과 푸른 새를 따며 노는 동안, 어머니는 항아리 뚜껑을 열어서 햇빛을 쐬게 하고 물행주로 연신 항아리를 닦아 가며 장 간수를 했다. 장독대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빛과 바람을 쏘아야 장에 곰팡이가 피지 않고 맛이 잘 들기 때문이다.

혹시 간이 약해 장이 부글부글 끓어 넘칠 모양이면 얼른 웃소금을 뿌려 가라앉혀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항아리 밖으로 소금기가 배어 나오거나 지저분한 불순물이 번져 나오는 걸 닦아 주기 위해 행주질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바람결에 날려 온 먼지나 꽃가루를 닦아 내는 것일 뿐, 소금기가 새어나올 정도의 독이라면 이미 그 장맛은 먹어 보지 않아도 버린 맛이다. 소금기가 배어 나오거나 바깥에 곰팡이가 핀 항아리는 설익은 항아리, 온전하지 않은 독이다.

항아리 고를 때, 어머니는 수박을 두드려 보듯 손으로 두드려 보아서 맑고 탱탱한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셨다. 바로 잘 구운 항아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항아리는 흙을 빚어 구운 옹기이다. 찰흙에 물을 부어 반죽한 다음 ‘뚝메’와 ‘꽃메’로 힘껏 쳐서 멍울이 없게 다진다. 그러고 나서 낫 2개를 마주 보게 붙여 놓은 것처럼 생긴 ‘깨끼’라는 연장을 써서 비스듬히 얇게 저며 내며 잔돌이나 검부러기, 굵은 모래 따위를 골라 내는 ‘흙깍기’ 과정을 거친 흙으로 빚어 구운다.

‘광명단’을 쓴 항아리는 좋지 않다는 것쯤은 많이 알려진 상식. 광명단은 납 성분이 들어 있는 유약을 말한다. 600~700℃쯤 낮은 온도에서 구워도 겉으로는 윤기가 흐르고 멀쩡하지만, 두드려 보면 소리가 탁할 뿐만 아니라 장맛이 온전치 않고 무엇보다 몸에 해로운 납 성분이 스며들 수 있기에 옹기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질색을 한다. 제대로 된 옹기는 흙과 재를 섞어 만든 유약을 입혀 구운 것을 말한다. 콩대나 소나무 등을 태워 만든 재에 흙을 섞어 가라앉힌 식물성 잿물이 제대로 된 유약이다. 이런 유약을 입힌 옹기는 1200℃ 이상에서 구워도 터지거나 깨지지 않고, ‘태토’라고 부르는 흙이 속까지 잘 익어 높고 맑은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옹기의 태토는 몸 안에 물을 품고 몸 밖으로는 공기가 드나들게 한다. 창호지를 통해 따뜻한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옹기의 미세한 기공으로 숨을 내쉬기에 장류의 발효를 돕고 김치를 맛있게 익혀 준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배가 풍만한 남부식 옹기를 재현한 징광옹기

장독대를 모두 없애 버린 후 사람들은 제대로 된 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시골에 계신 친정어머니나 할머니에게서 얻어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서 먹기에 입에 붙는된장찌개의 배틀한 맛과 국간장을 넣어 끓인 구수한 장국 맛을 모르고 지내온 세월이 꽤 된다. 1970년대 이후 30여 년간, 그런가 보다 하며 살아오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다시금 전통 장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옹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져 옛날 친정어머니가 아낌없이 내다 버리던 큰 항아리를 떠올리며 새삼 애석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장 담그기 행사나 고 작은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징광리에서 구워 내는 ‘징광옹기’는 장을 담가 보려니 항아리를 구해야겠는데 어떤 항아리가 좋은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을 뿐더러 주변에 구할 수 있는 곳도 마뜩찮아 애를 먹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감탄해마지 않는 항아리이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배가 풍만한 남부식 옹기를 그대로 재현한 항아리로 거친 느낌이 없을 뿐더러 조형이 독특해 한눈에 봐도 다른 옹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징광옹기가 남다른 것은 재료의 특별함 때문이다.

유약을 만들 때 쓰는 약토와 재, 두 가지 모두에 정성을 기울인다. 약토는 오랜 세월 묵은 부엽토이다. 50~100년 묵은 생흙 위로부터 30cm 정도 쌓인 것을 긁어 낸다. 고운 미립자 형태를 띠는 보슬보슬한 흙인데 요즘은 약토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산 주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개간하는 통에 포크레인으로 뒤집어 버려 좋은 약토가 귀해졌다. 징광리는 워낙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이라 아직까지는 좋은 약토를 구해 쓸 수 있다. 잿물 역시 콩대재나 소나무재를 쓰는데, 유기농으로 직접 농사 짓는 콩대를 쓰니 걱정을 덜 수 있다.

고온에서 옹기를 구워 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낮은 온도에서 구우면 유약이 덜 녹아서 쇠 느낌이 나고 거칠다. 밑불을 충분히 때서 저온에서부터 천천히 고온으로 올라가게 하고 굽는 시간 역시 충분히 둔다. 징광옹기는 1230℃ 이상에서 굽기 때문에 태토가 속까지 잘 익고 광물이 녹아들어 기공이 생긴다. 숨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옹기는 덜 익으면 흙의 성질을 그대로 갖기 마련이다. 높은 온도에서 충분히 익어야만 기공이 촘촘하고 단단하다. 덜 익은 기와는 장마철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물을 흠뻑 먹어서 발로 잘못 밟으면 금방 깨져 버리고 만다.

옹기도 마찬가지다. 김장김치를 담아 익히던 빈 옹기를 땅에 묻어 놓은 채로 장마를 지내고 나면 물이 스며 있는 경우가 있는데, 높은 온도에서 충분히 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징광옹기는 1979년 징광문화의 설립자인 한상훈 선생이 벌교읍 금화산 자락에 옹기막을 짓고 누에 모양의 가마를 만들어 옛 방식대로 기를 구워 내면서 첫선을 보였다. 지금은 아내인 차정금 씨가 이어받아 옹기 항아리와 함께 다양한 옹기 그릇을 내고 넓디넓은 야생 차밭에서 찻잎을 따서 잎차를 덖으며 구수한 된장을 담아 익혀 낸다.

#1년 농사 끝낸 듯 뿌듯한 장 담그기

징광리를 찾은 날, 차정금 씨는 장 담그기에 한창이었다. 수천 개의 옹기를 펼쳐 놓은 마당 한가운데에 지난겨울 띄워서 말린 메주를 쌓아 놓고, 미리 풀어서 가라앉혀 놓은 소금물 단지를 부려 놓은 참이었다. 장 담그기는 메주를 솔로 문질러 가며 깨끗한 물로 닦아 소쿠리에 엎어 물기를 빼서 말려 두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굵은 소금을 체에 밭쳐 가며 물에 풀어 불순물을 가라앉혀 놓는 밑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 뒤, 이른 아침부터 맞춤한 옹기를 미리 피워 놓은 숯불로 소독하고 마른 행주로 잘 닦아 놓은 후 옹기 바닥에 차곡차곡 메주를 담은 다음, 간간하게 타놓은 소금물을 부으면 장 담그기의 첫 번째 과정이 끝난다.

메주는 옹기 바닥의 3분의 2 지점까지 담고 소금물은 넘치지 않도록 적당히 부어야 하는데, 여기에 빨갛게 피운 숯을 넣으면 ‘차르르’ 소리가 나면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지막으로 마른 고추를 몇 개 띄우고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깨끗한 망을 덮은 다음, 고무줄이나 새끼줄로 묶고 항아리 뚜껑을 덮어 두면 장 담그기가 끝난다. 하지만 이후 얼마나 정성을 들여 간수를 하느냐에 따라 장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해가 나면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해가 기울기 전에 장 뚜껑을 닫으며 수시로 행주질해 가면서 항아리가 반질반질하도록 가꿔야만 한다.

소금물을 부은 후 두어 달쯤 되기 전에 장 가르기를 한다. 위로 떠오른 물을 따라 내어 다른 항아리에 옮겨 담아 익히면 간장이요, 밑에 가라앉은 메주를 손으로 치대서 담아 익히면 된장이다.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내고 나면 고소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나는 햇된장을 맛볼 수 있다. 밝은 황토색을 띠는 햇된장은 나물을 무치는 데 넣고, 별다른 양념 없이 쌈 채에 얹어 쌈 맛을 내는 데도 쓴다. 해를 묵힌 된장은 거무스름한 색이 돌지만 한 켜를 벗겨 내고 보면 그 안은 여전히 고운 색을 낸다.

맛이 좀더 든 묵은 된장은 국이나 찌개처럼 깊은 맛을 내는 음식에 쓰는데, 몇 해를 묵힌 된장은 ‘약된장’이라고 부른다. 세월의 무게만큼 약성 또한 깊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간장은 해를 넘겨야만 먹을 수 있는데, 아직 색이 검지 않고 맑아 ‘청장’이라고 부른다. 간장 맛이 잘 들었는지 살피기 위해 옛 어머니들은 청장으로 미역국을 끓였다는데, 좀더 익어 검은빛이 도는 간장으로는 탕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치는 데 썼다고 한다. 오래 묵어 검고 진득한 간장은 ‘진장’이라고 해서 정월 대보름에 먹는 약밥이나 갈비찜에 넣어 향과 색을 살리는 데 쓴다. 캐러멜소스를 넣어 색을 낸 떡집 약밥과 진장을 넣어 만든 거무스름한 약밥의 맛이 다른 까닭이다.

#찻잎된장무침과 냉이된장찌개로 개운하게 차린 상

장 담그기가 끝나자 점심상을 받았다. 첫눈에는 수더분한 상이다. 돼지고기를 삶아 된장과 쌈채를 곁들이고, 부추를 썰어 넣고 부친 장떡을 옆에 놓으니 푸짐하다. 차정금 씨는 고기를 삶을 때 된장과 양파, 생강, 마늘을 곁들이는데,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다시마 한 조각을 넣는다. 묵은 김치에 잘 익은 부추김치, 마늘종과 멸치볶음, 여기에 달래 넣은 된장찌개와 직접 농사지은 매실로 담근 매실장아찌가 따라 오른다. 매실장아찌는 고추장 단지에 묻은 것이 아니라 설탕에 절여 아삭아삭하게 익힌 것이다. 고기반찬에 어울리기도 하지만 밥을 다 먹은 후 후식 삼아 몇 점 먹어도 좋을 만큼 새콤달콤하다.

여린 잎채소로 만든 샐러드 맛이 독특하다 싶었더니 된장을 넣어서 그렇다고 한다. 된장키위소스를 얹은 것이다. 잘 익은 된장을 작은 수저로 두 숟가락 뜨고, 키위 반 개에 큰 수저로 두 숟가락 매실청을 섞어 갈아 낸다. 된장 특유의 맛은 사라지고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맛이다. 취나물무침처럼 보이는 나물은 잎차를 우려 내고 남은 것을 다른 양념 없이 된장으로 무친다. 쌉쌀한 맛이 거의 없이 개운해 눌은밥이나 물에 만 밥에 얹어 먹으면 입맛을 돋울 것이다.

#야생차밭과 매화밭 사이의 고랑에서 재배한 콩으로 만드는 순된장

징광문화의 잎차는 옹기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귀할 만큼 넓은 야생차밭에서 나기 때문이다. 약 39만㎡(12만 평)에 이르는 야생차밭은 일 년에 두어 번 풀베기만 해줄 뿐, 비료나 퇴비는 일절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가꾸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9년 남편인 한창훈 선생이 조성했다는데 원래 있던 야생차밭에 화엄사와 선암사에서 구해온 차 씨를 심고, 차나무를 가져와 꺾꽂이해 가며 가꿨다고 한다.

징광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한상훈 선생과 그의 형님인 한창기 선생이다. 한창기 선생은 우리나라 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종합지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다. 선생이 펴낸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은 서울·부산·경기도·강원도·충북·충남·경북·경남·전북·전남·제주도 편에 걸쳐 총 11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보물과 같은 책이다. 예전에 방송국 도서실에 가보면, 수많은 책들 중에 유독 《한국의 발견》만 해지고, 때 묻고, 누가 ‘훔쳐가’ 이가 빠져 있었다고 한다.

한창훈 선생은 잎차와 옹기, 유기 문화를 새롭게 일으키기 위해 남도 징광리에 내려와 징광문화를 설립했다. ‘잎차’는 ‘녹차’와는 조금 다르다. 흔히 부르는 녹차는 일본식의 쪄서 만드는 제다법에서 나온 차를 말한다. 찻잎을 따서 고온에서 일일이 손으로 덖고 비비는 우리 고유의 제다법으로 만든 차는 잎차라고 부른다. 녹차는 흔히 끓는 물을 한 김 식혀 부어서 우려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탄닌 성분이 지나치게 빨리 우러나서 떫고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잎차는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우려도 떫은맛이 없고 그윽하고 단맛이 돈다.

차정금 씨가 된장을 만들게 된 계기는 차밭 근처에 매화나무 밭을 따로 가꾸게 되면서부터다. 매화나무를 4~6m 간격으로 심을 때, 넓은 고랑을 메우기 위해 콩을 심기 시작했다. 콩을 심으면 질소 성분이 생겨 매화나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콩을 심음으로써 풀이 덜 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김매기가 한결 수월했다. 콩 역시 비료나 퇴비를 일절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기른다. 이렇게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을 담근다. 차정금 씨는 자신이 담근 된장에 특별히 ‘순된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요즘 녹차된장이니 고로쇠된장이니 하는 것들과 차별화하려는 것인데 예전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담그시던 순수한 맛을 재현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직접 콩농사를 지어서 메주를 만드는 탓에 차정금 씨가 내놓는 된장은 워낙 양이 적다. 그런 만큼 알음알음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눠줄 수 있을 뿐, 널리 알려가며 판매할 수는 없다고 한다. 작년에 담근 된장은 이미 동이 나서 구할 수 없다. 천상 미리 주문해 놓고 올해 담근 된장이 맛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징광의 된장은 3kg 들어가는 작은 항아리에 담긴 상태로 배송되는데, 항아리가 어찌나 예쁜지 된장보다 항아리 욕심에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직접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가 보려는 사람들은 항아리를 따로 구입하는데 조형이 좋은 샐러드볼이나 뚝배기, 접시, 쌀독 등도 인기다.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상추를 심어 길러 먹는 맛이 남다르듯, 작은 항아리 서너 개를 조르르 세워 두고 직접 장을 담가 익혀 먹는 맛도 각별할 것이다. 질박하나 조형이 세련된 옹기 그릇 몇 개를 갖춰 두고 상을 차리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음식 맛의 기본이 장이라면, 음식 맛의 끝은 푸근하고 정겨운 그릇에 정성스럽게 갖춰 내는 담음새에 달린다.

Shopping Info
1 샐러드나 과일을 담아 내기에 좋은 ‘나리 샐러드볼’. 징광옹기의 베스트셀러 상품 중 하나다.
2 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쌀독. 5kg, 10kg, 20kg 단위로 만들어지므로 식구 수에 따라 선택해 사용한다.
3 장을 직접 담그려면 징광의 연봉항아리를 구입하는 것도 좋다. 1호는 9L, 2호는 13L, 3호는 18L 용량이 들어간다. 장 담그기에 적당한 것은 2호와 3호다. 손잡이가 있는 뚜껑은 비실용적으로 보이지만, 예전 남도 사대부가의 귀한 옹기를 재현한 것이다.
4 순박한 느낌을 주는 뚝배기. 큰 것은 국밥을 담으면 좋고 좀 작은 것은 국이나 물김치를 담는 데 사용하면 적당하다.
5 3kg 된장이 들어가는 ‘순된장’ 포장 항아리. 지난해 담근 된장은 이미 동이 났지만 올해 담근 된장은 미리 주문받아 두었다가 된장에 맛이 들면 배송한다.

**엠트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먹을거리 브랜드가 모여 있는 멀티 건강 쇼핑몰 엠트리(www.mtree.kr)에서 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 기획 이미영 헬스조선 기자 lmy@chosun.com
글 모정소반(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