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헬스

건강신호등 복통 무시 마세요

힉스_길메들 2008. 11. 5. 00:58

체중감소―빈혈―구토 동반땐 내시경 검사를

“엄마 손은 약손이다∼.”
어릴 적 차가운 것을 먹고 배가 아프면 어머니는 이런 말을 ‘주문’처럼 외며 배를 문질러 주셨다. 어머니가 ‘약손’으로 문질러 주면 신통하게도 통증이 가시곤 했다.

어머니의 약손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설명된다. 내장의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과 복부근육을 담당하는 신경은 척추의 같은 부위로 들어가서 뇌로 함께 전달된다. 배를 문질러서 근육을 이완시켜 주면 마치 통증도 감소되는 것처럼 뇌가 인지하게 된다. 가장 편하게 느끼는 사람과 서로 피부를 맞대면 심리적인 위안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약손으로 안 될 정도로 배가 아프면 바늘로 손을 따거나 매실청을 먹기도 했다. 예로부터 복통은 흔한 통증이었던 만큼 민간요법도 많이 발달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통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통증이다. 너무 자주 겪다 보니 웬만한 복통은 그냥 넘어간다.

이상인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음식, 서구화된 식단이 보편화되면서 복통과 위장장애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증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통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유명 여배우가 복통, 소화불량 증상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위암을 발견한 사실이 알려졌다. 복통은 위암, 췌장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의 알려주는 ‘인체의 경고등’이라고 할 수 있다.

복통이 생겼을 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우선 배를 눌러보는 촉진을 하고 X선 등을 활용해 복부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궤양, 암 등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라면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거쳐야 한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병원장은 “복통은 단순복통인 경우가 많지만 암 등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며 “체중감소, 빈혈, 구토 증상이 동반되면 초음파검사나 내시경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집에서 갑자기 복통이 생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단순 복통인지, 위장질환으로 인한 복통인지 판단해야 한다.

단순 복통은 과식으로 체했을 때 생긴다. 이때는 약을 먹고 음식을 조절하며 휴식을 취하면 낫는다.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금물.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며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카페인 때문에 실제로는 소화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위장질환으로 인한 복통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식전, 식후, 새벽 등 일정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속 쓰림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배를 따뜻하게 하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소화기관에 질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복통과 함께 동반되기 쉬운 설사도 마찬가지. 하루 3회 이하의 설사라면 수분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면 낫는다.

그러나 잦은 설사와 함께 발열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식중독이나 세균성 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설사를 멈추는 약을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때는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을 꾀병으로만 여기지 말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제품, 밀가루 등 특정 음식이 복통과 소화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계세협 한강성심병원 교수는 “자주 복통이 생기는 사람은 식습관이나 먹은 음식에 대한 간단한 일기를 작성해 보는 것이 원인 음식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잡한 소화기관의 생김새만큼 복통의 원인과 증상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너무 흔하다 보니 과소평가하기 쉬운 복통. 복통 정복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